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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반복되는 비극, 발달장애 복지는 어디에?

마부뉴스 일러스트
● 2022년 5월 인천, 60대 A씨가 뇌병변장애를 가진 30대 피해자를 살해 후 자살 시도

● 2022년 5월 서울, 40대 B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6살 피해자를 살해 후 자살

● 2022년 3월 경기 시흥, 50대 C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20대 피해자를 살해 후 자살 시도

오늘 마부뉴스는 조금은 무거운 사건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위에 소개된 세 가지 살인 사건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뭘까요? 우선 피해자가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 모두 살해 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 정도일 겁니다. 사실 이 세 사건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살해한 어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발달장애를 겪는 자녀를 돌보면서 생활고를 겪던 A, B, C씨는 자녀를 직접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C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직접 경찰에 신고해 본인이 자녀를 죽였다고 신고하기도 했죠. C씨의 집에선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라는 유서가 남겨있었고요.

최근 부모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직접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최근 관련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거고요. 마부뉴스 피드백에도 관련 내용이 많이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발달장애인의 복지 체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왜 발달장애인의 부모를 살인자로 모는 비극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지, 발달장애인의 상황이 어떤지 마부뉴스가 데이터로 상황을 분석해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반복되는 비극, 발달장애 복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자폐성장애인의 78.4%가 도움이 필요


발달장애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발달이 미처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발달장애를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를 포함한 의미로 보고 있어요. 각각의 장애가 어떤 불편함을 갖고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지적장애는 지능의 발달이 지연되어서 겪게 되는 장애입니다. 지적장애인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보다 지능 발달이 완전치 못해서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뜻하죠. 자폐성장애는 보통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갖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특징이 있는데 사회에 적응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탓에 자폐성장애인은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얼마나 될까요?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모두 264만 4,700명입니다. 전체 우리나라 인구와 비교해보면 5.1% 수준이죠. 100명 중 5명 꼴입니다. 그중 발달장애인은 25만 5,207명. 전체 등록장애인 중에 9.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29세 이하의 저연령대에서 특히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높다는 겁니다. 등록장애인 264만 명 중 29세 이하는 18만 9,330명인데 이 중 66.4%가 발달장애인이거든요. 15년 전만 해도 저연령층에서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50%가 되질 않았지만 지금은 70%를 바라보고 있죠.
등록장애인 대비 발달장애인 비율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여러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거나 스스로 독립된 생활을 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따라오고 있진 않고 있어요. 그 불편함과 피해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떠안고 있죠. 그 결과가 앞에서 소개했던 비극적인 사건인 거고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장애인의 32.1%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의 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았어요. 자폐성장애인은 무려 78.4%가, 지적장애인은 62.1%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을 살펴보면 발달장애인의 경우엔 압도적으로 부모의 비율이 높아요. 전체 장애인 중에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20.8% 정도지만, 지적장애인의 66.4%, 자폐성장애인의 76.3%가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자폐성장애인 사망 평균 연령은 23.8세


2020년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83.5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국가입니다. 고령화를 고민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계층이 있어요. 바로 발달장애인이죠.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성장애인의 사망 평균 연령이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세요. 2020년 기준으로 자폐성장애인이 사망할 때의 평균 연령은 23.8세입니다. 전체 장애인 중에 발달장애인(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사망 시 평균 연령이 제일 낮아. 지적장애인의 사망 평균 연령은 56.3세로 자폐성장애에 이어 2번째로 연령이 낮죠. 낮은 연령대에 발달장애인 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장애 유형별로 사망 시 평균 연령을 그려본 그래프입니다. 비장애인의 경우 사망 시 평균 연령 데이터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전체 인구의 기대수명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장애 유형별 사망시 평균 연령

전문가들은 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장애 원인 질환의 영향으로 고령이 드물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40세의 자폐성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는 고령층에 해당하는 셈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폐성장애인 사망 시 평균 연령은 낮아도 너무 낮아요. 2016년의 영국 논문에서는 영국의 자폐성장애인 평균 기대수명이 54세로 분석 됐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낮은 사망 연령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자폐성장애인이 이른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유형별로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전체 장애 중에 자폐성장애가 유일하게 자살이 사망 원인 1위거든요.

