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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김종인의 '독설 정치'…'윤석열 쟁탈전' 서막 열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순항할 것 같았던 야권이 요즘 무척 어수선합니다. 국민의힘에서 대표와 원내대표를 새로 뽑는 당권 경쟁이 시작된 측면도 있지만 더 큰 분란의 진원지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이튿날인 지난 8일 약속했던 대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났습니다. 퇴임사에서 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비판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돌았는데 그 다음 주부터 잇따라 언론 인터뷰를 갖고 국민의힘을 향해 독설을 내뿜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당권 경쟁에 들어간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혹평하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가 일방적으로 한 말이지 나는 개별적으로 입당하면 받아준다고 했을 뿐 합당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합당은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합당에 적극적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기 위해 뒤로 작당을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힘 내부에서 가장 경악한 대목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외부의 대선 후보가 새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거기에 국민의힘이 합세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전 총장에게 서둘러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말고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 대선에 나서라고 훈수를 둔 것입니다. "지난 주 김 전 위원장과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금태섭 전 의원의 만남이 언론에 노출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조찬 회동하는 금태섭-김종인

80대 노정객인 김 전 위원장은 "이제 정치를 그만하려고 한다"면서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내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도와줄 용의가 있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는데요. 이 역시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으면 자신에게 빨리 와서 도움을 받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금 예상을 뛰어넘는 독설로 국민의힘을 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주도권 경쟁, 특히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윤석열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노련한 김 전 위원장이 주도권 선점을 위해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당의 권력 공백기를 틈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겁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일부 중진 의원들과 원로들이 안철수 대표를 배후 지원하며 자신을 흔들려고 했다는 김 전 위원장의 판단이 선제 공격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잡기'에 성공하면 '김종인 키즈'로 불리는 일부 초선의원들을 끌어내려할 것"이라며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실명까지 거론되며 직격탄을 맞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깨지지 않도록 노력했을 뿐 특정인을 도운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비교적 점잖은 대응입니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정치 거간꾼"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말을 바꾸어도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인지부조화부터 치료받으시는 것이 급할 것 같다"고 쏘아붙였습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일 때는 '국민의힘 중심'을 외치다가 퇴임하자마자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김 전 위원장의 언행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인데요.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홍준표 꼬붕'이라는 말까지 들어서 독설로 맞받은 것 같습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김 전 위원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는데요. "독자노선으로 가야 한다는 말은 단언컨대 이간질"이라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와 경선에서 승리해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면 그 순간부터 대선 때까지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위한, 윤석열에 의한, 윤석열의 정당'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쟁탈전'에 불이 붙었는데 정작 윤 전 총장은 정치 참여 선언도 하지 않은 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도 묵묵부답입니다. 그는 조직과 자금 등 선거 인프라를 갖춘 국민의힘과 새로운 정치 세력 구축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양쪽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묘수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의 선택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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