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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파산 줄고 주택 가격은 급등…거꾸로 가는 세계경제, 왜?

[월드리포트] 파산 줄고 주택 가격은 급등…거꾸로 가는 세계경제, 왜?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0개월째, 코로나19는 아직도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며 인간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7일 오전 현재 3천560만 명, 사망자는 104만 명을 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5일 전 세계 인구의 10%가 코로나19에 걸렸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수치보다 20배 많은 8억 명 가까운 지구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유례없는 이동제한조치로 지난 2분기 세계경제성장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고,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가들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9월 실업률이 7.9%에 달하는 등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사상 최악 수준의 실물경기 침체에도 세계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달아오르고, 파산신청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미국의 파산신청은 27%가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리노이(Illinois), 브리검 영(Brigham Young), 하버드(Harvard)대학 연구진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파산신청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만 건 줄었다는 것이다. 개인파산신청은 28%, 법인파산신청은 1%가 감소했다.

개인과 법인의 파산신청, 전년동기 대비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평균 10%가 하락했었던 선진국의 주택 가격은 코로나19 대확산에도 오히려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2분기 G7 국가의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5%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하락했던 부동산 개발 및 거래 회사들의 주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독일의 지난 8월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11%나 올랐다. 지난 2분기 미국 주택의 중간 값 상승률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이어진 주택 가격 폭등 시기보다도 더 높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도 주택 가격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 주택 구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G7 국가의 주택가격 상승률 및 주택사업자 주가지수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그리고 주택 구매자들의 선호 변화 3가지를 꼽았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올 들어 평균 2% 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연초 3.7%에서 2.9%로 하락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자 많은 사람들이 기존 모기지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새로운 모기지로 갈아타거나, 모기지 대출 규모를 늘렸다. 영국과 미국의 모기지 대출 증가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의 두 번째 요인은 정부의 재정지원이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가 닥쳐 실직자가 늘어나면 모기지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압류된 주택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주택 가격은 하락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보조금이나 일시적 휴직 지원금, 복지 지원 확대 등으로 나눠준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G7 국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천억 달러가 증가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다른 정책들도 이어졌다. 스페인은 대출자들이 모기지 상환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고, 일본은 은행들에 모기지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도록 요청했으며, 네덜란드는 일시적으로 압류를 금지했다. 압류를 제한하는 조치로 지난 2분기 영국의 압류 자산은 1년 전보다 93%가 줄어들었고, 미국의 모기지 압류 비율은 1984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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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심-교외-지방의 주택가격 상승률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인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한 세 번째 요인으로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주택 선호 성향의 변화를 꼽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5명 가운데 1명 정도의 근로자들이 집에서 근무를 하면서 더 넓고 더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9년 OECD국가 국민들의 경우 가계소득의 19%를 주거생활에 투입했는데, 중산층 국민들이 더 많은 돈을 주거생활에 투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한 대부분 도시에서 도심과 도심 외곽의 주택 가격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아파트 가격은 0.9%가 상승한 반면 단독주택의 가격은 1년 전보다 4%가 올랐다.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가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이 중단될 경우 주택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신규주택 건설이 17%나 줄어든 점을 감안할 때 공급 감소가 주택수요 감소를 상쇄하면서 주택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지않아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내년 집값이 평균 14%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거래세 인하 등으로 인위적으로 시장이 반짝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난 2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8.2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규모, 자료: 존스홉킨스대학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각국 정부가 통화와 재정정책 지원을 곧 중단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대선 후로 논의를 미뤘지만 2차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는 침체한 반면 자산 가격은 오르면서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리노이와 브리검 영, 하버드 대학 연구진들의 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발생한 미국의 법인 파산 가운데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챕터7에 의한 완전 파산 신청은 13%가 줄어든 반면, 좀 더 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챕터11에 의한 파산신청은 35%가 증가했다. 자산 5천만 달러 이상 기업의 챕터11 파산신청은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파산을 선택한 반면, 큰 회사들은 파산을 보호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개인파산의 경우도 주로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압류를 막고 대출 상환계획을 재조정하는 챕터13에 의한 파산신청은 41%가 줄어든 반면, 소득이 낮고 자산이 적은 사람들이 신청하는 챕터7에 의한 파산은 20%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부유층들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적게 받은 데다 모기지 상환 유예 등 정부의 지원정책이 부유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줬다는 분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일 코로나19 이후 비전을 제시하는 새 회칙을 발표하면서 "팬데믹이 세계 시스템의 취약성을 노출하고, 낙수 효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빈곤층을 돕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 나은 정치'를 촉구했다. 노년층과 빈곤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집중 타격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공포와 불확실성으로 사회적 연대가 깨지지 않도록 "삶의 방식, 관계, 사회 조직, 무엇보다도 우리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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