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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 떨던 치매 노인…이웃 관심에 가족 품으로

<앵커>

새해 따뜻한 소식 준비했습니다. 며칠 전 치매를 앓는 한 노인이 영하의 강추위에 외투도 안 입은 채로 집을 나왔다 길을 잃고 떠도는 일이 있었습니다. 꼬박 하룻밤을 거리에서 버텼는데, 자신의 외투와 모자를 벗어주고 경찰에 신고한 이웃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한참을 달리던 순찰차가 멈춘 곳에 한 노인이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있습니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떠는 노인은 경찰에 바로 구조됐습니다.

외투도 입지 않은 채 집에서 사라진 이 노인이 거리에서 버틴 시간은 28시간.

노인을 그냥 지나치는 수많은 행인의 모습도 CCTV 영상에 담겼는데, 당시 수도권 날씨는 영하 9도를 밑돌았고 눈까지 내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 노인은 일용직을 하던 아들이 어려운 형편 속에 홀로 돌보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은 최근 일도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봤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합니다.

[이 모 씨/실종 노인 아들 : 잠깐 그 사이에 패딩 신발이 없어졌더라고요. 갑자기 딱 보니까 그래서 아차 싶었죠. 영하 10도 넘어간다는데. 잠바라도 입고 나갔으면 괜찮겠다 (싶은데) 그냥 나갔대요. 겁이 났죠.]

실종 신고도 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뒤 어머니를 찾아 거리를 헤맨 지 이틀째.

어머니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못 보던 외투와 모자를 입은 채였습니다.

[이 모 씨/실종 노인 아들 : 듣도 보도 못한 녹색 패딩이 있는 거예요, 모자도 쓰고. 딱 만져보니까 덜덜덜덜 떨고 있더라고요. (전기장판에) 눕히니까 30분을 내내 그냥 자더라고요.]

아들은 어머니를 살린 이웃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모 씨/실종 노인 아들 : 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20년을 엄마랑 나랑 같이 살거든요. 좀 애틋하죠. 저랑 엄마랑. 외면하지 않고 패딩에 모자까지 씌워서 신고까지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이 따뜻한 이웃을 SBS 취재진이 만나봤는데요,

[라판임/신고자 : 티 하나 입고 그냥 바지 하나 입고 이렇게 오그리고 앉아 계시지. (아들이) 리어카 끌고 나 데리고 올 거라고 그러는 거예요. 추운데 어떡해. (제 옷) 갖다 드린 거죠. 입혀 드린 거죠.]

아들의 감사 인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라판임/신고자 : 걱정이 되잖아요 추운데… (감사하다고 꼭 좀 전해달라고…) 고맙습니다.]

차가운 날, 거리를 떠돌던 노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이웃의 관심으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의 온기 속에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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