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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7년" 벼농사 짓는다더니…보상 노린 나무만 '빽빽'

<앵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은 시흥에 땅을 사면서 벼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벼 대신에 시중에서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나무를 사서 그 땅에 빽빽하게 심었습니다. 새로운 투기 수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직원들이 뭘 노린 건지,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시흥 과림동 땅.

2019년 6월 LH 직원 5명은 이 땅을 두 필지로 나눠 샀습니다.

농지취득 증명서와 경영계획서를 시청에 내면서 벼농사를 본인이 직접 짓겠다고 신고했습니다.

농사 경력을 7년이라고 적기도 했는데 LH 직원이라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직업란에 회사원으로 적은 사람도 있지만, 아예 비워둔 직원도 있습니다.

허위 신고는 농지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지만, 사실상 검증은 없습니다.

[시흥시청 관계자 : 아예 농사를 짓느냐 안 짓느냐 이걸 따지는 거지 조금 (농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거를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은 미흡합니다.]

이들이 실제 심은 건 용버들 나무입니다.

[조경업자 A : (용버들 나무는) 수요가 없어요. 나무 시장에서 한 번도 팔아본 적도 없어요.]

조경업자들은 관리 없이도 수년간 버틸 수 있고 특히 3~4년 안에 크게 자라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조경업자 B : (면적 대비) 굉장히 좀 많이 심은 거죠. 그럼 빨리 보상이 난다고 봐야 돼요, 한 3~4년 안에.]

묘목은 나무를 옮기는 이전 비용이나 취득 가격으로 보상받게 되는데 나무가 클수록 이전비가 많이 나옵니다.

조달청 가격정보에는 3m 용버들 나무의 경우 최소 6만 4천 원에서 최대 28만 원 정도로 나오는데 몇천 원짜리 묘목을 심어만 두면 관리 없이도 수십, 수백 배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겁니다.

[강기영/토지보상 전문 행정사 : (용버들 나무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그래요. 이전비 산정받기 위해서 쉽게 안 죽어야 됩니다. (용버들 나무는) 개체가 빨리 자생해서 (선택한 것 같습니다.)]

개발 이익뿐 아니라 보상도 최대한 많이 받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투기 정황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김용우,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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