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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간부는 죽어서도 대우 받는다?"…중국의 '관본위'와 인민 평등

중국 칭밍제 연휴가 끝난 지난 6일 장쑤성 창저우시의 한 공동묘지가 중국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 묘지에 ''간부구역(幹部區)', '화교구역(華僑區)'이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며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당과 정부의 간부들만 묻히는 묘역이 따로 있냐며 "죽어서도 더 뛰어난 사람이 있나", "죽으면 모두 평등해지는 것 아니었나", "간부들은 항상 회의를 해야 하니 이해할 수 있다"는 비난과 조롱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중국 바이두

논란이 커지자 공동묘지 관리 담당 부서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묘지는 1984년에 설립됐는데, 회민(回民 : 회족·회교도)구역, 화교구역 등이 있었습니다. 이후 화장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정부 주도로 많은 유골을 이 묘지에 안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간부들의 유골이 많이 묻힌 곳이 생겼는데, 주민들이 그곳을 간부구역이라 불렀고, 올해 공원묘지로 바꾸면서 그동안의 습관에 따라 표지판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담당 부서는 오해를 불러온 표지판을 철거하고 다른 명칭을 붙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중국 양청완바오

해명을 받아들이는 중국 네티즌들도 많았지만, 일부는 "간부 구역의 풍수를 확인해 봐야 한다", "주택 분배와 의료 등에서도 간부와 서민의 차별은 심하다"며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또 최근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겨냥해 "중국은 세계에 남들보다 더 뛰어난 국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써 놓거나, "이번에도 직원들의 실수 탓이라고 할 것이냐"고 지적도 나왔습니다.

출처 : 중국 칭넨바오

이 논란에 앞서 지난달 광시성 난닝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식목 행사를 하면서 해당 지방정부는 '처급 지도자 식수 구역'을 정해 놓고 그 앞에 커다란 간판을 세웠습니다. 간판 옆에서 흰 장갑을 낀 지도자들과 옆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찍힌 영상이 인터넷에서 회자되며 "나무 심는 것도 등급을 나누냐"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담당 직원이 업무에 대한 이해가 철저하지 않았다. 업무상의 실수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여 죄송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명은 더 큰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네티즌들은 "직원 혼자 표지판을 세우는 결정을 했겠느냐", "전형적인 관료주의와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했고 관영 CCTV도 "현장에서 지도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 중국 신화바오예왕

공산당과 정부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서 관(官)을 중심에 두는 '관본위(官本位)' 현상은 뿌리 깊은 문제입니다. 관본위는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식이 돼, 공직에 있는 동안 3천억 원대 뇌물을 받은 라이샤오민 전 화룽 자산관리공사 회장 사건처럼 때로는 심각한 부패로 이어지고, 관얼따이(관료의 2세), 취엔얼따이(권력자의 2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층 세습 현상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부패 척결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인민에 대한 당과 정부의 봉사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본위와 부패, 빈부 격차로 커져가는 서민들의 불만과, 각 방면에서 터져 나오는 평등에 대한 욕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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