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깊은EYE] 네버엔딩 부동산 스토리, 7가지 불편한 진실

[깊은EYE] 네버엔딩 부동산 스토리, 7가지 불편한 진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급보다는 규제를 선택했던 주택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셈이다.

이쯤에서 모든 정권의 영원한 정책적 아킬레스건이 돼 왔던 부동산 문제의 본질적 물음 몇 가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1. 문제의 발단은 왜 항상 강남일까?

지난해 이맘때 KBS 라디오에 출연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아파트 가격을 다 안정화시키는 건 정책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면서 "솔직히 말해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정권을 막론하고 부동산 광풍과 그에 대응한 정책 양산의 시초는 항상 강남 집값이었다. 주기적으로 꿈틀거리는 강남 집값은 빈부격차라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상징하는 동시에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것이었으며,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건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양극화 해소와 국민정서 위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였었다.

그러기에 보수나 진보 가릴 것 없이 정치권력들은 크고 작은 불편한 일에 직면했을 때 강남 부동산을 표적으로 삼아 관심의 전환이나 후견 세력의 결집을 도모해왔다. 그 과정에서 강남은 자연스레 불로소득의 아성이고, 탈세의 경연장이면서,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인 동시에, 가계 부실을 조장해 국가 전체에 위험을 주는 대상이 돼 갔다.

부동산, 전세, 전셋값, 아파트, 매물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번엔 강남발 광풍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최근 10년의 사례로 볼 때 이례적인 일이며, 지금까지 설명한 관점에서는 이해하기에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는 데 동의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눈에 불을 켜고 먹잇감을 찾던 와중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부동산 규제정책이 역으로 부동산에 대한 주목 효과를 불렀다. 게다가 통계적으로도 주택공급이 부족함을 전 국민이 알게 됐다. 강남이 아니라도 돈 벌 수 있다는 믿음이 전 국민의 단기투자 철학이 돼 버린 것이다.'

2. 강남 공급대책은 왜 금기일까?…"죽 쒀서 개 주는 일"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 원리다. 강남 부동산 급등을 막으려면 분당처럼 강남 인근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거나 재건축 용적률을 크게 올리면 된다. 하지만 예전만큼 땅 구하기가 녹록잖고, 거기다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용적률 상향을 통한 재건축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은 대개 4, 5년 걸린다. 이 때문에 두 가지의 불편한 상황이 생겨난다. 첫째는 공급에 따라 중기적 가격안정을 도모할 수 있지만, 단기적 가격 급등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단기 급등의 과실은 당연히 강남 주민이 가져가 엄청난 불로소득으로 주변과의 자산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두 번째는 공급이 완료되는 시점이 4, 5년 뒤인데 그 때면 정권이 바뀐다. 가격 안정의 공을 다음 정권이 가져가는 셈이다. '죽 쒀서 개 주는 선택'을 정치적으로 감내하기 힘들다. 5년 단임제인 데다, 더욱이 우리처럼 같은 이념의 정권이 연속 집권해도 전 정권의 가치를 송두리째 뭉개버리는 정치풍토에서, 다음 정권이 정책적 결실을 따먹도록 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 가운데 초점 흐리기가 등장한다. 문제는 강남인데 저 멀리 엉뚱한 곳에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된다. 이게 뭐지? 잠시 혼란스러워하다 정부의 의도대로 국민들은 적응한다. 그래 공급이 늘어나니까 집값이 안정될 거야. 그런데 어디 집값이 안정되는 걸까? 게다가 이번엔 모든 게 헝클어졌다. 강남 잡으려던 와중에 전국이 다 올라버렸으니 이제는 초점을 흐릴 일도 없다.

3. 국민들은 정말 집값이 내리길 바랄까?

집값 광풍이 불 때마다 모든 정권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한다. 사실 잡아야 한다. 경제에 거품을 조장할 수 있고 거품이 꺼지면 엄청난 가계부실로 국가 전체가 홍역을 치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정말 집값이 오르는 걸 싫어할까. 집 가진 사람, 특히 강남을 비롯해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 국민들은 주식 오르는 것보다 집값 오르는 걸 더 반길 터이다. 자산의 비중으로 볼 때 주식과 부동산은 비교가 안 될뿐더러, 크게 오를 때는 몇 달 만에 1년 연봉의 몇 배가 오르니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집 없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과 갈수록 요원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때문에 절망감으로 치를 떨 터이다. 또, 다른 곳이 다 오르는데, 내 집만 안 오르는 사람들도 속이 뒤집힐 게 뻔하다.
여기서 또, 정치공학적 계산이 개입된다. 결과는 항상 동일하다. 집값 올라서 좋아하는 표보다 그렇지 않은 표가 확연히 더 많다. 대체로 특정 지역만 집값이 폭등하는 데다, 여전히 집 없는 사람이 국민의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70~80%가 원하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부동산, 전세난 (사진=연합뉴스)

정권을 가릴 것 없이 하도 부동산을 때려잡겠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는 집값 상승은 이유 불문하고 '안 좋은 것'으로 각인될 만하다. 그래서 집값 급등 시점에서 집 가진 사람은 숨 죽여서 좋아하고, 집 없는 사람은 소리 높여 절망감을 표출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부동산 폭등은 반드시 막아야 하지만, 물가 상승률 수준의 집값 상승은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4. 공공주택이 '영끌'을 잠재울 수 있을까?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 부동산에 대한 청년층의 이른바 '영끌'투자는 당장 누울 자리가 없어서 그걸 확보하기 위해 생긴 게 아니다. '영끌'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층의 자산 증식 몸부림이다.

