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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해물질 내뿜는 가스 냉난방기…학교가 위험하다

<앵커>

몇 년 사이에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가스 냉난방기를 쓰는 곳이 늘어서 아이들 학교에도 2천 곳 넘게 설치돼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질소산화물과 메탄가스 같은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게 확인됐습니다. 초중고 학교 옥상에서 나오는 이런 배출가스가 아이들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김희남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옥상.

냉난방을 위해 가스엔진 히트펌프, 이른바 '가스 냉난방기'라는 걸 설치해놨습니다.

[학교 관계자 : 요즘은 따뜻하고 시원해야 공부를 하니까, 1년 내내 돌아간다고 보면 돼요.]

환경전문가와 함께 배출가스를 측정해봤습니다.

[배출가스 분석기사 : 환경부에서 형식 승인을 받은 장비라서 오차 같은 것은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금세 '매우 나쁨' 수준으로 바뀌었고, 수치는 120ppm 넘게 올라갑니다.

측정 1시간 동안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로 분류되는 질소산화물은 최대 230ppm,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인 메탄은 1,400ppm까지 올라갔습니다.

0.01g/km 또는 10ppm 안팎인 자동차 배출가스와 비교하면 적게는 20배, 많게는 100배 이상입니다.

[이임학/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연구교수 :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고농도가 됐을 때 두 번째로는 대기환경에 먼지 문제의 원인을 일으킬 수 있다.]

[임영욱/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 : (메탄은) 매스꺼움과 같은 것들을 느끼고 그러다 보니 소화기장애를 주로 일으킵니다.]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배기량 2,000cc급 자동차용 엔진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청정연료라는 도시가스로 엔진을 구동시키는데 자동차보다도 심하게 유해물질을 내뿜는 이유는 뭘까.

[정용일/녹색교통운동 이사장 : 배출가스는 연료가 좌우하는 것보다 실제로 엔진기술이 훨씬 더 크게 좌우합니다. 그러니까 촉매를 적용하는 후처리기술(저감장치)이 거의 뭐 엔진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80, 90% 이상 줄이거든요.]

연료품질이 도시가스보다 낮은 LPG 택시의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는 것도 저감장치 때문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노후 LPG 택시의 배출가스를 측정해본 결과 질소산화물은 8.6ppm, 탄화수소는 12.3ppm에 그쳐 기준치를 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스 냉난방기에 저감장치가 없는 이유는 뭘까.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공공기관에 전기를 쓰지 않는 냉난방기기 설치를 의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엔진을 쓰는 가스 냉난방기 설치를 장려했는데, 유해 배출가스는 자동차처럼 규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산업부와 환경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깁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환경부하고 관련기관들이 같이 만나서 좀 논의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고….]

[환경부 관계자 : 전체적으로 그 내용을 산자부에 한꺼번에 물어보시는 것도 어떠실까….]

일본은 가스 냉난방기를 '소규모 연소기기'로 분류하고,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100ppm 이내로 정하고 있습니다.

[나이토 요시카즈/도쿄도 대기보전과장 : 인증 제품은 이런 라벨을 붙여 판매해도 좋다. 홍보에 활용해도 좋다는 제도를 정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가스 냉난방기를 설치한 건물은 1만 5천 곳, 이 가운데 학교도 2천 200여 곳에 달합니다.

저감장치도 달지 않은 자동차들이 전국 각지의 학교와 공공건물 옥상에서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매연을 내뿜고 있는 셈입니다.

[안문수/한국환경영향평가사회 회장 :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는 적절한 대응이었을지언정 환경적 측면에서는 굉장히 고려가 미흡한 대책으로 보입니다.]

[임기상/자동차시민연합 대표 : 이건 무지죠. 시원하기 위해서 생명을 단축하는….]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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