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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키우고 버리고 구조하고 버리고

[마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침'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줄임말이자 길고 긴 종합기사를 뜻합니다. 개별 기사를 하나씩 찾아 읽기보다는, 다소 길더라도 한 번에 읽고 싶어할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를 끝마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1978년 10월 1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선포된 세계 동물권리 선언의 제1조다. 세계 인권선언 이후 30년 만에 동물권 선언이 나온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1991년, 한국에서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단지 동물 보호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그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3년 전 '유기동물을 부탁해' 시리즈에서 버려지는 동물의 실태를 데이터에 기반해 종합 분석,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지금은, 당시의 문제의식을 좀 더 확장해 최근 10년을 진단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모색해보려 한다.

○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전체 가구의 26.4%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17.4%였다. 그러다 2019년 조사에선 9% 포인트가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의 26.4%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반려동물 가구 수는 약 591만에 이른다. 2017년 28.1%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관련 산업과 함께 반려동물과 양육 가구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개였다.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이라는 개가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 소유자의 83.9%는 개를 키웠다. 다음은 32.8%인 고양이였고 어류/열대어 2.2%, 햄스터 1.2%, 거북이 0.8% 순이었다. 그 외엔 앵무새, 달팽이, 토끼, 기니피그, 고슴도치 등을 키운다는 답변이 나왔다. 추산해보면 개는 약 598만 마리, 고양이는 약 258만 마리 정도, 이 둘만 합쳐도 약 860만 마리다.

● 우리는 지난 10년 간 95만 마리를 버렸다

많이 키우는 만큼 많이 버리는 걸까. [마부작침]은 농림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실·유기동물 자료 10년 치를 확보해 분석했다. 등록 기준 2010년 1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자료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으면 원래 소유자 등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7일 동안 공고해야 한다. 또 공고 뒤 10일이 지나도 소유자 등을 알 수 없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동물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지난 10년 간 우리가 버린 것으로 공식 등록된 동물은 94만 7,098마리였다.

"강아지 7마리를 낳은 유기견이 밭을 배회 중이다."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가 혼자 울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동물보호센터에 최근 접수된 유기동물 신고 내역이다. 이 보호센터는 이런 신고를 받고 하루에 10여 차례 유기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한다고 했다. 실제 구조에 성공하는 건 6마리 정도, 1년이면 2천 마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유기동물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2011년에는 6만 601마리가 버려진 것으로 집계됐고 그 뒤로 오르락내리락하다 2014년부터 현재까진 줄곧 오름세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한 동물등록제가 2014년 첫 시행됐다는 점을 보면 역설적인 상황이다. 2019년엔 유기동물 13만 3,515마리가 등록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10만 마리를 넘어 최다 발생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다. 10년 간 발생한 유기동물을 일수로 나누면 하루 평균 247마리 꼴이다. 2019년만 보면 일평균 365마리, 2020년은 9월까지 일평균 372마리를 버렸다.(10~12월은 유기동물 수가 줄기 때문에 2020년 전체 일평균은 이보단 낮을 것이다.)

개가 가장 많았다. 67만 6,391마리, 전체의 71.4%였다. 다음은 고양이로 25만 9,203마리(27.4%)다. 이 둘을 합하면 98.8%에 이른다. 한국의 반려동물 그리고 유기동물은 거의 개와 고양이다. 나머지 기타 축종은 1만 1,504마리, 1.2%였다.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 이후 처리에는 돈이 든다. 강진우 화성시청 축산과장은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서 시 예산도 상당히 많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줄지 않으면 한없이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 유기동물 마리 수는 경기·평택, 인구 대비는 제주·밀양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인구의 절반이 모인 수도권에 유기동물도 많았다. 10년 간 경기도에서 버려진 동물은 23만 7,278마리, 서울은 10만 8,991마리다.(인천은 5만 7,561마리) 수도권 세 곳을 합치면 전체 유기동물의 43%를 차지했다. 세 번째로 많은 광역시도는 경남, 7만 2,635마리였다. 기초시군구 중에서는 경기 평택이 2만 308마리로 최다, 유일한 2만 마리 대였다. 다음은 전북 전주(1만 8,405마리), 충북 청주(1만 6,784마리) 순이었다.

