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WHO 우한 조사 시작부터 신경전…결과 언제 나오나

코로나19가 언제 어떻게 발병했는지 그 기원을 밝히기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이 14일 마침내 우한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조사팀 15명 가운데 2명이 중국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 시작부터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4일 중국 우한에 도착한 WHO 국제조사팀
● WHO 조사팀 2명 중국 입국 거부당해…추가 항체 검사 중

AP통신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기원 규명을 위한 WHO 조사팀은 모두 15명으로, 미국, 호주, 독일, 일본,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타르, 베트남의 바이러스 전문가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13명은 14일 우한에 도착했지만 2명은 중간 경유지인 싱가포르에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검사 기법 중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는 15명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혈청 항체(IgM) 검사에서 이 2명이 양성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들 15명은 각국에서 출발하기 전 모두 핵산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경유지인 싱가포르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을 때도 음성을 받았습니다. WHO는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이 2명이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WHO가 14일에 올린 트윗. 조사팀 중 2명이 항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재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dpa통신은 "IgM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것은 항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초기 감염의 징후일 수 있지만, 이전에 감염돼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WHO 지침에 따르면, 항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몇 주 후에 생성되기 때문에 항체 검사는 코로나19 전염성 여부 진단에 부적합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핵산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만큼 중국 입국에 문제가 없는데도 중국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입국을 막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중국 정부는 아무리 WHO 조사팀이라고 하더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부터 중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이틀 안에 받은 PCR 검사와 혈청 검사 증명서를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WHO 조사팀 2명의 입국을 막은 것과 관련해 "엄격한 방역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 조사팀 입국 지연에 WHO 사무총장 "실망했다"…중국 "오해"

WHO 조사팀의 중국 입국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비단 이번 만이 아닙니다. WHO 조사팀은 당초 5일 중국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이 비자 문제 등을 이유로 입국을 지연시키면서 입국이 열흘 가까이 늦어졌습니다.

중국에 우호적이던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실망했다"며 중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이에 중국은 "합의된 방문 날짜에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한 WHO 조사팀은 중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의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이 기간 동안 조사팀은 중국 전문가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의견 교환을 할 것이라고 WHO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발이 묶인' 격리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증거 수집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본격적인 코로나19 기원 조사는 이달 말부터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 WHO "답 찾을 것이란 기대 말아야"…중국 "다른 나라도 조사"

WHO 조사팀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고 해도 중국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조사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앞서 해리스 WHO 대변인은 "이번 조사팀은 우한이 발표했던 최초의 코로나19 감염 사례의 감염 경로를 연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다양한 동물들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사팀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확실한 답을 찾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자세로 WHO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13일자 기사. 'WHO는 우한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방문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WHO 조사팀의 입국에 맞춰 코로나19가 다른 나라에서 시작됐을 것이란 기사를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10월부터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있었다는 일부 외신 보도를 비중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23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8만 명이 사망하는 등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라고 부각하기도 합니다. 이를 근거로 중국 매체들은 코로나19는 중국 밖에서 처음 발병했으며, 수입 냉동식품 등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됐을 것이란 가설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전염병 상황이 계속 변화하면서 더 많은 초기 감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WHO는 다른 국가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WHO는 지난해 2월과 7월에도 조사팀을 중국에 보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AP통신은 "WHO 조사팀이 이번 방문으로 코로나19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바이러스를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의 샘플을 채취하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역학 조사를 하는 데 수년간의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