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의 충격을 직격으로 받은 통가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아요. 올림픽 개회식에서 항상 통가의 전통 의상을 입던 국가대표 선수도 통신이 두절된 조국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기도 했더라고요. 부디 큰 피해가 없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통가의 해저 화산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해요.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진 화산이었는지, 통가의 피해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이 화산 폭발이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살펴볼게요.
1. 21세기에 발생한 가장 큰 화산 폭발
규모가 감이 잘 안 올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볼게요. 국제대회용 수영장의 규격이 길이 50m에 폭 21m, 깊이는 1.98m 이상이라고 해요. 계산의 편의를 위해 50m × 20m × 2m라고 가정해보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수영장의 부피는 2,000㎥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VEI-0의 기준이 1만㎥ 미만이니까 수영장 5개 부피 정도인 거죠. VEI-8의 기준은 5억 개의 수영장 부피가 터져 나오는 겁니다. 참고로 최근 1만 년간 가장 크게 분화했던 화산이 946년에 일어난 백두산의 분출인데 이게 7단계 급이에요. 아직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8단계는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지난주 토요일에 폭발한 통가 해저 화산의 규모는 5~6단계에 해당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력이었다는 평가도 내리더라고요. 이 수치대로라면 21세기 발생한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일 수도 있죠.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폭발력이 VEI-4 이상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VEI-5를 넘는 폭발은 매우 드문 폭발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부면 그 빈도를 시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거예요. 서기 1년부터 2020년까지 화산 폭발 규모별로 수치를 분석해보면 VEI-2 이하의 폭발이 전체의 81.6%로 압도적으로 많아요. 5단계 이상의 대폭발은 1.2% 밖에 되질 않죠.
다만 위의 그래프를 보면 최근 화산 폭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비교적 최근의 화산 폭발은 직접 관측이 가능했지만 과거의 화산 폭발은 토양 분석 등, 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해요.
2. 종로에서도 측정된 화산 충격파
1월 15일 21시 이후를 보면 산봉우리처럼 뾱 하고 올라오는 부분 있죠? 이게 바로 통가 화산 폭발 충격파의 여파입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관측소에서 저런 피크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참고로 화산이 우리나라 시간으로 15일 오후 1시 26분에 터졌으니 화산 폭발의 충격파는 7.7시간 만에 8,833㎞를 주파한 거죠.
전국의 모든 관측소 데이터를 수집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로 그려봤습니다. 기압의 변화를 지도 위에 그려보면 충격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위의 그림은 15일 저녁 9시부터 9시 40분까지의 기압 변화를 나타낸 겁니다. 1분 전의 기압과 비교했을 때 수치가 감소하면 빨간색으로, 증가하면 파란색으로 표시되도록 했어요.
9시 7분 즈음부터 보면, 부산 쪽부터 시작된 파란색 점이 북서쪽으로 올라가면서 파란색 띠가 한반도를 훑고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파란색 띠가 지나고 난 뒤엔 시차를 두고 빨간색 띠가 지나가는 게 보이죠? 서울 관측소의 그래프처럼 기압이 급격하게 상승한 뒤 다시 감소하는 모습이 전국의 관측소에서 관측된 겁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았어요. 미국도 같은 방식으로 시각화를 해보니 유사한 기압 변화가 관측됐죠.
3. 통가의 상황은
폭발이 발생한 15일 오후 6시 40분부터 통가의 인터넷 트래픽은 제로를 찍었고 여전히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위성 통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제한적이죠. 아래 지도는 오세아니아 지역의 해저 케이블 망인데 통가는 피지와 연결된 Tonga Cable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 케이블이 화산 폭발로 끊어진 걸로 보여요.
그래도 18일에는 통가 정부가 공식적인 피해 통계를 집계해서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3명. 다만 아직까지 통신 문제로 인해 집계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죠. 주변국들은 화산재와 화산 구름이 잦아든 17일부터 정찰 비행을 하면서 피해 규모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총리는 섬 전체에 퍼진 화산재가 물을 오염시킨 탓에 식수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수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요.
4. 화산 폭발이 지구 온도를 낮춘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폭발로 분출된 이산화황의 양이 무려 2,000만 t 이거든요.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만들어 낸 황산 구름이 당시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2.5%를 반사시켰어요. 황산 구름이 성층권을 떠다니면서 지구를 순환했고 그 영향이 1~3년간 지속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을 0.2~0.5℃ 정도 떨어뜨렸죠.
아래 그래프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과의 차이를 그린 건데 VEI-5 이상의 폭발이 있고 난 후 30년 평균치 기온보다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이번 폭발도 지구 평균 기온을 낮출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측정한 바로는 통가 화산에서 터져 나온 이산화황의 규모가 40만 t 정도인데, 피나투보 화산과 비교해보면 1~2% 수준이라 기후 영향을 주기엔 미미하다는 분석이 많아요.
"황산 구름이 태양광선을 차단한다고? 그렇다면 이걸 활용해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고려되는 연구입니다. 인공적으로 성층권에 황 입자를 살포해서 황산 구름을 형성하자는 거죠. 2017년 미국의 국립대기연구센터에서는 입자 1조(!) g을 뿌리면 지구 평균 온도 0.2℃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원래 대기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이 추가되는 거다 보니 강수를 포함해 전반적인 기상 패턴이 바뀔 가능성이 있거든요. 즉, 이상 기후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 대분화(VEI-7) 이후 1816년부터 1817년까지 유럽과 북미에선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 없는 해로 기록되기도 했어요. 게다가 황산 구름이 지표면은 식히지만 성층권을 달구는 효과가 있어서 오존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남극의 오존층 구멍이 역사상 가장 거대해지기도 했죠.
5. 우리나라는 안전한 걸까?
한반도 주변에도 활화산이 분포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화산 폭발의 직접적인 피해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에요. 다행히 한반도에는 분출 위험성이 높은 화산은 없어요. 한반도에는 제주도, 울릉도,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분류돼 있는데 제주도와 울릉도는 마지막 분화시기가 각각 5,000년, 1,000년 전이고 뚜렷한 활동 징후도 없거든요. 가장 최근에 분화한 화산은 백두산으로 마지막 분화가 1925년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화산이 분포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산이 분포돼 있는 나라는 1위가 미국, 2위가 인도네시아, 3위가 일본, 4위가 러시아입니다. TOP 4 국가들 모두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다행히도 그 화산들이 모두 우리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아요.
국내 한 연구(한반도 주변 화산의 분포 : 국내 영향 가능성을 중심으로, 2016)에서는 VEI, 화산의 활동성 등 4가지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29개의 화산을 선별했는데, 그중 백두산과 울릉도를 제외한 27개의 화산이 모두 일본에 위치해있어요. 27개의 화산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화산은 아이라 칼데라 화산입니다.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 반도에 위치한 칼데라 화산인데 현재까지도 화산 활동을 펼치고 있죠.
통가를 향한 온정의 손길
전 세계에서 통가를 향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부뉴스도 하루빨리 통가의 상황이 잘 수습되고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계속해서 통가 화산 상황을 지켜보고, 함께 공유하면 좋을 정보가 있다면 다시 한번 통가 특집으로 찾아올게요. 통가 화산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오늘 마부뉴스를 공유해주는 건 어떨까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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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