사람이 많이 살면 그만큼 반려동물도 많고 유기동물도 늘어날 것이다. 인구 10만 명 당 유기동물 수를 따져보니 조금 차이가 났다. 2019년을 보면 광역시도 중에서는 제주가 인구 10만 명에 1,089마리로 가장 많아 유일하게 네 자릿수를 기록했고 기초시군구 중엔 경남 밀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야외 활동이 많은 봄부터 가을 사이에 유기동물 수가 늘어났다. 계절은 여름, 달은 7월에 버려진 동물이 많았다.

● 어떤 종류를 많이 버렸나... 개는 '믹스견', 고양이는 '알 수 없음'
(작성중) [마부작침]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 ① 우리가 버린 95만 '아이'들
유기견 중 가장 많은 건 믹스견, 즉 잡종이었다. 34만 6,762마리로 전체 유기견의 51.3%, 절반이 넘었다. 다음으로 많은 건 몰티즈 7만 2,333마리(10.7%)였고 푸들 5만 1,475마리(7.6%), 시츄 3만 8,472마리(5.7%) 순이었다. 유기묘 중에선 '알 수 없음'이 19만 595마리(73.5%)로 최다였고 한국고양이(코리안숏헤어)가 6만 3,932마리(24.7%)로 다음이었다. 그 외엔 페르시안 0.6%, 터키시 앙골라 0.3% 등으로 나머지는 1%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반려동물 현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2018년 실시된 '반려동물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의 종류는 말티즈가 19.6%, 푸들 12.0%, 시츄 10.3%, 믹스견 8.6%, 요크셔테리어 6.0% 순이었다. 고양이는 한국고양이 20.6%, 믹스묘 18.5%, 러시안블루 13.8%, 페르시안 9.0%, 샴 7.0% 순이었다.

동물권과 동물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월 발간한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에서 "유기동물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키울 수 있는 책임감과 역량에 상관없이 누구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며 "입양 전 교육이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과정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 절반은 죽는다... 보호센터에선 무슨 일이?

● 어릴수록 많이 버려진다? 집 근처에 주로 버린다?

큰 눈, 넓은 이마, 통통한 몸, 짧고 뭉툭한 주둥이... 포유류 새끼들이 공통으로 갖는 외양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귀여움을 느낀다고 한다.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를 갖고 싶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일 테다. 반려동물도 어릴수록 인기가 있다. 그러니 '나이 많은 동물이라 버렸겠지' 하고 짐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근 10년 간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 등록된 유기동물 94만 7천 마리. 이 중에서 생후 1년 미만으로 추정되는 아기 동물은 37만 2,506마리, 무려 전체의 39.3%를 차지했다. 10년 이상 고령은 3.3%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 성장이 끝나기 전인 어린 동물들이 많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역-고려장'이라 할 만하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유기동물은 어디에 가장 많이 버려질까? 이 질문은 답하기 어렵지만 어디서 많이 발견되는지는 알 수 있다. 장소 정보가 등록된 유기동물 42만 마리의 키워드 분석을 통해 발견 장소를 정리했다.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 총 10만 8,212마리는 아파트, 즉 주거지역 근처에서 발견됐다. 다음은 학교(9.0%), 시군구청(8.2%), 상업시설(7.4%) 순이었다.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된 경우도 7.8%로 높은 편이었다. 동물은 움직이고 이동하기에 이 발견 장소와 유기 지역이 꼭 일치하진 않는다. 원래 집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먼 곳에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 구조 뒤 사망률 49.8%... 절반만 살아남는다

