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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1만 5천 뿌리 뽑아야"…'학생 강제노역' 잔혹 실상

<앵커>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10대 초중반에 불과했던 아이들이 강제노역에 끌려갔었던 것을 보여주는 기록물들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학교에 있어야 할 12살 소년이 병든 보리 1만 5천 뿌리를 뽑는 일에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4년.

충남 공주 장기국민학교 학생들의 강제노역 기록을 담은 문서입니다.

12살 정도인 6학년생이 해야 할 노역 내용과 횟수가 적혀 있는데 5월부터 11월까지 일정이 빼곡합니다.

노역량도 가혹했습니다. 병든 보리 뽑기 작업이 있던 5월에는 한 사람이 1만 5천 뿌리를 제거해야 했는데 성실하게 노역했던 학생은 '낫질의 달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영도/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 한 번 동원될 때마다 4천 포기씩 뽑았다는 거니까. 이게 한 시간, 두 시간 만에 뽑을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보리밭에서 이 깜부기(병든 이삭) 뽑고 있으라는 것 아닙니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아이들

중학생이 되면 강제 동원은 더 혹독해집니다.

1943년 군산중학교 학생 학적부에는 강제노역 동원을 뜻하는 '근로보국대'뿐 아니라 매 학년 혹한기 훈련을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적혔습니다.

중학생에게 군사훈련까지 시킨 것입니다.

졸업 이듬해 징집된 이 학생은 결국 최전선으로 끌려갔습니다.

[이영도/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 만주 국경을 넘어서 남경을 거쳐서 전쟁터에 내몰리는 그런 것들을 이 학생 한 명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근로가 곧 교육'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강제 동원했던 일제 말기의 역사.

잔혹한 실상이 담긴 기록물들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전시됩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VJ : 김형진, CG : 최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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