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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품 떠나는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순항할 수 있을까

[취재파일] ADD 품 떠나는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순항할 수 있을까
국방과학연구소 ADD는 지난 2016년부터 LIG넥스원과 함께 타우러스급 국산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탐색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수백 km 떨어진 창문만한 표적도 정확히 때리고 강화 콘크리트의 지하 시설도 관통하는 전투기용 미사일입니다.
 
LIG넥스원의 도움을 받아서 내년까지 탐색개발을 완료한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어 ADD는 체계개발에 돌입해서 국산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한국형 전투기 KF-X의 공대지 무장으로 장착하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습니다.
 
ADD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사업이 고비 아닌 고비, 장애물 아닌 장애물을 만났습니다. 바로 방사청입니다. ADD가 주도하고 있는 개발을 업체 주관 개발로 뒤집고 방사청이 사업관리를 하는 방향으로 방사청이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DD는 첨단 기술과 비닉(秘匿) 무기를 개발하고 일반 무기체계 개발은 방산기업에게 넘기자는 취지에서 장거리공대지미사일도 민간 기업에게 개발을 맡기겠다는 겁니다.
 
현재 진행중인 ADD의 탐색개발이 제대로 마무리될지, 업체 주관 개발로 전환됐을 때 ADD의 탐색개발 노하우가 적절히 이전될지,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ADD 없이 개발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의문이 따릅니다. 무엇보다 ADD가 빠진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 과제를 KF-X 전력화 시점에 맞춰 완수할 수 있을지, 급등하는 개발비은 감당할 수 있는지 걱정이 많습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적시 개발에 성공하면 본전이지만 실패하면 KF-X 전력화 실패와 같은 막대한 후과(後果)가 뒤따르는 도박입니다. ADD 주도에서 업체 주관으로 바뀌니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후과가 두려우니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ADD의 개발 청사진 지켜질까
 
ADD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 비용은 약 8천억 원입니다. 탐색 및 체계 개발에 3천억 원, 양산 및 구매에 약 5천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세계적인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급 독자개발 및 약 200발 양산이 목표입니다.
 
첫 단계인 탐색개발이 2016년 시작돼 내년 완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ADD의 1본부는 비행체, 4본부는 탄두 개발을 각각 맡아 LIG넥스원과 공동 탐색개발을 해 왔습니다. LIG넥스원은 작년 아덱스(서울 항공우주 방산 전시회)에서 국산 장거리공대지미사일 모형을 전시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저고도 지형 회피 및 추적 비행, 강화 콘크리트 관통 탄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특히 순항 비행에 따른 상대적 저속으로도 두꺼운 강화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는 관통 탄두 기술은 거의 난공불락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자 개발을 자신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도전은 이어졌습니다.
 
● 말 갈아타야 하는 장거리공대지
 
작년 아덱스에 전시된 LIG넥스원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 모형

누가 뭐라 해도 한국에서 무기 제일 잘 만드는 곳은 ADD입니다. 국산 무기 개발의 역사와 전통, 성과 모두 ADD 차지입니다. 500km 안팎 사거리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한국에서는 ADD는 정도 돼야 넘볼 수 있는 무기입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과감하게 비첨단 일반 무기로 분류하고 민간 방산기업에게 연구개발 주관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어떤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LIG넥스원 아니면 (주)한화가 주관 업체로 선정될 전망입니다. 전투기 개발업체라고 해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도 새롭게 선수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LIG넥스원이 탐색개발에 참가했으니 체계개발도 한다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 첨단함형 적용 연구, 스마트기술 적용 연구 등 국책 과제를 도맡아 했지만 KDDX 본사업 수주는 ‘도둑 촬영’으로 설계도를 훔친 현대중공업에게 돌아갈 참입니다. AESA 레이더도 LIG넥스원이 10년 이상 개발했는데 한화시스템이 덜컥 낚아채 주인이 됐습니다. 기술, 노하우 보다 중한 것이 허다한 데가 이 동네입니다.
 
ADD는 체계개발 불참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DD의 한 관계자는 “업체 주관으로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개발하면 ADD는 완전히 발을 빼야 한다”, “개발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가져가라는 의사를 방사청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국가 연구소인 ADD가 개발하면 이윤을 따지지 않아 개발비용이 줄어든다”, “민간업체가 주관 개발했을 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고 꼬집었습니다.
 
ADD 입장에서야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 주관 자격을 잃었을 때 개발에 주도권을 잃은 채 참여할 이유가 없습니다. 성공의 과실은 사업관리의 방사청과 개발 주관 업체가 따먹고 실패의 쓴잔은 ADD도 마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체계개발에는 기술과 노하우가 쌓인 ADD와 LIG넥스원 둘다 손을 떼는 최악의 상황, 즉 성공 가능성은 줄어들고 개발 비용은 급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왜 장거리공대지인가
 
한국 공군 F-15K에서 타우러스를 발사해 표적을 명중하는 장면

우리 군은 F-15K용 장거리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수백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거리 500km를 관성항법, 위성항법, 지형참조항법 등을 이용해 낮게 정확히 날아가 목표물을 때립니다. 강화 콘크리트를 6m 뚫고 들어간 뒤 터지는 첨단 관통탄두가 장착됐습니다.
 
전투기의 비행거리까지 더하면 타우러스의 유효 공격범위는 배가됩니다. 그래서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위력적인 겁니다. 중국, 일본, 북한 모두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이 없습니다. 일본은 최대 사거리 900km(재즘 ER)인 미국제 재즘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사실상 동북아의 비대칭 무기입니다.
 
개발로 치면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독자개발할 정도로 배포 큰 나라는 미국 정도입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도 공동 개발합니다. 중국이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하는 건 독자개발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KF-X의 핵심 무장으로 KF-X의 성패를 가를 미사일입니다. 똘똘한 무장 없는 전투기는 빈 껍데기나 다름없어 전력화, 수출 모두 어렵게 됩니다. 크기와 사거리를 줄인 FA-50용 공대지무장 개발도 장거리공대지미사일과 연계된, 같은 운명입니다. 그래서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은 KF-X의 전력화, FA-50과 KF-X의 수출과 직결되는 겁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이 이렇게 중요한데 개발 계획이 산으로 가는 분위기입니다. 성공 확률 떨어지는 업체 주관으로 하느니 독자개발 접고 외국 업체와 협력해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개인들이 이득 보는 연구개발이 아니라 가장 좋은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개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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