구조된 유기동물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등록 절차를 거친다. 등록돼 있다면 인식표나 무선식별장치를 통해 원래 소유주를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하게 된다. 공고는 유기동물의 모습, 품종, 나이, 발견 장소 등의 정보를 담아 7일 이상 해야 한다. 10일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그렇게 지자체 소유가 된 유기동물의 다음은, 삶 또는 죽음이다. 새 주인을 만나거나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입양'과 '반환', 혹은 안락사하거나 또는 자연사하거나. [마부작침 ] 분석 결과, 지난 10년 동안 죽음으로 귀결된 유기동물은 47만 1,453마리, 전체의 49.8%였다. 보호센터에 들어간 유기동물 중 절반은 죽고 절반만 살아남았던 것이다. 새 주인을 만난 입양은 30.6%, 원 주인에게 돌아간 반환이 12.3%였고 보호 중인 건 2.9%에 불과했다. 2019년만 놓고 보면 사망률은 더 높았다. 사망 52.3%, 입양 29.5%, 반환 12.3%였고 보호 중은 3.4%였다.

기초시군구 기준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건 전북 장수군이었다. 지난 10년 간 89.1%, 이 지역 보호센터에 구조된 유기동물 열 마리 중 아홉은 사망했다. 다음은 경남 고성군(87.2%), 경남 창녕군(85.9%), 인천 옹진군(84.9%), 경북 의성군(83.7%)이었다.

자연사는 말 그대로 인위적인 조치 없이 사망한 것이다. 보호센터에서 자연사는 원래 수명이 다해 사망했거나 아니면 몸이 쇠약하거나 질병으로 인해 숨졌다는 의미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자연사 비율이 특히 심각한 건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46.4%가 자연사로, 17.6%인 개보다 월등히 높았다. 안락사까지 포함하면 고양이 사망률은 60.1%, 개는 46.1%였다. 고양이의 경우, 농림부고시인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따라 보호센터에는 다치거나 3개월령 이하의 새끼 고양이만 입소 가능하다. 새끼 고양이는 수유와 보온, 배변 유도 등 돌봄이 필수인데 보호센터에서 그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폐사한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지적이다.

전국에서 자연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전남 완도군, 73.7%였다. 반면 이곳의 안락사는 0.4%에 불과했다. 다음은 부산 사하구로 63.5%(안락사 9.5%), 전남 신안군은 63.5%(안락사 0.5%) 등이었다. 안락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전북 장수군으로 87.5%를 안락사시켰다. 자연사는 1.6%였다. 다음은 경남 고성군 86.1%(자연사 1.1%), 전남 구례군 76.9%(자연사 3.3%)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반반인 것도 그렇지만 한쪽이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도 자연스럽진 않다.

● "자연스러운 죽음 아니라 '고통사'"

"교통사고 뒷다리 부상", "백내장, 결막염, 왼쪽 눈 각막 궤양"...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이사항' 항목의 문구들이다. 주로 신체적 특징이나 착의 같은 걸 적도록 한 건데 상당수에서 질병과 관련된 표현들이 나왔다. [마부작침 ]은 유기동물의 질병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특이사항 항목의 단어를 분석했다. 피부병, 식욕 부진, 호흡기 질환 등 8개로 나눠 질병 유무를 확인했다.

10년 간 등록된 94만 7천 마리 중 '질병' 특이사항이 있는 유기동물은 24만 3,005마리였다.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병든 채 구조됐다는 말이다. 새끼든 고령이든 편차 없이 25% 정도는 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언급됐던 질병은 영양 결핍과 탈수, 야윔 등이 포함된 '식욕 부진'이었는데 19.0%를 차지했다. 피부병이 13.8%로 뒤를 이었고 눈, 귀 질환이 12.6%로 세 번째로 많았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질병이 있는 경우엔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자연사 비율이 크게 높았다. 안락사 비율은 질병이 있으면 25.3%, 없으면 24.0%로 비슷했지만 자연사는 질병 있으면 38.9%, 질병 없으면 20.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실상 병사, 혹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졌는데 이런 현실을 '자연사'라는 이름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사 비율이 특히 높은 보호센터의 치료나 관리 부실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발간된 동물자유연대의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는 보호센터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실 운영으로 인한 죽음을 자연사가 아닌 '고통사'라고 불렀다.

