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강제수용소 비서로 학살 방조"…독일 검찰 95세 여성 기소

독일에서 95세 여성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 지휘관의 비서로 일하면서 유대인 등의 학살 1만여 건에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독일에서 최근 수년간 여러 강제수용소 경비병이 학살에 조력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사령관 비서가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독일 이체회 지방 검찰청은 95세 이름가르트 F씨를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독일 NDR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습니다.

독일 프라이버시 법에 따라 그녀의 이름 전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름가르트는 지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1만 건 이상의 살인에 대한 방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국경 밖에 세워진 첫 강제수용소였던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는 6만 명 이상의 유대인과 폴란드 유격대원, 구소련의 전쟁포로가 학살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름가르트는 수용소 지휘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재직하면서 강제수용소에서의 살인을 지원했습니다.

검찰은 "강제수용소의 일상적인 작동에 이름가르트가 졌던 구체적인 책임에 대한 것"이라고 기소 이유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이름가르트는 최근 수년간 핀네베르크 지역의 요양원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 역사학자로 나치 시절 여성 행정가들에 대한 책을 쓴 레이철 센추리는 뉴욕타임스에 "이들 여성의 대부분은 유대인의 박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일부는 그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온당하다"면서 "일부 비서들은 역할 상 다른 이들에 비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더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름가르트는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로 일했고, 강제수용소에서의 학살에 대해서는 전쟁이 끝난 후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독일 검찰은 지난 수년간 여러 나치 강제수용소 경비병들을 역시 학살 방조 혐의로 기소한 바 있습니다.

독일 함부르크 법원은 지난해 7월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근무했던 나치 친위대 소속 브루노 D.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