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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컬링연맹 부정채용 의혹 사실로…체육회 "채용 취소 · 관련자 경찰 고발"

지난 3월, SBS가 보도한 대한컬링경기연맹의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4일, 감사 결과를 컬링연맹에 전하며 "A 부회장의 오랜 지인으로, 부적정하게 채용된 B 씨의 합격 결정을 취소하고, 이를 주도한 A 부회장을 중징계 하라"고 조치했습니다. 또한 채용 과정에 책임이 있는 김재홍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과정은 공고부터 채용까지 '부정(不正) 투성이'였습니다. 연맹은 지난해 8월 관리단체에서 벗어나고 한 달 뒤, 경력직 간부 직원 1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며 '공인중개사'에게 가산점을 주는 조항을 갑자기 추가했습니다. 지금껏 체육 단체 공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항입니다.
▶ SBS 8뉴스 보도(20년 3월 24일) <[단독] 채용 조건 바꿔 가점?…컬링연맹 '부정채용' 의혹>

A 부회장이 당시 신임 집행부 인수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던 고향 후배 B 씨(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A 부회장은 "특정인을 우대한 게 아니라 계약 관련 업무 종사자에 대한 포괄적 의미였다"고 SBS에 해명했지만 체육회는 "공인중개사 우대 조항은 최초 작성된 공고문에는 없었으며, 이와 같은 내용이 수정된 공고문을 인수위원이던 B 씨가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직접 실무자에게 이메일로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B 씨가 가산점을 받은 가운데, 서류전형 채점 결과도 불공정하게 처리됐습니다. B씨보다 서류전형 점수가 좋았던 후보는 탈락했고(아래 표 참고),
이정찬 취재파일

B 씨와 함께 서류전형을 통과한 다른 두 후보보다 점수가 높은 탈락자도 2명 있었습니다(아래 표 참고).
이정찬 취재파일

면접에서도 B 씨를 향한 특혜는 이어졌습니다. 인사위원회 등 규정을 지키지 않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던 김재홍 전 회장은 채점에 앞서 면접 심사위원들에게 노골적으로 B 씨를 칭찬해 공정성을 훼손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원자 가운데 연장자였던 B 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이는 조금 약간 듬직한 게 좋겠다. B 씨는 사전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정확하게 내용을 알고 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반면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체육대학 출신자는 장점이지만 컬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공이다"고 했고, "마지막 젊은 사람은 직장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찾고 있는데 아직 우리 연맹은 아닌 것 같다"고 깎아 내렸습니다. 최종 합격자로 이름을 올린 B 씨는 규정에 명기된 '3개월 수습 기간과 자체 평가'도 하지 않고 최종 임용됐습니다.

이제 연맹은 인사위원회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체육회의 처분 요청을 따라야 하는데, 이를 책임지고 조치해야 할 집행부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습니다. 김재홍 회장은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최소한의 정상화를 이루었다고 자평"하며 돌연 사퇴했습니다. 회장 취임 후 불과 8개월 만이었습니다. 3개월 뒤, 유영태 부회장도 직무대행직에서 자진 사퇴했고, 현재는 김구회 부회장이 회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에선 연맹이 코리아컬링리그를 치르며 국고 보조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점과 인수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 침해가 있었던 점도 드러났습니다. 체육회는 부적절하게 집행한 국민체육진흥보조금 13,566,650원을 환수하고, 실무를 담당한 A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추가 요구했습니다. 또한 관련자를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인수위원이 폭언과 욕설을 하고, 지위를 이용해 직원을 괴롭힌 점에 대해선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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