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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좀비는 어쩌다 '노다지'가 되었나

어쩌다? K-좀비

독일의 철학자가 니체가 말했습니다. "가장 나쁜 것은 곧 죽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나쁜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었지만 죽은 게 아닌' 건 나쁘기로 치면 몇 번째 정도일까요? 좀비 말입니다.

좀비가 되는 건 썩 좋지 않은 일이지만 좀비로 덕 보는 사람들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K-좀비물이 전 세계 무대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주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로 시 전체가 재난 상황을 맞게 되는 내용입니다. 2월 둘째 주 현재 기준 누적 재생 2억 3천600시간을 넘겼습니다. <오징어게임>에 이어 한국어 작품 중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한 두 번째 작품이 됐습니다.

드라마 <킹덤> 시리즈와 영화 <부산행> 역시 K-좀비물의 흥행작으로 꼽힙니다. 미국 잡지 포브스는 이 두 작품을 들어 "워킹데드(AMC가 제작한 좀비 시리즈) 시즌이 아무리 많아봤자 현대 좀비 콘텐츠의 최고 제작자는 한국이다"라고 논평하기도 했는데요. 이 정도면 좀비도 어느덧 '두유 노(Do you know) ○○○'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한국의 주요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어쩌다> 뉴스는 콘텐츠 시장의 노다지가 되고 있는 '좀비'편입니다. 등장한 지도 어언 한 세기가 되어 가는 좀비는 어쩌다 근래 몬스터계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요?

어쩌다? K-좀비

이제는 스테레오 타입이 된 좀비의 존재론적 특성이 있죠. 인육을 먹는다는 점, 그리고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뇌를 완전히 파괴해야만 동작을 멈춘다는 점 말입니다. 시대를 거듭하며 갖가지 변주를 거치면서도 이 특성들이 바뀌진 않았는데요. 현대 좀비의 창시자로 불리는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에서 이 원칙을 확립하기 전, 사실 '좀비의 기원'은 아이티의 괴담에서부터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좀비는 부두교의 주술행위로 탄생했습니다. 1932년 빅터 핼퍼린 감독이 영화 <화이트 좀비>에서 이 최초의 좀비를 형상화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아이티 주술사의 약을 먹고 전두엽이 손상돼 스스로 생각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는 자유를 잃어버린 여성 그리고 노예로 살아가는 흑인을 은유한 것으로 분석되곤 합니다. 단! 여기선 좀비가 적어도 '무서운 괴물'은 아니었습니다. 주술을 건 사람의 명령만 따르는 영혼이 없는 괴이한 존재긴 했지만요.

왼쪽 <화이트좀비(1932)><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오른쪽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영화 포스터" data-captionyn="Y" id="i201636617"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20211/201636617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825" v_width="1200">이랬던 좀비가 호러 무대의 주인공으로 본격 데뷔한 건 앞서 언급한 조지 로메로의 이른바 '좀비 3부작' 부터입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선 우주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위성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오염된 이들이 좀비로 변합니다. 심지어 그때는 '좀비'라는 말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한 많은 이미지들이 마침 당대 비평가들의 구미에 잘 들어맞았습니다. 서로 잡아먹는 가족, 쇼핑몰을 근거지로 되살아난 좀비 떼 등. 핵가족 제도,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더 근본적으로는 베트남전을 치른 미국 사회의 '내가 아닌 다른 존재', 즉 '타자'에 대한 공포를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월과 함께 좀비도 진화했습니다. 좀비 현상의 기원과 확산이 조금 더 '얘기되는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미치광이 과학자, 자본의 탐욕, 거대 권력의 실수 등으로 바이러스가 노출된다는 서사가 등장했습니다.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건 좀비들의 속도입니다. 점점 빨라지는 좀비로 인해 감염 범위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새벽의 저주>, <월드워 Z> 등 최근 좀비 영화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화했습니다.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호러 장르에서 '거대 재난'을 대하는 스릴 액션 영화로 성격을 바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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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괴물 캐릭터로서 어느덧 탄탄한 '장르'로 자리 잡은 좀비의 매력(?)은 아무래도 '흐릿한 경계'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라는 특성과 더불어, '내 편'이 순식간에 나를 해치는 존재로 돌변한다는 점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살려면 반드시 이들을 제압하거나 격리시켜야 합니다.