● '자연사' 동물에 가장 많은 질병은 식욕 부진

8개 질병별로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을 자세히 살펴 봤다. 자연사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질병은 식욕 부진이었다. 식욕 부진을 갖고 있는 동물은 무려 67.8%가 자연사했다. 질병 있는 동물 전체의 자연사 비율보다 30% 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안락사 비율이 높은 질병은 피부병이었다. 피부병이 있던 유기동물은 3만 3,562마리, 39.8%가 안락사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이를 두고 식욕 부진은 자연사, 피부병은 안락사의 원인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식욕 부진으로 특이사항이 기록된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이 유독 높은 건 눈 여겨 볼 만하다.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정에 참여했던 명보영 수의사(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는 유기동물 정보 작성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명 수의사는 "수의학 석사 수준인 사람이 작성하기도 하고 관련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적을 수도 있다"면서 정보의 신뢰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질병 치료는 어떨까. [마부작침]은 전국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에 유기동물 치료 항목과 응급 치료 여부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했다. 전체 보호센터의 75.5%에서 치료 가능했던 질병은 피부병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았다. 반면 식욕 부진은 단 53.6%에서만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질병 평균은 59.5%만 치료 받았다. 질병 있는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이 높은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 자연사 비율, 유독 높은 지역은?... 위탁 중심인 구조도 문제

지자체별로 봤을 때 자연사 비율 상위 20위에 부산의 군과 구가 16곳이나 됐다.(나머지는 전남 완도군, 신안군, 경남 사천시, 인천 연수구) 이들 지역은 안락사 비율은 2.3%~13.6%로 하위권이었다. 이처럼 자연사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곳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안락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사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명보영 수의사는 "자연사는 고령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아파서 죽는 병사를 의미한다"면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각성과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 위탁 중심인 현 동물보호센터 운영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0월 현재 지자체 직영 보호센터는 39개, 위탁 센터는 311개로 크게 차이가 난다. 보호센터 예산에 치료비가 따로 책정되지 않고 등록된 마리 수에 따라 지원을 받는데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유기동물 치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다.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병에 걸린 유기동물 치료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라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대체로 직영 보호센터가 동물 입소시 검사나 치료 같은 부분도 월등히 잘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뉴스'가 된 개 물림 사고... 매년 2천 명 다친다

● 매년 2천 명, 개에 물려 병원에 갔다

지난 5월 4일 경기도 광주에서 80대 여성이 갑자기 달려든 개 두 마리에게 팔과 다리 등을 물렸다. 자기 집 텃밭에서 나물을 캐던 중이었다. 병원에 실려가 치료받던 이 여성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여성을 공격한 개는 '벨지안 쉽도그'라는 종으로 각각 몸무게 20킬로그램이 넘는 대형견이었다. 보통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은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이를 어렵지 않게 뛰어넘었다. 벨지안 쉽도그는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맹견은 아니었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개 물림 사고'는 매년 적잖게 발생한다. [마부작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소방청의 '개 물림 사고로 인한 환자 이송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 1,889명이었던 이송 환자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2천 명을 넘어섰다. 2019년엔 1,565명으로 다소 줄었다. 최근 6년 간 평균을 보면 매년 2천 명 넘게 개에 물려 병원을 찾았다. 올 들어 6월까지는 512명으로 집계됐다. 119 구급대를 통하지 않고 병원에 갔거나 사람 말고 다른 동물을 문 경우까지 합하면 개 물림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월별로 보면 야외 활동이 많은 5월부터 10월까지 사고가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피해 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 '동물보호법 위반', 매년 평균 256건

동물보호법에는 7조(적정한 사육·관리), 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12조(등록대상동물의 등록 등), 13조(등록대상동물의 관리 등), 13조의 2(맹견의 관리), 13조의 3(맹견의 출입금지 등)에서 반려동물 주인에게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놨다. 이 중에서 개 물림 사고 같은 안전 문제와 관련된 조항은 13조와 13조의 2, 3이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부작침]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2014년 이후 동물보호법 위반 제재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최근 6년 여 간 각 지자체가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발해 과태료 부과한 건 모두 1,987건이었다. 2014년엔 46건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조금씩 늘어 2019년엔 674건, 올 들어 6월까지는 453건에 이르렀다. 2014~2019년 한 해 평균 256건이다. 

