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굴삭기 기사가 경기 연천군에 있는 하천에서 작업을 하다가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하천 바닥에 전쟁 시 적의 전차를 깊이 빠트리는 군 시설물이 설치돼 있던 건데, 당시 작업에 나선 굴삭기 기사에게는 이런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찰 과학수사대가 굴삭기 운전석 주변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굴삭기 운전자 55살 최 모 씨는 어제(6일) 사고가 난 이후 가족 품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달 24일부터 하천 정비 사업에 투입됐는데 물속에서 폐기물을 파낸 뒤 옮기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최 씨의 굴삭기는 어제 아침 '탱크 함정'이라 불리는 대전차장애물 위로 올라섰는데 굴삭기가 옆으로 넘어졌습니다.
하천에 빠진 최 씨는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마을 주민 : 바닥을 깊이 파고 콘크리트 위에 뚜껑을 덮었어요. 여기 왔다 갔다 농사짓는 사람은 알고 있어요.]
이런 대전차장애물은 연천군에만 6개가 있습니다.
전쟁이 났을 때 적군의 전차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20t이 넘는 전차가 위를 지나가면 부서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사고가 난 굴삭기의 무게만 30t이 넘는데요, 이처럼 대형 중장비가 이 일대 하천을 지나가면 안된다라는걸 알리는 경고문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군청도, 공사 담당자도 이런 시설이 있다고 최 씨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지점에서 약 700m 떨어진 안내판에 쓰여 있는 게 전부입니다.
[조창숙/유가족 : 제가 군청에 (실종 당일) 저녁에 '당신들 이거 알고 있었잖아. 알고 있는데 왜 얘기 안 하고, 표지판 하나도 안 세워놨느냐' 거기에 대해서 아무 말을 못 해요. 죄송하다는 말밖에 안 하고…]
경찰은 공사 담당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인필성,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