장애인 자살률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장애인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은 57.2명입니다. 2016년엔 그 숫자가 66.8명으로 더 높았고, 최근엔 수치가 줄어들고 있지만 비장애인을 포함한 전체 자살률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죠. 2020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 자살률은 25.7명입니다. 장애인의 자살률이 2.2배 많죠. 비장애인을 구분해서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질 겁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제도가 부족한 걸까요?

책임을 가정에게 떠넘긴 국가


우리나라에 발달장애인 관련 법은 2014년에 만들어졌어요. 그 법의 이름은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발달장애인을 도와주는 보호자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과 보호자들은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합니다. 법은 있지만 실제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든요.
발달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발달장애인 복지의 핵심은 일상생활에서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죠.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적장애인의 단 6.5%, 자폐성장애인의 12.5%만이 이 활동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어요. 서비스가 부족하면 그 피해는 보호자인 가족들이 다 짊어지게 되겠죠. 돌봄의 책임을 가정에게 전가하고 국가가 손을 놓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타까운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가뜩이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어요. 국가인권위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 한쪽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20.5%였거든요. 직장을 그만두는 쪽은 여성, 어머니가 78.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우리나라 GDP에서 장애인 복지 관련 지출이 얼마나 될 것 같나요? 2017년 기준으로 0.60%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지출은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준이죠.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밑에 있는 국가는 터키(0.48%), 콜롬비아(0.08%), 코스타리카(0.06%), 멕시코(0.05%) 이렇게 4개 국가밖에 되질 않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2.02%로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이고요.

발달장애인과 보호자에게만 책임을 지게 하는 이 악순환을 끊어보기 위해 장애인 단체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노력일까? 지난 5월 말에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습니다. 돌봄이 더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국가가 책임을 더 지겠다는 취지였죠.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빈틈이 많습니다. 법적 근거만 마련된 상황이지 구체적인 지원 체계에 대한 내용은 아직 하나도 정해진 게 없거든요.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인지도 아직까지 합의되지 않은 상태죠.

발달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정책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여동생 로즈메리 케네디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이름에 걸맞지 않다고 판단한 거였을까요? 로즈메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잘 적응했지만 가문에서는 로즈메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장애를 숨겼습니다. 아버지 조지프 P. 케네디는 딸이 성인이 되자 아예 뇌 전두엽 제거 수술을 받도록 했죠. 장애를 없애기 위해 검증되지 않는 수술에도 손을 댄 겁니다. 안타깝게도 뇌 수술은 실패했고, 로즈메리 케네디는 남은 삶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죠.

로즈메리에 대한 심적 부채 때문인지 케네디의 형제자매들은 발달장애인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실태조사와 관련 정책 개발을 주문했죠. 그 영향으로 미국의 <발달장애 지원 및 권리장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때가 1975년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관련법이 제정되었어요.
장애인 정책의 단계

복지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핵심은 장애인의 필요로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 장애인이 주체성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복지 선진국에선 장애인을 시설에 분리하고 고립하는 정책이 아닌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사회 속으로 녹아들 수 있는 탈시설 정책과 운동이 이미 자리가 잡혀있어요. 위의 그림으로 보면 4번과 5번에 해당하는 정책을 활용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장애인 중심의 정책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정책이 마련되기보단,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장애인들은 입소해야 하는 구조거든요. 그림으로 보면 2, 3번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죠. 물론 탈시설 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발달장애인 보호 단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탈시설만 강조하다 보면 주체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의 발달장애인도 강제적으로 시설에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인 거죠.

내가 결정하겠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말, 이런 말을 들어보지 않은 장애인 자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을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제가 중학생 때 그런 말을 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께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그 끝은 내가 결정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소리 없이 죽어간 동료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발달장애인 추모 분향소를 방문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헌화를 하고 발달장애인 단체들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장애인 자녀에게 '너 죽고 나 죽자'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안타깝지만, 죽음을 강요받을 때 '내가 결정하겠습니다'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을 용기 내서 말해야만이 살아남는 장애인의 상황도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비극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편지를 준비하면서 그래도 다행인 건 발달장애인을 위한 돌봄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본 통계들과 실태조사는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동이 이어진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마부뉴스를 읽고 든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에서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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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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