가장 많았던 건 동물보호법 13조 2항의 '목줄 등 안전조치' 위반이었다. 모두 930건, 46.8%였다. 다음은 13조 1항 '인식표 부착' 위반 594건(29.9%), 12조 1항 '등록대상동물 등록' 위반 256건(12.9%) 순이었다. '맹견의 관리'에 관한 조항인 13조의 2 위반은 10여 건에 불과했다.

13조 2항과 13조의 2를 위반할 경우에도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사망은 3년, 상해는 2년 이하 징역(사망은 3천만 원, 상해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조항에 근거해 형사 처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 형법의 과실치사상 죄를 적용할 수 있고 소송을 통해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 반려견 600만 마리, 맹견은 5~6천 마리... 맹견 아니면 물려도 괜찮나?

동물보호법 2조 (정의)에서 맹견을 규정하고 있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로 농림축산식품부령(시행규칙)으로 정한 개다.

내용을 보면 1.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2.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3.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4.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5.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뿐이다. 연예인 김민교 씨의 개 벨지안 쉽도그나 최시원 씨의 개 프렌치 불도그, 지난해 아파트에서 아이를 물어 다치게 했던 개 폭스테리어는 우리 법이 정한 맹견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9년 등록된 반려견은 209만 2천 마리에 이르는데 미등록률 등을 감안하면 전체 반려견은 6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맹견 5종의 수는 1% 미만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5~60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맹견 소유자의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이것만으로는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는 명확하다.

●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종합계획인 만큼 유기, 피학대, 동물실험 등 동물 복지 관련한 내용이 총망라됐는데 그중 '개 물림' 사고 관련해서는 이런 내용이 눈에 띈다. 

"위험한 개의 기질(공격성)을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안락사 명령 등 의무 부과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2022년까지)."

여기서 '위험한 개'는 개 물림 사고를 일으켰거나, 다른 사람 등을 위협한 개를 뜻한다. 계획대로 맹견 만이 아니라 위험한 개를 평가해 교정하거나 심각한 경우엔 안락사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할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2019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소유자의 63%만이 외출 시 목줄이나 인식표 착용, 배설물 수거 같은 동물보호법의 준수사항을 잘 지키고 있다고 답했고, 의무교육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75%에 이르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 유기·애완을 넘어 '반려'동물하려면

● '5성급 호텔' 뺨을 쳐도 힘든 이유는?
제주 유기동물보호센터
테라스까지 갖춰진 널찍하고 깨끗한 실내에, 철저한 신원 확인과 소독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고, 수의사 3명을 포함한 직원 15명이 언제든지 동물들을 보살피고 간단한 처치가 가능한 수술실까지 보유한 곳. 제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제주 유기동물보호센터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있던 센터를 하나로 합쳐 2010년부터 제주도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마부작침 ]이 이번 취재 과정에서 방문했던 여러 동물보호센터 중에 시설, 인력, 예산 등 어느 면을 봐도 제주 센터가 탁월했다. "와, 다른 곳에 비하면 5성급 호텔 수준인데요." 하고 감탄할 정도였다.

