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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x마부작침] 누가 와도 1위는 확정? 철옹성 동네 대해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 지역주의는 극복될까요?

[사실은x마부작침] 누가 와도 1위는 확정? 철옹성 동네 대해부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SBS 뉴스의 팩트체크팀 「사실은」과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명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려드리기 위한 취지입니다. 선거 때마다 판을 치는 허위·과장 정보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팀의 이경원 기자는 '해석'을, 「마부작침」팀의 배여운 기자는 '분석'을 맡습니다. 대선 직전까지 연재합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한 발짝, 한 발짝, 팩트에 다가가는 데이터 세상으로 함께 빠져보실까요?

마부작침 사실은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이번 대선 팩트체크를 위해 다양한 자료를 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역 감정' 혹은 '지역 편향'에 대한 분석을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유독 이번 대선이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현대 한국 정치사,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지역'일 텐데 말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역성'의 자리를 채운 건 그 자리를 채운 건 '세대', '젠더'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팀도 주로 세대와 젠더 문제에 관심을 두고 분석 기사를 써왔던 것 같습니다.

자연히 질문이 생깁니다. 한국 현대 정치사, 선거판을 좌지우지했던 '지역 편향'은 예전만 못한 걸까요? 서서히 힘이 빠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SBS 데이터저널리즘의 끝판왕 「마부작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일편단심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했던 지역, 이른바 '철옹성' 지역의 데이터 추이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제 믿고 보는 마부작침에 바통을 넘기겠습니다.

마부작침 사실은



마부작침 사실은

"지역 대결의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중략) ….
영남과 호남의 반쪽 지도자가 아니라,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과 화합의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2000년 4월 2일, 16대 총선 새천년민주당 후보 고(故) 노무현 당시 후보가 부산 합동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꽃길'을 버리고 '험지' 부산에 출마하며 '지역주의 타파'를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해보자는 도전이었는데, 과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바램은 20년이 지난 오늘 실현됐을까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발언이 있었던 2000년 이후 치러진 4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주의'가 만연한 철옹성 지역을 추적해봤습니다. 「마부작침」은 16-19대 대통령 선거(4회)의 250개 시군구 단위 개표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철옹성만 108개…대한민국 절반은 '지역주의'?

19대 대선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시군구 개수는 250개입니다. 여기서 2000년 이후 4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특정 이념을 띄는 정당 후보가 연속해서 1위를 수성한 철옹성 지역 몇 개나 될까요?

철옹성 지역을 쉽게 설명하면 가령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17대 이명박 후보, 18대 박근혜 후보, 19대 홍준표 후보가 그 지역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면 '보수 철옹성'으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연속해서 노무현(16대), 정동영(17대), 문재인(18대), 문재인(19대) 후보가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면 '진보 철옹성'으로 분류했습니다.

분석 결과, 여전히 철옹성 시군구는 108개(43%)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대한민국 전체 시군구의 절반가량은 어느 후보가 나와도 정당(이념)에 따라 득표율 1위를 차지한다는 뜻인데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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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수와 진보를 구별해 108개 시군구를 구분 지어 분석해보면 108개 철옹성 지역 가운데 보수 철옹성은 66개, 진보 철옹성은 42개로 6:4의 비율로 보수 철옹성이 더 많습니다. 시도별로 보면 보수 철옹성은 경북 24개(100%), 경남 16개(72.8%), 강원 9개(50%), 대구 8개(100%), 부산 3개(18.8%), 경기 3개(7.1%), 인천 2개(20%), 충남 1개(6.2%)로 나타났고, 반대로 진보 철옹성은 전남 22개(100%), 전북 15개(100%), 광주 5개(100%)였습니다.

경북, 대구, 전남, 전북, 광주에 속한 시군구는 모두 빠짐없이 단단한 이념 철옹성을 보여줬는데 단 한번도 지역주의 법칙이 어긋난 적이 없는 곳으로 대표됩니다.

