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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 보호자가 알아야할 것들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인-잇]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 보호자가 알아야할 것들
지난 2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라고 발표한 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 총리가 언급한 감염 사례는 얼마 전 집단감염이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에서 기르던 새끼 고양이의 사례로 알려졌다. 코로나에 감염된 모녀가 기르던 고양이 3마리 (어미 고양이 1마리와 새끼 고양이 2마리) 중 새끼 고양이 1마리가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에 앞서 반려견에서 먼저 양성 사례가 포착됐다. 지난 19일 경기도의 한 동물병원에서 확진자가 기르던 반려견 (5년령 수컷 프렌치 불독)이 동물용 코로나 신속 항원 진단키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다. 최초 양성 반응 이틀 후에 진행된 재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을 나타낼 정도로 감염이 강력히 의심됐지만 해당 키트가 정식 품목 허가 전 일선 동물병원에서 검증 중이었다는 점과 PCR 검사를 앞두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수의계 일부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 국무총리가 직접 반려동물 감염 사례를 언급하면서 반려견의 코로나 양성 사례도 함께 알려지게 됐다.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오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감염 사례는 2마리로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 사례가 처음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동물도 감염이 되는 거였어?"라며 놀라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 마리의 동물 감염 사례가 나왔다. 세계동물보건기구 OIE에 따르면, 올해 1월 초까지 전 세계 23개국에서 총 412마리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26일 홍콩 리다오 구에서 개 1마리가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남아공, 독일, 러시아, 그리스, 스페인, 슬로베니아, 일본 등에서 동물 감염 보고가 이어졌다. 개가 32마리, 고양이가 46마리 감염 됐으며 이 외에도 표범, 사자, 호랑이, 퓨마, 고릴라 등에서도 감염 보고가 있었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밍크 사육 농장에서 밍크 대량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밍크 농장에서 밍크의 폐사율이 높았고, 밍크에서 사람으로의 전파를 의심할 수 있는 사례도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반려동물과는 상황이 다르다.)

홍콩, 미국 등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코로나 검사가 이미 상용화됐다. 홍콩에서는 확진자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면 해당 동물에 대해 꼭 검사를 실시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반려동물 코로나 검사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반려동물 검사를 확대하면 감염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동물 감염 사례는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발생했다. 사람이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경우고, 그 반대의 경우(동물 → 사람)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혹시나 동물이 나에게 코로나를 옮길까 두려워하며 동물을 유기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유기해서도 안 되겠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중국에서 동물이 사람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까 봐 반려동물을 대거 버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일부 반려동물에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경우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별 증상의 악화 없이 회복했다. 개보다 고양이에서 임상 증상이 더 잘 확인되고, 일부 실험에서 고양이 간의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으나, 극단적인 환경에서 실험한 경우이므로 일상 생활에서 고양이간 전파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반려동물의 코로나 감염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고, 바이러스 변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아래 사항들을 기억해두자.

1) 반려동물 → 사람으로의 코로나19 전파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막연한 두려움에 반려동물을 버리지 말자.

2) 반려동물을 만지기 전후로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한다.

3) 반려동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집에서 같이 살지 않는 모든 사람 및 다른 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자.

4) 반려견 유치원, 반려견 놀이터 등을 이용하지 못해 사회적 활동이 줄어든 반려견을 위해 집에서 다양한 놀이 장난감으로 놀아주자.

5) (보호자에게)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동물과 접촉하지 말고, 다른 가족이나 친구에게 반려동물 관리를 부탁한다.

6)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동물을 맡아줄 사람이 마땅히 없다면 지자체의 '반려동물 임시보호 서비스'를 이용하자. (일부 지자체에서 가능)

7) 코로나19 환자 또는 의심자와 접촉한 뒤 반려동물이 아프다면 동물병원에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전화로 먼저 예약하고 상황을 설명하자. 그래야 동물병원이 별도 진료실을 마련하고 다른 동물환자 진료 예약 시간을 바꾸고 사전에 소독을 하는 등 대비할 수 있다.

8) 코로나19 동물 감염 관련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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