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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27만 명 몰렸지만…'테슬라 데이' 결국 맹탕?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오늘(24일)도 함께 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에는 동학 개미 말고 이른바 서학 개미들도 있지 않습니까, 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분들을 서학 개미라고 하던데 이분들이 주목했던 테슬라의 사업 설명회가 어제 있었죠?

<기자>

네. 미국의 전기차 업체죠. 어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주총회 겸 해서 이 회사의 사업 설명회가 열렸는데 전 세계에 온라인 생중계됐습니다.

보통의 회사 주주총회랑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테슬라의 공장 주차장인데요, 알록달록한 차들이 많이 와있죠.

미국 전역에서 240대의 테슬라 차를 모는 주주 240명이 모인 겁니다.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추첨해서 뽑힌 사람들입니다.

요새 대규모 행사는 세계적으로 어디서도 열기 힘든데요, 테슬라는 주주들을 실제로 오게 하되 서로 접촉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이렇게 조성했습니다.

자동차 극장처럼 각자 차를 끌고 와서 차에서는 안 내리고요, 무대에 오른 이 회사 사장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박수 치고 싶을 때는 대신 경적을 울린 겁니다.

회사인데 회사 같은 분위기가 아니고 주주총회 분위기도 좀 다르죠.

이 회사가 내놓는 전기차나 친환경에너지 사업들, 그냥 상품이 아니라 혁신을 상징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주주들이 팬처럼 호응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혁신의 상징으로 떠오르던 시절의 애플이랑 여러 모로 비견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런 테슬라가 창사 이래 가장 흥미로운 발표를 하겠다고 미리 대대적으로 예고한 날인 바람에 정말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2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 생중계로도 동시에 지켜봤을 정도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못 미쳤다,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기자>

전반적으로 사전에 그렇게 분위기를 잡았던 거에 비해서는 실망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배터리 데이를 하루 앞둔 시점부터 CEO 일론 머스크가 그전까지 예고했던 깜짝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약간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락했었는데 배터리 데이 이후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에 끝난 뉴욕증시에서는 10% 넘게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왜 이러느냐, 계획 자체는 충분히 혁신적이기는 하거든요, 3년 안에 지금의 반값으로 성능은 크게 개선된 차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3천만 원이 채 안 되는 차를 내놓겠다는 겁니다.

전기차는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는 전자제품이죠.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가 심장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개선된 배터리를 실험실에서 몇 번 성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이런 차가 가능합니다.

이걸 3년 안에 하겠다, 그리고 완전 자율주행이 되는 차도 한 달 안에 시범 버전을 선보이겠다고 했습니다.

들어보니까 계획은 원대한데 장기적인 목표에 가깝습니다.

요즘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 나온다 하지만 못 나오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의 느낌을 준 겁니다.

예전에도 이 회사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술도 선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언제까지 뭘 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적들도 있고요, 이렇다 보니까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갔는데 먹을 게 없더라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수명 100만 킬로미터 배터리가 나온다는 소문까지 있었거든요, 보통 차 10만 킬로미터는 타고 차량을 바꾸자는 캠페인도 하죠. 그런데 160만 킬로가 거뜬한 배터리가 나온다더라는 소문까지 돌다가 뚜껑을 열어 봤더니 올해 들어서만 이 회사 주가를 5배 올렸을 정도로 기대가 컸던 세계의 투자자들, 서학 개미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실망한 겁니다.

<앵커>

그래도 특히 전기차 배터리 많이 수출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발표였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죠?

<기자>

네, 어제 발표된 내용이 다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더라도 테슬라가 제시한 목표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얘기도 합니다.

어제 발표는 20년을 노력해서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 목표가 아니라 지금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당장 위협을 느낄 만한 발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어제 제시한 비용 절감과 기술혁신의 기준 자체가 업계 경쟁의 중기 기준선을 새롭게 긋기 시작한 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우리는 뭘 먹고 살면 될까, 우리가 지금 잘하고 앞으로도 경쟁 우위를 노릴 수 있는 품목이 뭘까, 현재 우리에게 반도체의 위상만큼 미래에 그런 것에 대한 기대를 받는 게 바로 이 한국산 배터리 이른바 K-배터리와 전기차거든요, 그래서 어제 배터리데이를 테슬라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도 주목했지만 업계가 다 같이 그렇게 주목했고요, 보고 나니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하고 안심도 했지만 "아, 정말 경쟁이 오늘도 숨 가쁘구나" 새삼 긴장도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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