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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능 대세' 박세리의 솔직 토크…"너무 바빠 소개팅도 못 해요"

"너무 바빠서 소개팅 제안받고도 못 만나…잘 먹고 재미있는 사람 좋아해요"
"예능 방송 출연 아무리 바빠도 본업은 골프…더 많은 사람에게 골프 알리는 게 보람"
"도쿄올림픽 제일 중요한 건 건강과 안전…열리기만 하면 남녀 동반 메달도 기대"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박세리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은 요즘 '예능의 블루칩', '예능 인싸'로 불립니다. 지상파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현재 고정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만 5개인 데다 골프 유망주 육성, 사업 미팅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선수 때 보다 훨씬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30분 단위로 계획을 짜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녀와 인터뷰 약속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그녀의 강남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앞서 다른 매체와 1시간 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박 감독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고 다음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내내 에너지 넘치고 웃는 얼굴로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예능 방송을 통해 골프라는 스포츠를 더 많은 국민들에게 폭넓게 알리고 싶다는 박세리 감독. 골프 유망주 육성에 대한 비전과 함께 와인 사업을 하게 된 계기, 술을 좋아해 '잘 먹고 술도 좀 할 줄 아는' 남자 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대놓고 '공개 구혼' 한 그녀의 '솔직 토크'를 전합니다.
박세리

Q. 요즘 방송 출연에 언론 인터뷰, 비즈니스 미팅까지 아주 바쁘실 텐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월 화 수 목 금 금 금…주 7일 근무하고 있습니다.(웃음) 주 4~5일은 고정 프로그램 녹화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촬영하고 녹화 없는 날은 미디어 인터뷰 하고, 사업 관계자들과 회의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일주일, 한 달… 시간이 잘 가네요. 몸은 바쁜데 마음은 즐겁고 행복해요. 선수 시절에는 접하지 못했던 세계를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게 재미있고, 새로운 일 하면서 새로운 분들 만나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도 많더라고요."

Q.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골프 선수일 때는 팬의 연령대가 어머니 또래나 어르신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젊은 층 팬들이 꽤 많아졌어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시더라고요. 10대~20대, 심지어 어린이들도 많이 알아보고. 지금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은 '골프 선수' 박세리가 아니라 예능 방송에 나오는 박세리예요. 그래도 그들에게 제가 골프 선수였고 골프가 어떤 스포츠인지를 알려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Q. '골프여제', '골프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요즘엔 '리치언니', '센언니' 로 바뀌었는데,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의 이미지로 회자되는 게 혹시 불편하진 않으세요?

"저도 좀 보수적이라서 그런가?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너무 예능 쪽으로만 얘기하면 약간 그게 불편하더라고요. 골프라는 본업은 따로 있는데 본업을 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 방송 활동 많이 하고 있지만 항상 머릿속에는 시청자들에게 '골프'를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는 스포츠로 알리려는 의도가 있어요. 다른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골프를 매개로 재미있는 게임도 할 수 있는 거고."

박세리

Q. 예전 '정글의법칙' 출연했을 때 나뭇가지를 꺾어서 만든 막대기로 친 공을 목표물에 맞혀서 모두 깜짝 놀랐는데, 전에도 골프채가 아닌 걸로 공을 쳐 본 적 있으세요?

"물론 없죠. 나무로 공을 칠 생각을 어떻게 했겠어요? 사실 그때 방송 녹화하면서 저도 놀랐어요. 진짜 맞을 줄 몰랐어요. 그게 골프채가 아니라 야생 나무로 촬영 현장에서 족장 김병만 씨가 만든 거예요. 자꾸 치면 나무가 깨질까 봐 연습을 많이 할 수도 없었어요. 시도하기 전에 공이 진짜 날아가는지 보기 위해 딱 두 번 쳐보고 바로 미션에 들어간 거예요. 그때 진짜 이건 불가능하다,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맞히냐고 했는데 세 번 시도 만에 딱 맞았잖아요. 저도 참 신기하더라니까요. 진짜 몰입하면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운동선수들은 순간의 몰입도가 이렇게 생기는 것 같아요."

박세리

Q. '집사부일체' 출연 중에는 출연자들과 함께 골프장에 가서 아이언 샷을 깃대에 바로 맞히는 장면으로 또 한바탕 현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는데? 요즘도 골프 연습을 좀 하시나요?

"아뇨, 저 은퇴하고 나서 채를 거의 안 잡았어요. 그때도 얼마 만에 골프채를 잡은 건지…. 그냥 촬영한다고 해서 연습도 없이 나간 거라 혹시 창피하게 망신당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드라이버 티샷이 똑바로 가더라고요. 그리고 홀까지 70야드 정도 남았는데 웨지 샷 쳤을 때 제 표정 보셨어요? 감이 좋았는데 핀을 딱 맞히는 순간, 너무 희한하더라고요. 선수 때도 잘 못 맞혔던 핀을 바로 맞히다니…. 저도 깜짝 놀랐어요. 방송 카메라만 돌면 희한하게 그런 뭔가가 생기는 것 같아요."

Q. 방송 활동에 아무리 바빠도 '본업은 골프'라고 하시더니 결국 '기-승-전-골프' 인가요?

"제가 '바즈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목적 중에 가장 큰 부분이 골프 유망주를 발굴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는 교육 사업이거든요. 스포츠와 교육을 병행하는 아카데미 학교를 만드는 게 저의 가장 큰 꿈이어서, 녹화가 없는 날 관계자들과 미팅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같이 나누고 상의하면서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어요. 골프 사업 관련해 후배들한테도 좀 더 많은 길을 열어주고 싶기도 하고요. 운동선수가 은퇴하고 나서도 더 많은 영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런 생각들이 방송 녹화를 하면서도 항상 머릿속에 꽉 차 있어요."