통상 괴물 이야기의 구조는 '정상(또는 내 편)'과 괴물의 대립으로 전개되곤 합니다. 그것과 나 사이엔 넘을 수 없는 선이 있고 그 선을 가운데에 둔 채 괴물을 무찌르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좀비는 어떤가요?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죠. 그 누구의 사연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감염은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됩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언캐니(uncanny)'라는 개념으로 인간이 괴물에게 갖는 두려움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괴물이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일찍이 자신의 일부를 이루는 것, 즉 친밀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친밀한 일부가 억압되면서 불쾌한 것으로 바뀝니다. 이윽고 익숙했던 것은 낯선 것으로 전환됩니다. 전환이 두려움이 됩니다.

좀비의 외양도 이질감을 증폭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훼손된 신체, 어색한 걸음걸이, 선혈이 낭자한 거리… 호러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양의 피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피터 잭슨 감독의 1992년 영화 <데드 얼라이브>도 좀비 캐릭터를 활용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죽었는데 움직이고', '살아있는 자를 계속 따라다니는', '시체'라면 동양권에도 꽤 친숙한 이미지가 하나 있지 않나요? 쿵, 쿵, 쿵, 다가오는 소리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바로 강시 말입니다. 좀비가 지구촌을 강타한 '대세 괴물'이 되는 동안 동양의 강시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강시와 좀비를 비교한 연구논문(안창현, 2017)에 따르면 청나라 시대 저술 기록 <열미초당필기>에 공력이 뛰어난 한 의원이 강시를 만난 일화가 소개돼 있습니다. "눈이 붉은빛을 띠고 송곳니와 손톱이 길었음. 온몸이 통나무처럼 단단해 때리고 발로 차도 끄떡없다." 이 묘사는 향후 1970-80년대를 구가한 숱한 홍콩 영화 속 강시 모습의 원류가 됩니다.

어쩌다? K-좀비
강시의 발현 기제는 '잘못 매장된 시신'입니다. 죽은 사람을 땅에 잘 묻지 않으면 영혼이 구천을 떠돌면서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게 된다는 중국 괴담이 기원이 됐습니다. 아사 또는 동사로 뻣뻣하게 굳은 몸이 특색(?)입니다. 그래서 강시들은 다리를 구부리지도 못하고 양발을 모아 뜀박질하며 이동합니다.

그러나 '전염' 자체가 유일한 동력인 것처럼 기계처럼 질주하는 좀비와 달리 산 자의 양기를 빨아들이는 강시는 제약조건이 많습니다. 일단 무서워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부적, 닭 피, 찹쌀 등에 맥을 못 추립니다. 강시를 다스리는 방법은 술법이 적힌 부적을 이마에 붙여 다시 무덤 속에 눕히는 일입니다. 중국 후난 상시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간 전설엔 객지에서 죽은 사람들을 고향 땅에 묻기 위해 도사들이 시신들을 제 발로 걷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강시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말씀드린 것처럼 비정상의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에 가깝습니다. 살점이 튀는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좀비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심지어 강시의 복색이 청나라 시대 관리들이 입던 관복이라는 점도 주류 문화의 질서를 상징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살육이 아닌 질서 회복이 목적이 된다는 겁니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로도 해석이 가능할까요?) 그래서인지 강시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강시들은 '공포의 대상'이기보다 '무술 대결의 상대'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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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민간 전설과 설화로 전해 내려오던 괴물이 그럴듯한 존재감과 이야기를 갖추게 되는 건 구체적 상상력으로 구현된 후대의 창작물에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꼭두각시'에 가까웠던 아이티의 괴담 속 좀비가 조지 로메로 감독 영화에서 호러 영화의 '장르'가 된 것도 그렇고, 1985년 홍콩 영화 <강시 선생>으로 '스타일'을 찾은 강시가 그렇지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좀비 제작국'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요? 서두에 언급한 미국 잡지 포브스는 "한국은 종래 서양에 등장하던 느리고 게으른 좀비가 아닌, '빠른 좀비'라는 훨씬 더 무서운 괴물을 창조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같은 좀비라도 K-좀비가 더 빠르다는 겁니다. '빠름'에 일가견 있는 건 좀비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좀비 영화로 언급되는 영화는 1981년 작품 <괴시>입니다. 죽은 지 3일이 지난 주인공 용돌이가 다시 살아나 주변 인물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주요 내용입니다. 물론 당시 '좀비'라는 말도 쓰이지 않았고, 개봉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국내 좀비 영화의 효시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을 품은 혼령의 가해자를 향한 복수가 국내 호러 콘텐츠 시장의 주를 이뤘던 대부분의 시기를 지나, 국내에서 좀비 모티프를 활용한 창작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됐습니다. 바로 웹툰을 통해서입니다. 양대 포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최근까지 약 20여 년 간 좀비를 소재로 하거나 세계관으로 삼은 주요 웹툰 목록을 요청했습니다.

