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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임박' 건물에 제비 둥지 대거 발견…"작업 중단"

<앵커>

곧 철거될 건물에 제비가 10여 개의 둥지를 짓고, 알을 품는 현장이 포착됐습니다. 업체 측은 철거를 잠시 미루기로 했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게 됩니다.

서쌍교 기자입니다.

<기자>

고양시 장항동에서는 1만 2천 세대가 들어설 공공택지 조성 사업이 한창입니다.

곳곳에 철거 공사로 소란한 가운데 한 건물에서 뜻밖에도 제비 둥지가 대거 발견됐습니다.

같은 건물 카센터 내부 천장에도 둥지 4개가 나란히 달려 있습니다.

천장 아래 둥지에 제비가 꼼짝 않고 엎드려 있습니다.

알을 품고 부화에 집중하는 겁니다.

어미가 자리를 비운 다른 둥지 안에는 공기 돌 만한 알 5개가 옹기종기 들어 있습니다.

[박평수/장항습지보존협의회 대표 : 지금 저희가 파악한 거(둥지)는 19개입니다. 장항습지에서 날아다니는 제비 개체 수를 보면 (둥지가) 더 꽤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철거가 임박한 건물에 제비가 집단으로 둥지를 만든 겁니다.

둥지 틀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한 곳에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환경단체의 요청으로 사업체는 해당 건물 철거를 잠시 미뤘습니다.

[김태균/LH공사 고양사업본부소장 : 7월 말에서 8월 정도 되면 다 간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철거를 잠시 중단하는 것으로 그렇게 결정이 된 상황입니다.]

제비 가족은 당장 둥지가 헐리는 재난은 면했지만 내년에는 이곳에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제비는 4월에서 7월 사이에 알을 낳고 보름가량 품어 부화한 뒤, 3주 정도 자라면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둥지 틀 공간이 없는 도시에서는 오래전에 제비가 사라졌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설 장항동 들판에서도 내년부터는 제비를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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