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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② 절반은 죽는다…보호센터에선 무슨 일이?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마부작침] ② 절반은 죽는다…보호센터에선 무슨 일이?

사랑했던 가족과 함께 한 순간들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추억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되살아나는 공간을 OOO에서 마련했습니다. 이별의 슬픔과 아픔은 추억으로 치유되고, 치유의 공간 OOO에서 새로운 추억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한 상조 회사의 광고 문구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여기 업무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이다. 2020년 10월 기준,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전국에 50개나 된다. '함께 살아간다'는 현재 반려동물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반려동물을, 약물 처리된 의료폐기물 혹은 일반폐기물로 취급하기도 한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3년 전 '유기동물을 부탁해' 시리즈에서 유기동물 실태를 종합 분석,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지금은, 당시의 문제의식을 좀 더 확장해 최근 10년을 진단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모색해보려 한다. 이번 편에선 유기동물의 죽음을 살펴봤다.

● 어릴수록 많이 버려진다? 집 근처에 주로 버린다?

큰 눈, 넓은 이마, 통통한 몸, 짧고 뭉툭한 주둥이... 포유류 새끼들이 공통으로 갖는 외양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귀여움을 느낀다고 한다.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를 갖고 싶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일 테다. 반려동물도 어릴수록 인기가 있다. 그러니 '나이 많은 동물이라 버렸겠지' 하고 짐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근 10년 간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 등록된 유기동물 94만 7천 마리. 이 중에서 생후 1년 미만으로 추정되는 아기 동물은 37만 2,506마리, 무려 전체의 39.3%를 차지했다. 10년 이상 고령은 3.3%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 성장이 끝나기 전인 어린 동물들이 많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역-고려장'이라 할 만하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유기동물은 어디에 가장 많이 버려질까? 이 질문은 답하기 어렵지만 어디서 많이 발견되는지는 알 수 있다. 장소 정보가 등록된 유기동물 42만 마리의 키워드 분석을 통해 발견 장소를 정리했다.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 총 10만 8,212마리는 아파트, 즉 주거지역 근처에서 발견됐다. 다음은 학교(9.0%), 시군구청(8.2%), 상업시설(7.4%) 순이었다.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된 경우도 7.8%로 높은 편이었다. 동물은 움직이고 이동하기에 이 발견 장소와 유기 지역이 꼭 일치하진 않는다. 원래 집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먼 곳에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 구조 뒤 사망률 49.8%... 절반만 살아남는다

구조된 유기동물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등록 절차를 거친다. 등록돼 있다면 인식표나 무선식별장치를 통해 원래 소유주를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하게 된다. 공고는 유기동물의 모습, 품종, 나이, 발견 장소 등의 정보를 담아 7일 이상 해야 한다. 10일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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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자체 소유가 된 유기동물의 다음은, 삶 또는 죽음이다. 새 주인을 만나거나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입양'과 '반환', 혹은 안락사하거나 또는 자연사하거나. [마부작침] 분석 결과, 지난 10년 동안 죽음으로 귀결된 유기동물은 47만 1,453마리, 전체의 49.8%였다. 보호센터에 들어간 유기동물 중 절반은 죽고 절반만 살아남았던 것이다. 새 주인을 만난 입양은 30.6%, 원 주인에게 돌아간 반환이 12.3%였고 보호 중인 건 2.9%에 불과했다. 2019년만 놓고 보면 사망률은 더 높았다. 사망 52.3%, 입양 29.5%, 반환 12.3%였고 보호 중은 3.4%였다.

기초시군구 기준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건 전북 장수군이었다. 지난 10년 간 89.1%, 이 지역 보호센터에 구조된 유기동물 열 마리 중 아홉은 사망했다. 다음은 경남 고성군(87.2%), 경남 창녕군(85.9%), 인천 옹진군(84.9%), 경북 의성군(83.7%)이었다.

자연사는 말 그대로 인위적인 조치 없이 사망한 것이다. 보호센터에서 자연사는 원래 수명이 다해 사망했거나 아니면 몸이 쇠약하거나 질병으로 인해 숨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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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비율이 특히 심각한 건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46.4%가 자연사로, 17.6%인 개보다 월등히 높았다. 안락사까지 포함하면 고양이 사망률은 60.1%, 개는 46.1%였다. 고양이의 경우, 농림부고시인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따라 보호센터에는 다치거나 3개월령 이하의 새끼 고양이만 입소 가능하다. 새끼 고양이는 수유와 보온, 배변 유도 등 돌봄이 필수인데 보호센터에서 그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폐사한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지적이다.

