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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이겨낸 발달장애인들…취업 성공해도 '저임금'

근로계약 47%는 1년 미만 임시직

<앵커>

최근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인데, 실제 우리 사회에서 자폐성 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인들의 현실은 어떤지 짚어보려 합니다.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뭔지, 자립을 도울 방안에 어떤 게 있는지, 오늘(3일)부터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딛고 활약하고 있는 디자이너와 대학 강사를 신용식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건물 앞에서 한 바퀴, 사무실 도착해서도 또 한 바퀴.

[양우진/디자이너 : 안녕하세요.]

여느 직장인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출근하는 양우진 씨는 자폐성 장애를 지녔습니다.

말보다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편한 우진 씨는 7년 차 베테랑 디자이너입니다.

[양우진/디자이너 : 팀장님 여기요. (날개 뒤쪽에 있는 디테일 살려줘야 해.)]

수첩 등 각종 문구류부터, 청첩장이나 기업 물품까지 디자인 범위도 다양합니다.

[양우진/디자이너 : 실제 제품을 마주하면 신기하고 기뻐요.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이 있으세요?) 동물 그림 연필 세트예요.]

우진 씨가 일을 할 수 있던 건 주변의 따뜻한 관심 속 찾아온 우연한 기회 덕이었습니다.

[박현자/양우진 씨 어머니 : 선생님이 책을 한 권 내시면서 그 책 안에 프로필 사진에 우진이가 그린 그림을 대신하신 거예요. (회사 관계자가) 그걸 보시고 이제 '한번 불러봐라'해서….]

우진 씨만의 속도로 업무에 적응하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박현자/양우진 씨 어머니 : 한 번은 무정차를 해서 지하철이 그냥 가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수서역에 혼자 종착역에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직원이 저한테 연락을 해서 데리러 가고….]

적성을 살려 구한 일자리는 우진 씨와 그 가족이 변화하고, 또 자립할 수 있는 원천이 됐습니다.

[박현자/양우진 씨 어머니 : (우진이가) 엄마 눈을 바라보고 인사해요. 직장을 다니니까 이런 변화가 생기는구나. 의젓한 사회인으로 하다 보니 가족들도 좀 더 여유가 생겨서….]

자폐인으로는 국내 최초 박사 학위를 받은 윤은호 씨.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2019년 첫 수업 당시) : 지금 시간이 아마 역사적인 순간이실 거예요. 한국 대학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강의하는 첫 시간이 될 것 같고요.]

좋아하는 만화 등 문화 콘텐츠학을 연구한 지 15년, 강단에 선 지는 3년째입니다.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강의를 잘했다는 말을 하면 저도 기분이 좋죠. (학생들이) '배워간다. 공부가 된다'라고 얘기했을 때 제일 힘이 나죠.]

하지만 강단에서도 편견 어린 시선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학생 중에) 자폐 당사자인 걸 알리지 않고 강의하면 어쩌냐'고 해서 제가 이제는 강의계획서에다가 자폐를 가진 사람이 강의하는데 유의하라고 얘기를 해요. 이것만 봐도 사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학생들이….]

학생들의 강의 후기를 참고하고 최신 학계 흐름에 맞춰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면, 사회적 편견도 자연스레 사라질 거라고 말합니다.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언어 교정을 하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실 사회가 장애에 대해서 여전히 극복해야 할 상태로 만드는 거잖아요. 제일 중요한 건 PPT나 강의 내용을 더 보완해서 더 많은 내용을 아실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전하는 두 사람의 조언입니다.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우진/디자이너 :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날마다 해보세요.]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최하늘)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자폐성 장애를 비롯한 발달장애가 있어도 전문적인 일을 하며 자립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전체 25만 명 정도인 발달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이 안정적인 일상을 살아가려면 일자리가 필수적인만큼 직업훈련센터도 마련돼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신용식 기자가 계속해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원두를 꾹꾹 눌러 기계에 꽂아 샷을 내려 커피를 만듭니다.

[명재민/발달장애인 : 감사합니다.]

실제 편의점과 똑 닮은 세트장에서 능숙하게 물건값을 계산합니다.

[명재민/발달장애인 : 계산은 현금, 카드 중에 어떤 걸로 하시나요?]

이곳에서는 매년 발달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의 직업훈련이 이뤄집니다.
 
[박중석/서울남부발달장애인 훈련센터장 : 직업 훈련만 시키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같이 지내는 법 이런 것들도 같이 저희가 훈련에 같이 포함해서….]

전국 19곳에 이런 훈련센터가 있는데, 지난해에는 2천100명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얻는 학생은 극소수.

여전히 발달장애인 대다수는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해 나온 고용개발원 자료를 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 취업한 사람은 약 6만여 명, 10명 중 3명 정도입니다.

취업이 어려운 건 채용하는 사업체가 없거나 부족하다, 발달장애인 근무가 가능한지 등 채용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많았습니다.

취업에 성공해도,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가 문제입니다.

이들이 받는 월 평균임금이 100만 원인데,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5.9시간이었습니다.

주 근로일수로 환산해보면 대부분 최저 임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근로계약은 1년 미만 '임시직'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일자리를 구했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발달장애인 중 73.1%가 고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실제 이용해본 적 있다는 대답은 14.8%에 불과했습니다.
 
[김유리/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통합 교육부터 시작을 해서… 능력이나 특성을 고려한 직무들을 저희는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명재민/발달장애인 : 더 기쁘고 재밌게 힘을 내서 일을 하고 싶어요. (돈 벌어서) 엄마 아빠 부모님한테 저축하고 싶거든요.]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윤태호,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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