어쩌다? K-좀비

물론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유수의 작품들이 있겠습니다만, 일단 포털에선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25개 작품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가운데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해 사실상 국내 좀비 웹툰의 '시초'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현재 흥행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 무려 13년 전 작품입니다. 영화화된 연상호 감독의 <반도 프리퀄 631>도 눈에 띄네요.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프리퀄로 알려진 <엽총소년>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영상화 외에 서사에서도 눈에 띄는 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자의식 있는 좀비'의 등장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작품들이 위기, 공포감을 조성하는 존재로만 좀비를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이 아닌 좀비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유도합니다.

통상 좀비가 등장하는 콘텐츠에서의 쾌감은 좀비를 죽이는 것 자체에 있을진대,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 좀비는 가족을 찾아 안식을 취하고자 하는 연민의 대상으로 그려지고, <좀비딸>에선 심지어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입니다.

요컨대 한국의 다양한 작품에서 좀비는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지만 몸이 훼손된 것일 뿐,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서사의 주인공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지켜주겠다'며 등장한 집단이나 공권력의 잔인한 모습이 더 부각되죠. 송아름(2013)은 이런 특성이 "가해자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인과응보의 세계관에 뿌리내린 '한국 귀신'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k-좀비
어쩌다? K-좀비

그렇다면 이런 한국식 변용이 '좀비'가 철저히 수입된 괴물이라는 방증이 될까요? 15년째 한국의 민담과 설화에서 괴물을 채집하고 있는 곽재식 SF작가에게 'K-좀비'의 원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전문가답게 좀비의 원형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먼저 아이티 괴담에 기원을 둔 '정통(?)' 좀비 계열입니다.

"죽은 자의 혼령을 다시 불러 시체를 일으켜 세운다는 아이티 괴담 속 좀비 개념은 국내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혼'으로 불리는 의식이 모두 비슷합니다. 조선 전기 성현의 잡록 <용재총화>에서 장례 풍습에 대한 일화가 소개됩니다. '재차의(여기 있지롱!)'라는 말이 언급이 되는데 고려시대 한종유라는 사람이 죽은 자의 혼령을 불러내는 굿판에서 모인 이들을 놀릴 심산으로 마치 자신이 시체인 척 흉내를 냈다는 기록입니다. 가까이는 전설의 고향 속 '내 다리 내놔'도 비슷한 모티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선 국왕 문종이 부친인 세종대왕을 되살리기 위해 주술사를 불러들였다는 기록도 있고요."

