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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전과 2범, 사망사고 냈는데…"반성, 징역 4년"

<앵커>

2년 전 이맘때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 씨가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한 달 반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됐는데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내용이죠. 그럼 이 취지에 맞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을까요.

지난 4월에 서울 금천구에서 벌어진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경우는 어땠는지,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월 29일 저녁, 서울 금천구의 한 도로.

한 남성이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로 향합니다.

승합차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횡단보도를 건너는 남성을 그대로 치고 지나갑니다.

퇴근하던 이 남성은 집으로 가기 위해 이 길을 건너가야 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그 충격으로 이 남성은 5m 가까운 곳까지 밀려 나갔습니다.

주춤주춤 차에서 내린 운전자 A 씨가 쓰러진 남성을 잡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상체를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려 머리가 땅에 부딪힙니다.

음주 사고

보다 못한 목격자가 차에서 내려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수사 결과 운전자 A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43%의 만취 상태로 4km 가까이 달리다 사고를 낸 거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아내 : 제가 아침에 신랑이 출근하면서 일찍 온다고 그러고 나갔어요. 일찍 올게 하고 손녀, 손녀들이 너무 좋아가지고.]

가해 차량 안에서는 소주병이 나왔습니다.

가해자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유족의 고통은 이어졌습니다.

먼저 재판 일정이 유족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아들 : (알게 된 게 재판) 일주일 정도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때 이제 알아서 아 이게 열리는데 왜 연락을 안 했을까. 그런데 하루 종일 (검사실에서 연락을) 안 받아요.]

부랴부랴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더니 이번에는 법원 전산망에 가해 운전자가 낸 참고 자료로 잘못 등재됐습니다.

가해자는 재판에서 직업을 경비원으로 속이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아들 : (재판에서) 경비원입니다 이러는 거예요. 경비원이라고 하길래 너무 다르잖아요. 이 사람 직업이 어떻게 바뀌었냐고. 강북 아파트 경비원 너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신 분이 이슈가 한창 될 때였거든요.]

가해자가 일했던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가해 운전자 지인 : 가끔가다 (업체에) 얼굴 비치고, 그냥 막말로 얼굴 비치고 가버려. 얘기도 못 하고 대화도 못 하고….]

[가해 운전자 이웃 : 아니야 경비원은. 여기 경비라는 건 없거든요.]

더 기가 막힌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가해 운전자가 2002년과 2007년 음주운전을 해 집행유예까지 받은 전력이 있던 것입니다.

가해자가 책임보험에만 가입했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 등 불리한 정황이 여럿 있었지만 법원은 가해자가 "반성하고, 고령이며 척추 5등급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구형량의 3분의 1 수준인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아들 : 검사가 12년 구형을 했고 그래서 믿고 기다렸고 판결문 재판이 됐는데 4년이라는 거예요. 반성을 많이 했다 하는데 아니 반성을 판사한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윤창호법 시행 후 형량이 대폭 강화됐다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올해 7월부터 대법원판결 검색에 올라온 음주 사망사고 판결문 6건 중 징역형은 단 1건, 나머지는 "반성했고, 합의했다" 같은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정경일/교통전문 변호사 : (새 대법원 양형 기준의) 중간 지점이 아닌, 가장 밑에 4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직까지도 위험운전치사, 윤창호법에 대해서 국민들의 법 감정과 피해자에게 많이 못 미치는 형이 선고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나흘 뒤면 윤창호 씨가 사고를 당한 지 2년,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는 음주 운전자, 엄하게 처벌하자는 윤창호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진훈,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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