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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4천만 원 주면 나가요"…뒷돈 주고 '꼼수' 만연

<앵커>

전세 구하는 게 워낙 어렵다 보니, 시장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여러 현상이 눈에 띕니다. 전세 물건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하거나 전세를 빼주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있습니다.

한세현 기자가 취재입니다.

<기자>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 단지입니다.

전체 545가구 가운데 전세 매물은 딱 1개입니다.

[서울 동작구 공인중개사 : 없어요, 없어. 월세도 없어요. (세입자들이) 다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해서요. 방 2개 매물이 하나가 나왔는데, 9억 원이에요. 이건 진짜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라 저희도 할 말이 없어요. 어이가 없는 거잖아요, 지금.]

353가구 규모인 강남의 이 아파트 단지에는 전세 매물은 아예 없습니다.

[이길자/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 요즘 '전세 찾아 삼만리'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매물이) 거의 없어요.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되고 금액도 70~80% 정도 올랐다고….]

전례 없던 현상들이 속출합니다.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전셋집을 비워줄 순 없는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할까 봐, 일부 세입자는 보증금을 5%만 올린 것으로 계약을 갱신한 뒤 주변 시세와의 차액을 월세로 따로 보전해주기도 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하고 집을 비워주는 대신 월세와 이사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공인중개사 : 이사 비용을 달라고 해서 2백만 원 주기로 합의했대요. 합의된 상태에서, 지금 2억 원정도 올랐으니까, 전세가가. 4년 치 이자를 달라고 하더래요. 4천만 원. (집주인이)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법대로 하시라고 했대요.]

코로나 방역비 명목으로 집 보는 데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서울 강서구 공인중개사 :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니까, 한 채를 보려면 그런 식으로 해서 경제·금전적인 걸 또(바라기도….)]

꼼수도 만연합니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크게 오른 전셋값을 받기 위해,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 거부가 가능한 직계 가족이 입주하는 것처럼 성이 같은 세입자를 찾기도 합니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 : 부동산이나 이런 데다가 임차인을 구할 때 같은 성(으로) '성이 이런 사람들만 구해 주세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고. (가령) 이 씨가 많으니까 그런 사람 통해서 (세입자) 내보내고….]

이처럼 유례없는 전세난에, 종전에 인기가 없던 담보대출이 많은 전셋집도 전세금을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 거래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집주인, 기존 세입자, 그리고 새로 전세 구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 불신하고, 각박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의 취지가 옳더라도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대책이 있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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