눈여겨볼 지역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보수 철옹성 중에 하나인 충남 예산군입니다.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매번 당선자를 맞혀왔을 만큼 지역주의를 넘어선 유연한 이념성을 보이는 곳입니다. 괜히 '대선 바로미터'란 말이 나온 게 아닌데요. 실제로 저희 족집게 지역 분석 결과에서도 다수의 충청권 시군구는 역대 대선의 당선자를 족집게처럼 맞힌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예산군만 다른 민심을 보여줬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충남 예산군은 '보수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충남 전역에서 보수세가 제일 강한 지역으로 불립니다. 그 시작은 15대 대선도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처음 모습을 보이며 충남에서 전국 득표율 38.74%보다 적은 득표율 23.51%를 얻습니다(당시 김대중 후보 48.25%). 하지만 그 이전까지 전국 민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예산군은 유일하게 이 후보에게 42.97%의 득표율을 안겨주며 거센 보수의 바람을 타기 시작해,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회창 후보의 본적이 그 이유란 말이 유력합니다. 실제로 이 후보는 틈만 나면 예산을 찾아 예산이 자신의 '고향'임을 인식시켰다고 합니다. '지역주의'가 작동됐다고 봐야 할 부분이죠. 하지만 이 후보는 예산군에 살았던 적은 없고 이 후보의 아버지만 예산군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18대 대선부터 이 후보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보수 철옹성으로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건 쉽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이번 대선에서는 예산군의 보수 철옹성이 무너질까요? 아니면 더욱 단단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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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1, 2위 득표율 차이 최고 96%p…어디?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횟수가 아닌 득표율을 조금 더 따져보겠습니다. 이런 물음표가 생길 것도 같습니다. 1%p 차이로만 이겨도 철옹성으로 분류될 텐데 그걸 철옹성이라 부르기 애매한 것 아니냐고 말이죠. 맞습니다. 실제로 적은 득표율 차이로 철옹성 지역으로 분류하면 느슨한 분석일 겁니다. 하지만 득표율을 따져보면 실제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철옹성으로 분류된 108개 지역과 나머지 142개 시군구 1, 2위 득표율 평균을 분석해보면 철옹성 지역의 득표율 차이 평균은 50.37%p, 철옹성 아닌 곳은 5.4%p로 두 분류 지역 간 격차가 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16대 대선에서 전남 목포시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95.9%p차이로 가장 컸습니다. 반대로 영남권에서 경북 포항시를 보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2위 정동영 후보를 78.56%p차이로 이기며 굳건한 철옹성을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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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철옹성으로 분류되는 곳들은 피 터지는 승부를 통해 지켜낸 성격보다는 굳건한 이념의 철옹성을 보여주는 게 현 대선 판세에서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색이 점점 사라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런 철옹성도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을까요?
 

20대 대선…철옹성의 벽은 허물어지나?

동일한 후보와 판세가 아니기 때문에 동등 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지만 거칠게 분석해보자면, 최근 19대 대선(문재인-홍준표)에서 철옹성 동네의 1, 2위 득표율 차이 평균은 18.6%p로 20년 전 16대 대선(노무현-이회창)의 50.6%p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줄긴 했습니다.

이 수치는 대선의 성격과도 맞물려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19대 대선에서 보수 약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원, 부산, 경남 철옹성 지역의 득표율 차이는 확연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박근혜 탄핵 국면 속에서 전통적으로 보수로 분류되는 지역들까지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줬죠.

하지만 당시에도 경북과 대구 지역의 철옹성은 최고 경북 군위군 53.6%p까지 1, 2위 득표율 차이를 보이며 보수 후보인 홍준표 의원을 지지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한 곳은 전북 장수 46.1%p, 전남 순천 45.5%p 등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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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향도 줄었냐고 하면 다소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긴 합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4번의 대선에서 철옹성 지역의 평균 득표율 차이 평균을 보여주는데 16대 이후 선거에서 철옹성 지역의 1, 2위 득표율 차이 평균이 주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지역주의 극복을 기대해봐도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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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편향 문제가 분출하게 된 계기로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꼽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당시 후보는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상징됐습니다. 적극적으로 지역 감정을 이용해 유권자를 결집했고 그렇게 세를 키웠습니다. 군부 독재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성취했던 영광의 역사 그 이면에는, 지역 감정이라는 정치적 병폐를 동시에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역설적입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한국민주주의와 지역감정>(2019)에서 "한국에서 지역 감정이 지배적 갈등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이 매우 동질적인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지역성 말고는 상대적으로 다른 변수가 작용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유독 '세대', '젠더'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지역' 말고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규정 짓는 정체성은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선거의 분석 틀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결국, 수치 기준에서 지역 편향이 완화되고 있다는 이번 「마부작침」의 분석은, 지역 편향이 희석되고 있다는 뜻보다는, 다른 변수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징조'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다양한 정체성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갈등'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대선을 좌우할 결정적인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겼습니다.

SBS 「사실은」과 「마부작침」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분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분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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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원, 배여운 디자인 : 안준석 데이터분석 :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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