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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내 인맥'이 본 블링컨…"온화하지만 치밀한 스타일"

[취재파일] '국내 인맥'이 본 블링컨…"온화하지만 치밀한 스타일"
내년 1월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첫 내각,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중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외교 안보를 총괄하는 국무부 장관에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명됐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복심'이라 불리는 그는 과거 국무부 부장관 시절 국내 고위 외교 관료들과 만나 한미 동맹 이슈, 북핵 문제 등을 심도 깊게 논의했습니다. 당시 카운터파트로서 긴밀히 접촉했던 한국의 전현직 고위 외교 관료들에게 그의 평가를 물었습니다. 먼저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의 이야기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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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교부 1차관 시절 여러 차례 블링컨 당시 부장관과 협의를 한 경험이 있는데, 어떤 인상으로 남아있습니까?

A.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는 매우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또 매우 논리적이고, 또 매우 합리적입니다. 그러한 성품과 지적 성향이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또 제가 차관 시절에, 블링컨 당시 부장관과 많은 협의를 가졌었는데 어떤 특정한 정책 방향에 대한 편견이라든지, 아니면 무슨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고, 항상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에 대한 긴 안목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 뇌리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2016년 1월 16일 도쿄에서 열렸던 한미 외교차관 협의. 당시 임성남 1차관이 토니 블링컨 미 부장관과 한국대사관에서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2016년 1월 2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임성남 당시 외교부 1차관이 블링컨 미 부장관과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방안에 대한 한미간 협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예를 든다면, 그 당시 북한의 핵실험, 또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서 아무래도 한미 간에도 대북 제재를 많이 논의했습니다만, 블링컨 부장관은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대북 제재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그런 목적에 대해서 항상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아마 과거 어떤 국무부 장관보다도 더 분명한 인식과, 또 실제로 방한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이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의 한미 관계에 대한 인식이 우리 외교를 위해서도 큰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개인적인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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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사는 이 외에도 기자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 내내 강조한 것은 그가 '특정한 정책 방향에 대한 편견,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블링컨 본인이 쓴 여러 칼럼에서 '이란 핵 합의식 해법'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임 대사는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닌,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분명한 인식이 있다는 게 핵심'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과거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내며 블링컨과 긴밀히 소통했던 또 다른 인물,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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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거 안보실 1차장으로서 블링컨 당시 부장관을 얼마나 자주 만났습니까? 그리고 만났을 때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습니까?

A. 지난 2017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고위급협의체를 만들기로 한 이후 한국에서는 당시 안보실 차장이던 제가, 미국에선 블링컨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다섯 차례 고위급 협의를 했는데요. 지금 기억에 남아있는 건 처음 만났을 때였습니다. 국무부 부장관은 전 세계 글로벌 이슈를 다 다루기 때문에 그 협의체를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1년에 두 차례 정도는 해야 되겠다. 1년에 한 차례는 너무 소원하고…' 라고 생각했는데요. 정작 블링컨 부장관이 저와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북한에 대해서 아주 집중도 있게, 우리가 정책을 만들어내려면 3개월에 한 번씩은 만나야 되지 않겠느냐'고 먼저 얘길 했습니다. 그래서 3개월에 한 번씩 만나게 됐는데요. 결과적으로 총 5번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에 후일담을 들으니, 국무부 부장관인 블링컨이 각 지역 차관보들을 만나서 정례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북한에 대한 압박체계를 구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 제출받아 검토했다고 합니다.

2015년 2월 9일 당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외교부에서 블링컨 부장관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제가 받은 인상은, 블링컨은 국제 신사이고, 굉장히 부드러운 외교관인데, 막상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집중도가 뛰어난, 매우 집요하게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이 핵실험을 저지른 이후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체제를 실효성 있게 만드는 데 저희가 초점 맞춰서, 아주 일에 매진했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Q. 블링컨 국무장관 체제에서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그리고 블링컨이 인권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갖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를 매개로 한 대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봅니까?

A. 블링컨 국무장관이 되면, 북한과의 의미 있는 핵 협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선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체제를 단단히 조이는 일을 확실히 하게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동시에 비핵화에 대한 준비 없이 미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블링컨은 미국 민주당의 주류 인사이고, 민주당의 주류는 인권 문제를 굉장히 중시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인권 문제가 빠져있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등장을 할 것이고요. 꼭 압박 수단으로서뿐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인권이 중요하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보기엔 만일에 블링컨이 국무장관이 된다면, 첫 번째 조치 중의 하나가 지금은 공석인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비핵화라는 목표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와 또 별도로 인권이라고 하는 보편의 가치는 계속해서 추구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고 또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될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 참여를 계속해서 안 하고 있고, 올해 같은 경우에는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서 피살됐음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으로써 UN의 인권보고관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했는지 정보를 요구받는, 어찌 보면 그런 딱한 처지까지 됐는데요. 이런 식의 방향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하고는 굉장히 다를 것입니다. 이 방향을 저희가 잘 조정하고 인권을 중시하지 않으면 인권 부분에 있어서도 한미 간에 차이가, 정책 차이가 아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015년 10월 당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외교부에서 블링컨 부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Q. 지금 여권 중심으로 페리프로세스를 소환하는 분위기입니다. 블링컨 체제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지, 북한 비핵화 부분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A. 페리프로세스는 당시에 핵 문제는 이미 합의가 됐다고 간주하고, 북한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 위협을 다루기 위해서 상호 위협 감소라는 개념 하에서 미북 간에 큰 딜을 하려고 하는 어프로치였습니다. 근데 그 이후에, 페리프로세스 이후에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했고, 지금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 엔진 능력까지 지금 갖췄습니다. 따라서 페리프로세스를 추진할 때 여러 가지 상황하고는 안보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지금 북한의 안보적 우려를 감안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자는 것이 우리 목표인데, 그렇게 보자면 페리프로세스의 큰 틀, 즉 북한의 관심사항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할 수 있다는 큰 틀은 저희가 계속 가져가는 것이지만, 핵실험을 한 번도 안 했을 때하고, 핵실험을 6차례 한 이후 오늘날의 안보 현실하고는 너무나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따라서 기계적으로 페리프로세스를 소환한다고 하는 건 미국 내에서 전혀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미국 대 북한 간의 대결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국제 사회에서 국제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이미 규정을 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계획의 완전한 철폐를 UN 안보리 결의에서 지금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하고 경계를 맞대고 있는 그런 입장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적인 위협 하에 놓여있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결코 우리가 북한 핵 위협을 방관자나, 제3자나 또는 운전자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책임 있는 대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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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은 블링컨을 온화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압박하던 '강경한' 모습으로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블링컨이 앞으로도 대북 제재 압박에 적극 나서는 한편, 현재 공석인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해 북한 인권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룰 걸로 내다봤습니다.

아직 '지명자'인 블링컨이 실제 장관이 되기까지, 그리고 미 국무부가 대북 정책 방향을 잡을 때까지 여러 절차와 정책 검토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대동북아 정책의 큰 윤곽을 그려가는 단계인 만큼 한국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미국과의 정책적 토대를 잘 고민하고 대응해나가길 기대해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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