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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죽고 탈출하다 죽고"…선감학원 진실 밝힌다

<앵커>

경기도 안산 대부도 근처에 선감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외딴 섬이었는데, 이곳에 부랑아 수용 시설이라는 명목으로 40년간 운영된 '선감학원'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군사정권 시절까지 수천 명의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에 시달렸고, 당사자들은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조사를 시작하는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선감학원의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을 벌입니다.

하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무성하게 솟은 잡초들. 묘역을 밟지 말라고 쓰인 다 헤진 표지판.

그사이 가까스로 조그만 봉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선감도에서 탈출하려다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묻힌 곳입니다.

[혜법 스님/선감학원 피해자 : 죽지 않으면 맞아야 하니까, 죽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나간다는 자체는 바로 목숨하고 바꿀 수 있는 희망이에요.]

1969년, 8살이던 혜법스님도 선감학원에 끌려왔습니다.

[혜법 스님/선감학원 피해자 : 동생이 태어나서 밖에 나가 놀으라고 해서, 애들하고 놀다가 차가 와서 붙들려 가게 된….]

영문도 모른 채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소년.

첫날부터 매질이 시작됐습니다.

[혜법 스님/선감학원 피해자 : 가만히 있으니까 발로 막 차는 거라. (나무가) 몇 개씩 부러지도록 맞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린 나이에.]

아이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됐습니다.

가까스로 탈출해도 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진각/안산지역사연구소장 : 자기 집을 찾지 못해서 다시 또 잡혀들어옵니다. 사회에 나가서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이 전혀 시행되지 않았어요.]

진실화해위원회는 선감학원 사건을 포함해 진상 규명이 필요한 300여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합니다.

정근식

[정근식/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아동 수용 시설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고, 진실을 밝혀 드리고 하는 게 (우리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4년간 조사 활동을 벌인 뒤 2010년에 해산했는데, 아직 밝혀내야 할 인권 침해 사건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출범하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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