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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여러분은 최근에 현금 사용한 적 있나요?

현금 없는 사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꼭꼬. 신용카드의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하는지라 따로 충전하는 번거로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출근 뒤에는 폭풍 업무!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오면 꼭꼬는 마부뉴스 제작진들과 함께 회사 주변의 식당을 찾아 배회한다. 점심값은 칼같이 N분의 1로 나눠서 계산을 한다. 다른 동료가 한 번에 계산했다면? 꼭꼬 몫의 금액을 간단하게 카카오페이로 보내주면 끝! 퇴근 후엔 업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쇼핑을 하기도 한다. 꼭꼬의 소중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상품들도 간단히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금방이다.

오늘 마부뉴스는 꼭꼬의 하루로 시작해봤습니다. 참으로 일상적인 하루죠? 혹시 꼭꼬의 하루에서 구경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뭔지 감이 오시나요? 바로 현금입니다. 하루 동안 여러 번의 지출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현금은 단 1원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신용카드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화폐로 모든 게 다 해결됐죠.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현금 사용한 적 있나요?”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부, 암호화폐로


잠깐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해 볼게요. 어느새 러시아의 침공 개시일로부터 52일(4월 17일 기준)이 지나고 있어. 외신에 보도된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들어보면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주요 서방 국가들은 보고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죠. 더 이상 전쟁 상황이 악화되지 않아야 하는데,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4월 13일 10시 기준 우크라이나 기부 현황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 국에 구호물품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2월 말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온라인 모금 사이트를 열었는데, 그거 아시나요? 이 사이트에선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고 있더라고요. 전통적인 모금보다 암호화폐 모금이 훨씬 절차가 간단한 덕분에 전 세계에서 많이들 참여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4월 13일 10시 기준으로 집계된 모금액이 6,572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800억이 넘는 돈이죠.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NFT로 기록해서 발행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77만 달러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꼭꼬의 하루에서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현금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듭니다. 우리 실생활에서 점점 현금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해요.
 

현금을 안 써도 되는 세상


실생활에서 느껴지듯 현금 이용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현금 이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죠. 스웨덴, 영국 등은 이미 2000년대 이후부터 신용카드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전했어요. 스웨덴에선 아예 손등에 마이크로칩을 심어서 그걸로 결제를 할 정도니까요. 아래 그래프는 주요 국가들의 현금결제 비중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2020년 기준 스웨덴의 현금결제 비중은 9.0%에 불과하죠. 우리나라의 현금결제 비중(2018년)도 19.8%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합니다.
주요 국가별 현금결제 비중

과거에 비해 확실히 현금 이용의 편의성이 줄어들었어요. 접근성도 떨어지고 있어요. 실제로 ATM기와 은행 지점 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데이터로 인구 10만 명 대비 ATM 설치 건수를 분석해보면, 2013년에 그 수치가 246.4대로 가장 높았어요.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은 226.9대로 2013년 대비 7.9%나 감소했죠. 은행 지점 수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인구 10만 명 대비 전국의 상업은행 점포수를 살펴보면 2012년 15.6개로 최고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거든요. 2020년엔 12.7개로 2012년 대비 18.4%나 줄어들었어요.

아래 그래프는 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려본 주요 국가별 1인당 카드 결제 횟수입니다. BIS에는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중 연간 결제 횟수가 300회 이상인 국가들만 골라서 그래프를 그려봤어요. 우리나라는 2012년엔 303.6건, 그러니까 하루에 0.8번 꼴(한 달엔 25번!)로 카드를 긁었는데 2020년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어요. 2020년 우리나라의 연간 카드 결제 횟수는 620.7회로 하루에 1.7번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거죠. 2020년엔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탓에 주요 국가들의 카드 결제 횟수가 감소했습니다. 카드를 긁을 필요 없이 모바일로 결제하면 되니까요.
주요 국가별 연간 카드결제 현황

기술이 워낙 발전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모든 산업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 테크 기업 중심으로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가 등장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확 늘어났어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전자화폐뿐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도 거래에 사용되고 있죠. 앞에서 이야기한 우크라이나의 암호화폐 모금이 놀라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점은 역사적인 화폐 전환기라고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Q. 전자화폐, 암호화폐 정확하게 뭐가 다른 거죠?
디지털 화폐 구분

디지털 화폐는 전자화폐(Electronic Currency),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암호화폐(Crypto Currency), CBDC 정도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전자화폐는 페이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처럼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가 발행하지만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교환할 수 있죠. 반면 가상화폐는 발행 주체가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가 아니라 기업인 경우를 뜻합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나 쿠폰 등이 이에 해당하죠. 암호화폐는 발행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누구나 알고리즘만 풀 수 있다면 발행할 수 있습니다. 다른 디지털 화폐와 다르게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 CBDC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설명을 해 볼게요.