그런데 담당 팀장의 반응이 의외였다. 고진아 제주 센터 동물보호팀장은 "다른 사설 센터보다는 예산이 풍족한 편이지만 그 외엔 다른 데와 마찬가지로 힘들다"면서 "시설 등이 잘 돼 있다고 소문난 데다 제주엔 센터가 한 곳뿐이라 유기동물이 많이 몰린다"라고 설명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유기동물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 10년 새 36배.. 버려진 동물의 폭발적 증가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부작침]이 분석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해에 205마리였던 제주의 유기동물 수는 2019년 7,307마리에 이르렀다. 10년 사이에 무려 36배나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유기동물 수는 2010년 6만 2,801마리에서 2019년 13만 3,515마리로 2배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증가다. 제주 센터가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물 수는 300마리 정도다. 작년 한 해에만 감당할 수 있는 유기동물의 24배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제주 센터는 현재 적정 관리 수의 1.7배인 500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5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과 상대적으로 풍족한 예산이 있더라도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10월 현재 전국 339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은 공식적으로 3만 마리 정도인데(실제론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9월까지 10만 마리 넘게 구조됐다. 보호센터를 지금의 3배 규모로 늘려야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이 이미 버려진 것이다. 

● '펫숍', 악의 근원인가

동물권 보호단체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진 않다고 말한다. 바로 반려동물을 상품처럼 사고 파는 '펫숍' 문화를 뿌리뽑는 것이다.
마부작침 이미지
'펫숍'은 이름 그대로 동물을 사고 파는 가게다. 여기서 팔리는 동물은 먼저 번식장과 경매장을 거쳐 상점에 '상품'으로 전시되고 거래를 거쳐 소비자에게 간다. 언제든 원하면 사고 또 팔 수 있고 효용이 다 하면 버리는 공산품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며 가지고 노는' 의미의 애완에 가깝다. '함께 살아가는' 뜻을 가진 반려와는 차이가 있다.
전남 나주 유기동물보호센터
전남 나주유기동물보호센터 (위) 경매장 (아래) 보호센터
[마부작침]이 취재했던 전남 나주의 한 보호센터는 한 부지에 보호시설과 번식장, 동물 경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새끼를 낳게 하고 판매하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센터 관계자는  "2012년부터 이렇게 해왔다"면서 "보호센터를 안 하고 싶지만 할 사람이 없어서 계속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기동물을 구조해온 뒤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경매하는 동물은 생산 농가에서 받아온다"며 "유기동물은 거의 믹스라서 경매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나주시 측은 "보호센터와 경매장 운영자도 다르고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부작침]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발생한 유기동물 94만 7,098마리 중에 입양된 건 29만 164마리, 30.6%뿐이다. 올 들어 6월까지도 30.3%로 3분의 1 수준이다. 2013~2018년은 줄곧 30%대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입양률은 29.5%로 다시 줄어들었다.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핵심활동으로 하는 비영리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의 김세현 이사는  "반려동물 매매 자체를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펫숍이 사라지면 독일의 예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게 당연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구입하고 또 필요 없다고 버리는 게 아니라, 보호센터에서 입양해 온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김 이사는 강조했다.

● 당장은? 동물등록제 강화부터!

'펫숍' 문화 근절에 앞서 당장 실행 가능한 대책도 이미 나와 있다. 먼저 현행 동물등록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등록 방식의 하나였던 인식표를 내년부터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쉽게 잃어버리거나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의 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유기동물 목에 인식표나 외장 식별장치가 걸려 있어도 제거하고 버리면 그만"이라며 "장기적으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로 동물 등록방식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2개월령 이상의 '개'로 제한한 등록대상 동물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기동물의 27%인 고양이가 등록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 세종시 등에선 현재 고양이를 등록동물에 포함하는 사업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동물 유기나 등록대상 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동물보호법은 3백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김민경 활동가는 "등록을 하지 않거나, 동물을 유기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걸 현장에선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내년부터 동물 유기에 벌금형 처분이 가능하도록 바뀐 법이 적용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의 종류 중 '몰티즈'를 '말티즈'로 잘못 표기한 걸 확인해 바로 잡았습니다.(2020년 11월 5일 오전 10시 15분)
**기초시군구 중 유기동물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명을 잘못 적어('전북 고성군') 바로 잡았습니다.(2020년 11월 3일 오후 2시 30분)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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