한편 곽 작가가 소개한 다른 흥미로운 기록은 조지 로메르 이후 최근 만들어진 좀비의 이미지와 사뭇 비슷합니다. '등등곡(登登曲)'으로 전해지는 조선시대 가요에 얽힌 괴담입니다. <연려실기술> 등에 원전을 두고 있는데요. 임진왜란 전 조선 중기 한양에서 유행한 노래로 알려진 이 곡은 양가 자제 수 십, 수 백 명이 떼를 지어 마치 접신한 것처럼 며칠 동안 춤을 출 때 부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젊은이들이 떼로 몰려들어 웃다 울다를 반복하며 기괴한 소리를 내고, 정신이 나간 춤을 추는데 이 모습이 마치 무당이 팔짝 뛰는 모양 같다고도 하고, 사람을 땅에 묻는 동작 같다고도 묘사됩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반복됐던 이 퇴폐적인 기행은 마치 유행처럼 퍼져나갔는데 기이한 움직임을 두고 '나라 망할 징조'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14-16세기) 유럽 대륙에서 나타난 '무도광(Dancing Mania)' 현상과도 유사하다고 곽 작가는 언급합니다. 독일 역사가 야곱 코니쇼펜의 기록에 따르면 유럽 전 지역에 걸쳐 수많은 남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 착란의 상태에서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이한 형태의 춤만 추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신경질적인 춤'은 이를 지켜보던 청중도 끌어들였고, "농민과 기능공, 상인, 주부를 가리지 않고 각계의 사람들이 광기의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저주에 걸려 한 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빨간 구두> 계열 괴담에 영향을 준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곽 작가는 "비슷한 시기 밀, 보리, 귀리 등에 환각 등을 일으키는 '맥각병' 곰팡이가 유행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빵을 주식으로 삼는 서양과 달리 조선엔 밀로 만드는 '과자'에 접근이 가능했던 상류층 자제들만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라 전했습니다.

어쩌다? K-좀비

이처럼 현대 좀비의 이미지를 이루는 작은 조각들은 과거 동서양 국경에 구애되지 않고 발견됩니다. 그것이 좀비가 현재 전 세계인에게 통하는 '장르'가 될 수 있는 이유겠지요. 두려움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콘텐츠'가 됩니다. 때로 좀비는 말살해야 하는 '타자', 때로는 '배고픈 군중'이 되기도 하고, '자유의지를 상실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모바일이나 웹 게임에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좀비'가 등장할 때 사람들이 아무래도 죄책감을 가장 덜 갖는 게 아닐까요. 다른 형상을 한 동물이나 외계인보다도 훨씬 더 희열을 느낀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장 내 앞에서 없애버려야 할 나와 닮은 기분 나쁜 존재들이요. 그런 좀비기 때문에 아무리 개체가 수백, 수천 명씩 몰려들어도 몰살의 명분이 생기는 거죠."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유구한 괴물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좀비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곽 작가는 이렇게 답합니다.

'좀비'의 공포가 어디서 오는가는 한번 생각해 볼만합니다. 피가 솟구치고 살점이 뜯겨 신체가 훼손되어 나가고, 인간의 장기와 육신을 뜯어먹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는 존재. 이 존재의 무신경한 '잔인무도함'은 결국 우리 안에서 창조된, 그러면서 숨겨진 것이기도 합니다. 좀비를 뛰어넘을 다음 세대의 괴물은 누가 될까요? 어떤 괴물이 우리의 숨겨진 본성을 또 적나라하게 비출 수 있을까요?


■ 참고문헌

<살아있는 시체 좀비와 강시 캐릭터 비교 연구>, 안창현, 2017, 동아시아문화연구 제68집.
<괴물의 변화: '문화세대'와 '한국형 좀비'의 탄생>, 송아름, 2013.
<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2021, 워크룸 프레스.
<디지털 시대의 좀비와 비체적 포스트휴머니즘>, 박미영, 2020.
<좀비 자유주의: 좀비를 통해 자유주의 되살리기>, 이동신, 2014, 미국학논집.
<한국 웹툰 속 좀비 캐릭터의 서사 전략 변화 양상>, 오현화, 2020.
<파국의 기원과 멜랑콜리: 2000년대 한국 문화에 나타난 좀비 서사 연구>, 박하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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