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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 커피잔 던지면서…" 택배원의 한 맺힌 유서

택배 노동자 올해 11번째 죽음…생활고로 극단적 선택 추정

"먹던 커피잔 던지면서…" 택배원의 한 맺힌 유서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생활고에 몰린 택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경남 진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A(50)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A 씨는 오전 2시 30분쯤 동료에게 자필로 작성한 2장짜리 유서를 촬영해 메신저로 보냈습니다.

'억울합니다'로 시작되는 유서에는 택배 사업을 하면서 시설 투자, 세금 등으로 수입이 적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호소가 담겼습니다.

또 지점장 등이 직원 수를 줄이고 수수료를 착복하는 등 업무를 떠넘겨 부당함을 겪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A 씨는 유서를 통해 '한여름 더위에 하차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150만 원이면 사는 중고 이동식 에어컨을 사주지 않는다',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 작업 자체를 끊고,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장을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 등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든지,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A 씨는 평소 동료들과 업무상 애로사항에 관해 의견을 나눠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동료에게 보낸 유서 외에 부모에게 '생활고에 시달려 빚이 많으니 상속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5∼6줄짜리 자필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가족, 지인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A 씨가 평소 채무가 많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호소해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의 죽음으로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는 11명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 등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 원도 못 버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수입이 적어 신용도가 떨어지고 원금과 이자 등을 한 달에 120만 원 정도 부담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 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 환노위에서 같이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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