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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밀 놓고 자리 뜨고…도둑 촬영해 연구 개발

"해군 간부-현대중공업 수상한 연결고리"

<앵커>

오늘(21일)부터 8시 뉴스가 달라집니다. 보다 깊이 있고 또 다양한 소식을 전해 드리기 위해서 뉴스 시간을 늘리고 새로운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달라진 첫날, 첫 소식은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스텔스 성능까지 갖춘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의 미래 주력함 가운데 하나로 7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사실상 현대중공업이 수주해서 공식 발표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군 간부와 현대중공업이 서로 짰다는 의혹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군의 한 간부가 경쟁사가 개발한 기밀 설계도를 꺼내놓은 뒤 자리를 떴고 현대중공업 직원이 그걸 도둑 촬영해서 연구개발에 활용한 겁니다. 군과 검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먼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8년 4월, 현대중공업에 대한 당시 기무사의 불시 보안 감사였습니다.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서버에서 해군 기밀문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민감한 문서가 바로 한국형 스텔스 이지스함 건조 사업인 KDDX의 개념 설계도입니다.

기무사 수사가 진행되면서 해군 간부와 현대중공업 사이의 수상한 연결고리가 포착됐습니다.

지난 2013년 초부터 1년간 현대중공업 직원 서너 명이 별건인 잠수함 관련 사업으로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수차례 방문했는데, 해군 A 중령은 잠수함 사업과 무관한 KDDX 기밀 자료를 면담 장소에 갖다 놓은 채 자리를 비웠고 그사이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기밀자료를 동영상으로 찍어가 문서로 편집한 겁니다.

2013년 4월에는 KDDX 개념설계 토의자료, 2014년 1월에는 KDDX 개념설계 최종 완료 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이른바 도둑 촬영해 갔습니다.

개념설계 토의자료와 완료 보고서는 함정 내외부 구조와 이지스 전투체계, 동력체계 같은 함정의 핵심 구조, 성능, 부품 등을 상세하게 담은 도면이자 보고서입니다.

이걸 토대로 기본 설계를 하게 되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쟁사가 참여해 만들었습니다.

A 중령은 기밀 유출 혐의로 현재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 중이고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울산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 참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고, 비밀이든 아니든 그런 차원을 떠나서 비도덕적이라고 보거든요.]

다만 양측 모두 기밀이 새 나간 것과 도둑 촬영 사실은 인정하지만, 서로 짜고 했다는 혐의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2018년 혐의가 드러난 이후로 수사와 재판이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사이 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KDDX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개념설계를 작성했던 경쟁업체를 총점 100점 중 0.056점 차이로 따돌리고 최종 사업자로 사실상 결정돼 공식 발표만 남긴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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