저 멀리 허공으로 달아나는 중산층 진입의 밧줄을 잡기 위해, 비트코인 혹은 주식으로 이리저리 눈길을 돌리던 이들에게, 공급 감소로 집값이 더 오를 거란 전망들이 쏟아졌다. 무리수를 쓰더라도 막차를 타야 한다는 조급함이 확산했다. 지금 아니면 주택 구입, 나아가 중산층 진입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영혼까지 끌어 모은 힘으로 날카로운 부채의 가시가 박힌 주택 구입의 밧줄을 잡게 만든 것이다.

신용대출, 영끌, 금리 (사진=연합뉴스)

공공주택 공급은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정책이지만, 지금의 '영끌'이 기대하는 자산증식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만약 공공주택 건설로 청년층의 '영끌'을 막겠다는 발상을 했다면, 이 역시 초점을 흐리는 시도인 동시에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영원히 임차인으로 살고 싶은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주택은 여전히 가장 큰 자산인 동시에, 가장 좋은 자산증식 수단이란 게 엄연한 현실이다.

5.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공급 부족이 해소될까?

우리나라에서 집 가진 사람, 즉 유주택자 비율은 열에 여섯인 60% 정도다. 나머지 40%는 전월세를 살고 있다. 유주택자 가운데 일부는 다주택자이고, 그들이 세놓은 집에 40%의 세입자들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다주택자가 세입자들에게 집을 팔면, 모두가 집을 가지면서 집 때문에 울고 웃는 사태가 사라지지 않을까.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는 큰 이유 중에 이런 부분도 포함돼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세입자들이 집을 세 들어 살고 있는 이유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아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살 만한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100가구가 사는 동네에 필요한 집은 100채다. 이 동네에서 집을 살 형편이 되는 집이 70가구밖에 안 된다는 이유로 70가구만 공급한다면 나머지 30가구는 갈 곳이 없다. 결국 방법은 다주택자를 허용해주고 이들이 나머지 30가구를 매입한 뒤,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 가구에 임대를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생하는 구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주택자가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릴 때 이를 규제하고, 공공임대 공급을 통해 임대주택시장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양자를 적대세력으로 만들 경우, 공급이 줄고 편법이 개입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게 시장의 역습이다.

6. 인구가 감소하는데 집값·전셋값은 왜 내리지 않을까?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모든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집값이 내린다고 말한다. 그 말은 진리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그 '언젠가'와, '지역별 변수'다.

문재인 대통령 2021 신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언젠가'의 가장 큰 변수는 1인 가구의 증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를 지목했지만, 이는 돌발변수가 아니라 항상적 변수였다. 1인 가구는 혼자 살아도 집 한 채가 필요하기에 분명히 주택수요 증가 요인이 되며 동시에 인구감소 요인을 희석시킨다. 여기다 외국인의 지속적 증가도 중요한 변수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140만 명에 육박한다. 일찌감치 울산시 인구를 훌쩍 넘었다. 이들의 주택수요 역시 만만치 않다.

십여 년 전 인구감소에 따라 집값이 조만간 폭락할 거란 전망이 폭발적 관심을 끌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했다가 어느 틈엔가 멋쩍게 사라진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런 변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별 변수'도 도외시할 수 없다. 기자가 만나본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인구 감소는 반드시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도시 규모별로 차이가 날 겁니다. 인구 20만 안팎의 도시는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인구 감소에 따라 조만간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입니다. 작은 동네는 아예 사라지고 병원이나 편의점, 학교 같은 필수 시설 때문에 동네를 합치는 일도 생길 겁니다. 다만, 대도시는 인구 유입으로 그 시기가 더뎌지는데, 특히 서울의 경우 1인 가구 증가와 외국인 유입 때문에 집값의 대세하락은 수 십 년 후나 가능할 것입니다."

참고로 할 만하다. 다만, 1년 뒤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수 십 년 뒤를 어떻게 정확히 알겠는가. 장기 추세는 그렇더라도 단기 혹은 중기적으론 정치적 경제적 변수에 의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기에, 전망은 항상 반타작이며 금방 잊히고 또 반복되며, 투자 성패는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7. 지역개발이 지방도시 집값을 살리지 않을까?

아쉽게도 어려움이 많을 듯싶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처럼 강력한 인구유입 요인이 있는 지방도시의 경우 상당기간 버텨내겠지만, 나머지 인구 20-30만 이하의 도시는 인구 감소의 충격이 클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단체장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너도나도 신시가지를 만드는 관행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인구는 줄거나 정체인데, 도시 평면적만 자꾸 늘어나다 보니 도시 밀도가 낮아진다. 그에 따라 구도심이 몰락하면서 전체적으로 도시 활력이 사라지고 중장기적으론 공급 과다에 따라 주택 가격 하락 압박도 커진다.

전국적인 공급 감소에다 유동성 증가가 겹친 지금의 전국적 집값 급등 현상이 오래가기 힘든 이유다.

맺음말

자본주의는 항상 시장 실패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시장 실패 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작용을 치유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경제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 실패에 따른 분배 왜곡과 양극화, 독과점 등과 같은 문제점을 고치고 시장을 바로잡는 게 정부의 의무이자 권한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시장의 근본 질서를 흩뜨리는 정책을 펼칠 경우 그 부작용의 여파를 온전히 국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 시점에서 모두가 되새겨볼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