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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심석희, 2017년에도 최민정 밀었다"

[취재파일] "심석희, 2017년에도 최민정 밀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최근 중국의 <시나스포츠>가 '互相犯规!韩国短道速滑的内卷有多严重'(서로 반칙! 한국 쇼트트랙 내분은 얼마나 심각한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쇼트트랙 내부 갈등의 역사를 장문에 걸쳐 소개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 선수와 후배인 황대헌 선수의 라이벌 관계를 다루면서 2019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이 임효준에게 반칙을 해 실격한 사실, 임효준이 같은 해 대표팀 훈련 도중 후배 선수의 바지를 잡아당겨 징계를 받은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을 밀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장면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미 심석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을 일부러 밀었다는 의혹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21년 12월 8일 "A선수(심석희)는 당시 오른손으로 C선수(최민정)의 왼팔을 밀었던 사실을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며 "전문가 의견에 따라 이는 고의에 의한 행동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행동이 최민정을 일부러 넘어뜨려 메달 획득을 방해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보호 차원에서 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정을 민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나스포츠>가 최근 공개한 2017년 3월 세계쇼트트랙선수권 경기 영상을 보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보다 고의성이 더 짙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이자 라이벌인 최민정과 심석희는 나란히 여자 1,000m 준결승에 진출했는데 모두 6명의 선수 가운데 2명만이 결승에 진출하게 돼 있었습니다.

1바퀴 반을 남겨 놓고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1위, 최민정이 2위, 심석희가 3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최민정이 결승에 오르고 심석희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영상을 보면 심석희가 인코스를 파고들며 최민정을 오른 손으로 밀치는 동작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최민정은 밖으로 밀려났고 결국 6명의 선수 가운데 5위로 들어왔습니다. 심석희는 크리스티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권종오 취파 심석희 최민정

그러나 심판들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심석희의 실격을 선언했습니다. 반면, 심석희의 반칙으로 억울하게 5위로 들어온 최민정에게 결승행 티켓을 주며 구제했습니다.

<시나스포츠>는 한국 쇼트트랙의 내부 경쟁이 워낙 심한 데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 메달을 딸 경우 병역 특례를 비롯해 국가에서 주는 혜택이 엄청나고 '한국체대 파'와 '비 한체대 파'의 갈등까지 겹쳐 자국 선수끼리도 반칙을 일삼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나스포츠>는 임효준-황대헌, 최민정-심석희 외에 다른 한국 선수들끼리의 반칙 장면도 자세히 다루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획득한 금메달은 모두 31개입니다. 이 가운데 쇼트트랙이 딴 금메달은 24개나 됩니다, 쇼트트랙이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에 가장 빛나는 업적을 세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 뒤에 폭력, 성폭력, 승부조작, 파벌, 불법 도박 등 어두운 그림자가 오랫동안 드리운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언론이 우리의 치부를 드러낸 것은 몹시 불쾌하지만 이런 소리를 듣기 않기 위해서는 한국 쇼트트랙도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환골탈태해 새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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