전국에서 자연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전남 완도군, 73.7%였다. 반면 이곳의 안락사는 0.4%에 불과했다. 다음은 부산 사하구로 63.5%(안락사 9.5%), 전남 신안군은 63.5%(안락사 0.5%) 등이었다. 안락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전북 장수군으로 87.5%를 안락사시켰다. 자연사는 1.6%였다. 다음은 경남 고성군 86.1%(자연사 1.1%), 전남 구례군 76.9%(자연사 3.3%)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반반인 것도 그렇지만 한쪽이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도 자연스럽진 않다.

● "자연스러운 죽음 아니라 '고통사'"

"교통사고 뒷다리 부상", "백내장, 결막염, 왼쪽 눈 각막 궤양"...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이사항' 항목의 문구들이다. 주로 신체적 특징이나 착의 같은 걸 적도록 한 건데 상당수에서 질병과 관련된 표현들이 나왔다. [마부작침]은 유기동물의 질병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특이사항 항목의 단어를 분석했다. 피부병, 식욕 부진, 호흡기 질환 등 8개로 나눠 질병 유무를 확인했다.

10년 간 등록된 94만 7천 마리 중 '질병' 특이사항이 있는 유기동물은 24만 3,005마리였다.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병든 채 구조됐다는 말이다. 새끼든 고령이든 편차 없이 25% 정도는 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언급됐던 질병은 영양 결핍과 탈수, 야윔 등이 포함된 '식욕 부진'이었는데 19.0%를 차지했다. 피부병이 13.8%로 뒤를 이었고 눈, 귀 질환이 12.6%로 세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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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질병이 있는 경우엔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자연사 비율이 크게 높았다. 안락사 비율은 질병이 있으면 25.3%, 없으면 24.0%로 비슷했지만 자연사는 질병 있으면 38.9%, 질병 없으면 20.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실상 병사, 혹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졌는데 이런 현실을 '자연사'라는 이름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사 비율이 특히 높은 보호센터의 치료나 관리 부실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발간된 동물자유연대의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는 보호센터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실 운영으로 인한 죽음을 자연사가 아닌 '고통사'라고 불렀다.

● '자연사' 동물에 가장 많은 질병은 식욕 부진

8개 질병별로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을 자세히 살펴 봤다. 자연사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질병은 식욕 부진이었다. 식욕 부진을 갖고 있는 동물은 무려 67.8%가 자연사했다. 질병 있는 동물 전체의 자연사 비율보다 30% 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안락사 비율이 높은 질병은 피부병이었다. 피부병이 있던 유기동물은 3만 3,562마리, 39.8%가 안락사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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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식욕 부진은 자연사, 피부병은 안락사의 원인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식욕 부진으로 특이사항이 기록된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이 유독 높은 건 눈 여겨 볼 만하다.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정에 참여했던 명보영 수의사(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는 유기동물 정보 작성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명 수의사는 "수의학 석사 수준인 사람이 작성하기도 하고 관련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적을 수도 있다"면서 정보의 신뢰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질병 치료는 어떨까. [마부작침]은 전국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에 유기동물 치료 항목과 응급 치료 여부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했다. 전체 보호센터의 75.5%에서 치료 가능했던 질병은 피부병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았다. 반면 식욕 부진은 단 53.6%에서만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질병 평균은 59.5%만 치료 받았다. 질병 있는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이 높은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 자연사 비율, 유독 높은 지역은?... 위탁 중심인 구조도 문제

지자체별로 봤을 때 자연사 비율 상위 20위에 부산의 군과 구가 16곳이나 됐다.(나머지는 전남 완도군, 신안군, 경남 사천시, 인천 연수구) 이들 지역은 안락사 비율은 2.3%~13.6%로 하위권이었다. 이처럼 자연사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곳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안락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사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명보영 수의사는 "자연사는 고령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아파서 죽는 병사를 의미한다"면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각성과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 위탁 중심인 현 동물보호센터 운영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0월 현재 지자체 직영 보호센터는 39개, 위탁 센터는 311개로 크게 차이가 난다. 보호센터 예산에 치료비가 따로 책정되지 않고 등록된 마리 수에 따라 지원을 받는데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유기동물 치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다.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병에 걸린 유기동물 치료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라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대체로 직영 보호센터가 동물 입소시 검사나 치료 같은 부분도 월등히 잘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초시군구 중 유기동물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명을 잘못 적어('전북 고성군') 바로 잡았습니다.(2020년 11월 3일 오후 2시 30분)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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