Q. 바즈 인터내셔널에서는 와인 사업도 하던데?

"제가 선수 시절부터 와인을 워낙 좋아했어요. 처음엔 맛이 있다 없다 감별하는 수준이었는데 와인을 알면 알수록 그 세계가 무궁무진하고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전문가에게 와인에 얽힌 스토리를 들으면서 마시면 정말 더 맛있는 거죠. 와인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무렵 우연히 사업 기회가 찾아와서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까지는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와인을 수입하는 업체와 계약해서 'SERI WINE'을 시장에 내놓았었는데, 이젠 미국 와인 쪽으로 새 업체와 계약 추진 중이에요. 차차 전문적인 안목이 생기면 앞으로 제 이름을 내걸고 한국 최고의 명품 와인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방송에서 보면 와인 말고도 술을 참 골고루 좋아하시던데?

"(끄덕끄덕) 말 그대로 '애주가'죠. 제가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니까 종종 음식에 맞춰 한두 잔씩 곁들여요. 많이 마시진 않는데 음식을 같이 먹다 보니까 살이 쪄요.(웃음) 그래서 요즘 다이어트하고 있어요. 다이어트 시작한 지 2주 됐나? 아직은 체중보다 붓기가 먼저 빠지는 것 같아요. 이제 체중도 줄여야죠.(웃음)"

Q. 코로나19 때문에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이 올해 열린다면 목표는 2회 연속 금메달인가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 땄을 때, 감독으로서 느꼈던 희열과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근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요. 다시 도쿄올림픽 감독을 맡아서 연속 두 번을 하게 됐는데 아주 영광스럽지만 또 부담스럽기도 해요.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한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숙소나 음식, 동선 같은 걸 잘 챙겨주는 도우미 역인 것 같아요. 이번 도쿄올림픽은 무엇보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에요. 실력으로만 보면 단연 대한민국이 넘버 원이죠. 현재 세계랭킹 1위 고진영부터 2위 김세영, 3위 박인비까지 톱3이 다 한국 선수들이고 세계 15위 이내에도 한국 선수가 7명이나 있잖아요. 당장 지금 기준으로 따져보면 4명의 선수가 나갈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미국도 15위 이내 선수가 3명뿐이어서 최대 3명까지만 나갈 수 있죠. 출전 자격이 결정되는 6월 말까지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잘 유지하기만 해도 국민들께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코로나죠. 아무래도 불안 불안해요. 미국 LPGA 투어를 뛰는 선수들은 랭킹 포인트를 쌓기 위해서 계속 대회에 나가고, 비행기로 이동할 거고, 그러다가 혹시 누가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되고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골프가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여자부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 세계 최초로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메이저 4개 대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남자부는 2명이 출전해 안병훈이 공동 11위, 왕정훈이 공동 43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후 임성재, 김시우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와 도쿄에서는 남녀 골프 동반 메달도 노려볼 만 하다는 기대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PGA 통산 2승을 올린 김시우(26세)는 에 2017년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으로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았고, 임성재(23세)도 지난해 혼다클래식 우승과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준우승으로 '월드클래스'의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올림픽이 올해 열린다면 메달 후보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남녀 동반 메달 가능성 충분히 있죠. 남녀가 올림픽에서 같이 메달을 따준다면 그것보다 더 한국 골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일은 없겠죠. 이젠 전혀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고 봐요."

맨발의 박세리 선수가 1998년 외환 위기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US오픈 투혼의 우승으로 감동과 희망을 줬듯이, 23년이 지나 이번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쁨과 희열을 줄 수 있을지, 일단 도쿄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전제로 박세리 감독은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 환한 빛이 더 강렬해 보이듯이 힘든 시기일수록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우리 선수들이 코로나 방어를 잘해서 무탈하게 올림픽 무대에 선다면 결과는 국민들 바람대로 좋은 성적 나오지 않을까요? '금-은-동' 다 따면 더 좋고 (웃음)"

Q. 개인적인 얘긴데, 혼자 살면 외롭지 않나요?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해요. 박세리는 비혼주의자, 독신주의자 아니냐고. 절대 아니거든요. 남자 친구를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이 핑계라면 핑계가 될 수 있는데 너무 바쁘니까 이렇게 혼자 사는 게 생활이 돼버린 거죠. 작년 연말에는 소개팅 제안이 몇 개 들어와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못 만났어요. 코로나19 거리 두기 단계 강화되고 일도 바쁘고 그러다 보니까 그냥 외로울 틈이 없는 거죠. 에이, 나이 더 먹으면 그냥 살아야지 뭐."

박세리

Q. 혹시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일단 상대방이 먼저 대시하면 전 잘 끌려가요. 정말 친구 같은 사람, 재미있는 사람 좋아해요. 다 같이 여럿이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분위기 이끄는 사람 그런 사람 좋아요. 앞에 앉아있는데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한 사람은 불편하죠. 그리고 중요한 건 제가 먹는 거 좋아하니까 같이 잘 먹고 술 매너도 괜찮은 사람이면 오케이죠. 아,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대시하는 남자가 없어요.(웃음) 뭐가 문제지?"

Q. '센 언니'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세다구요? 절대 아니에요.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저 알고 보면 아주 부드러운 여자예요. 그리고 단순해요. 같이 잘 먹어주고 분위기만 즐겁게 이끌어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박세리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박 감독은 작별 인사도 먹는 얘기로 끝냈습니다.

"나중에 코로나 단계 완화되면 소주 한 잔 하셔야죠. 아, 맛있는 음식이 있어야 하는데…. 수고하셨습니다. 바이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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