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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리에 총 겨누며 "장전됐을까?"…현실판 D.P

<앵커>

얼마 전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가 많은 관심을 받았지요. 국방부에서는 지금의 병영 현실과는 다르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는데, 하지만 가혹행위와 관련한 군 법원의 최근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견디기 힘든 실상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군 법원 판결문에 나온 가혹행위 사례들입니다.

경계 근무 중 선임병이 후임병 다리에 총을 겨누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총기가 장전됐을까, 안 됐을까?"

탄창을 반쯤 끼워 넣고 노리쇠를 왔다 갔다 했다는데, 방아쇠를 당겼을 때 후임병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겠죠.

"넌 나의 노예다",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자 주먹으로 스무대를 때린 사례도 있습니다.

커터칼을 향해 달려오도록 해 배를 찌르거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묶는 '폭행', 수시로 젖꼭지를 만지는 '추행', 햄버거 쌓듯 침대 위에 포개 눕도록 시키는 '가혹행위'는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언어폭력'도 빠지지 않았고 '금전적 괴롭힘'까지 있었는데,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후임에게 "나이 먹고 긁는 거 하나 못 참냐"며 욕설을 퍼붓고 휴대전화를 뺏어 온라인 도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군사법원 판결문

전문기관이 군필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0명 중 7명이 가혹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과거 군대에 물리적 폭행이 많았다면, 최근 군에 다녀온 젊은 층들은 정신적 괴롭힘, 욕설 등을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군 당국은 정신적인 괴롭힘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왔는데, 인권 감수성이 훨씬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단순한 폭력 사고 숫자가 줄었다고 상황이 개선됐다고 오인하고 있습니다.]

군 당국은 사고통계 등을 근거로 "인권상황이 개선됐다"고 말하지만, 괴롭힘의 양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병영문화 관리방안도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김선탁, CG : 강경림·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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