 

CBDC를 만드는 국가들


현금이 사라지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 정부와 중앙은행도 잠자코 있지만 않아요. 화폐라는 게 보편적인 지급수단으로써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현금이 예전만치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게다가 민간 테크 기업에서 그 영향력을 높이고 있으니 중앙은행도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등장한 게 CBDC라는 새로운 화폐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CBDC를 들어본 적 있나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CBDC를 풀어보면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인데, 말 그대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뜻합니다. 2010년대 중반,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중앙은행에서도 관련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네트워크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분산 원장(일종의 탈중앙화)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5년에 영국의 중앙은행이 CBDC의 발행 필요성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면서 CBDC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 거죠.
CBDC 도입 현황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선 일부 신흥국가들이 이미 CBDC를 도입하기도 했어요. 바하마는 2020년 10월에, 동카리브 국가기구와 나이지리아는 2021년에 CBDC를 도입해서 파일럿 실험을 하고 있죠. 중국과 우루과이, 우크라이나에선 시범적으로 CBDC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카카오가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지난해부터 모의실험이 진행되고 있어요. 모의실험이 진행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 국 정도입니다.

주목할만한 건 중국의 CBDC입니다. 중국은 주요 선진국 중에 2022년에 디지털 화폐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거론되거든요.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e-CNY)를 개방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베이징, 상하이 등 11개 도시에서 시범 보급 중인데 작년 말 기준으로 누적 거래액이 875억 위안을 기록할 정도입니다. 알리바바의 기업 상장을 무력화한 것 이면에는 디지털 위안화가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중국은 진심을 다해 CBDC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바로 디지털 화폐에서 미국 달러가 되기 위해서죠! 미국 달러는 현실 세계에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죠. 미국의 한마디로 전 세계 경제의 방향이 바뀌기도 할 정도니까 말이죠. 중국이 미국의 상대국이자 G2로 불리기도 하지만 달러 패권을 깨뜨리는 건 쉽지 않아요. 현실 세상에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드는 게 힘들다면? 디지털 내에서 중국이 기축통화가 되겠다는 거죠. 디지털 세상의 통화 패권을 쥐겠다는 중국의 욕망이 담겨있는 겁니다. 중국이 CBDC 개발에 속도를 내자 잠잠했던 미국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 바이든 대통령이 디지털 달러를 공식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현금 없는 사회 Good or Bad?


국가에서 준비하는 CBDC, 민간에서 내놓고 있는 디지털 화폐까지… 어떻게 보면 현금 없는 사회가 이미 도래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현금 없는 사회가 오게 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일사천리로 구매, 금융 거래까지 다 할 수 있으니까 일단 편리합니다. 현금으로 주고받았던 때보다 훨씬 시간은 단축되고, 현금을 관리하고 저장하기 위해 신경을 쓸 일이 없어요.

그런 이야기도 들어봤을 겁니다. 10원 동전 하나 만드는 데에 10원보다 훨씬 비싼 돈이 들어간다는 이야기요. 2006년 이전까지 10원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대략 30~40원이 들었습니다. 2006년엔 그걸 줄여보려고 10원 동전의 금속 구성을 바꿨는데, 여전히 10원 하나에 20원 가까이의 금액이 들고 있죠. 현금 없는 세상에선 이렇게 동전, 지폐를 만드는 데 돈이 들지 않으니까 비용이 세이브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전자 기록으로 투명성이 확대된다는 점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물론 직전의 거래까지는 기억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지폐 한 장, 동전 하나가 나에게 들어오기까지의 거래 내역은 아무도 알 수 없죠. 디지털로 거래가 이뤄지는 현금 없는 사회에선 이런 현금의 익명성이 사라질 수 있어요. 모든 거래의 흔적이 다 디지털 기록으로 남을 테니까요. 자금 세탁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거죠.
현금없는 사회의 장점과 단점

물론 이런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모든 게 전자 시스템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스템이 다운될 경우 답이 없어요. 아예 결제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미 해외에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아까 동카리브가 이미 CBDC를 도입했다고 했죠? 동카리브의 디지털 화폐 DCash는 올해 1월 기술적인 이슈로 몇 주간 오프라인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디지털 화폐를 통한 거래는 이뤄지지 못했죠.

또 하나, 모든 게 전자로 기록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나의 모든 경제활동을 정부가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디지털 화폐를 이용하는 사람의 모든 거래 기록이 전자적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거니까요. 내가 어디서 뭘 구매했는지, 또 얼마나 구매했는지, 모든 걸 정부는 알 수 있다는 거죠. 사생활 침해 이슈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CBDC에 가장 유리한 국가라는 분석도 있어요. 다른 민주국가에선 사생활 침해를 해결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국가의 권력이 센 중국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울 수 있다는 거죠.

디지털 화폐가 통용될 경우, 디지털 약자가 경제활동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고령층과 장애인 등은 현금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계층보다 높은데, 현금 없는 사회가 돼버리면 현금 결제가 근본적으로 어려워질 테니 큰 불편을 겪을 수 있거든요.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스웨덴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기본 결제 서비스에 대한 고령층의 만족도가 낮게 나오기도 했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현금 없는 세상에 대해 데이터로 상황을 살펴봤는데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화폐의 미래는 어떨 것 같나요? 현금 없는 세상은 거스를 수 없는 미래인 걸까요? 디지털 화폐가 결국 현금을 대체하게 될지, 아니면 현금을 보완하는 데 그칠까요? 아래 댓글을 통해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기사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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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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