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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맞선 선열들의 마지막 현장…표석조차 없었다

<앵커>

나라 위해서 몸 바친 선열들, 우리가 잘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나 챙겨보자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항상 이맘때 돌아보고는 잊어버리고 하는데 보훈처부터 해서 차근차근 밟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민경호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언덕 밑, 흰옷을 입은 사람 셋이 묶여 있고 맞은편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앉아 쏴 자세로 늘어서 있습니다.

1904년 9월, 일제의 철도 건설을 방해했다가 처형된 의병 김성삼, 안순서, 이춘근 열사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이순우/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 (역사학계에서는) 굉장히 초기에 일본에 저항해서 맞서 싸우다가 총살형을 당한 의병이라고 이렇게 규정하고 있거든요. 지금 훈장이 서훈돼 있는 상태입니다.]

이 장소가 공덕리였다는 당시 기록과 사진 속 지형을 바탕으로 처형 장소로 추정한 곳은 현재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대.

이곳이 세 의병이 철도부설 방해 공작을 벌였던 옛 경의선 철길입니다.

이렇게 선로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요, 길 건너편 주택가가 높은 언덕으로 돼 있어 유력한 처형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현장을 알리는 표석은 없습니다.

1988년 서울시가 표석 설치를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고 30년 넘는 세월이 흘러 경의선 어디에서도 세 열사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해방 직후 친일 청산 기관이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 표석은 제자리를 잃었습니다.

표석이 있던 건물이 재작년 철거됐는데 철거업자가 표석을 발견해 설치 주체인 민족문제연구소에 알려 가까스로 되찾았습니다.

[김홍재/철거업체 직원 : 그 표석이 저희가 공사할 때도 지장물 (장애물)이 됐던 거죠. 표석을 놔두게 되면 훼손될 것 같아서 민족(문제)연구소에다가 제가 전화를 해서…]

새 건물이 올라서고 있는데 표석을 어떻게 보관할지, 건물이 다 지어지면 어떻게 다시 세울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군경과 시가전을 벌이다 자결한 김상옥 열사 순국지도 여전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5년 전 각계에서 표석 건립이 제안됐지만 진행된 건 없습니다.

[방학진/당시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2015년 8월) : 1천 명의 일제 군경과 싸웠던 이 장소인데, 이 장소에는 정작 아무런 표석이 없는 거죠.]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몇 년 전에도 저희가 이 자리를 방문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관계기관에서 조금만 더 성의를 가졌으면 (작은 흔적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75번째 광복절, 일상 속에서 선열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이준영, 자료제공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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