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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죽음으로 호소한 유망주…엘리트 스포츠 왕국의 그늘

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그녀는 "무섭고 죽을 것 같다...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그녀의 일기장을 보면 지난 3년간 당했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운동을 그만 둘 걸 각오하고 지난 2월부터 경주시청과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 경찰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그녀가 마주한 건 '외면과 좌절'뿐이었다.

경주시청은 일부 선수들과의 통화로만 민원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고, 대한체육회 인권센터도 대면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도 경미한 사건으로 보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월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 사건 이후 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민관 합동 스포츠 혁신위가 구성됐고, 성폭력과 폭력 사건을 막기 위한 권고안까지 나왔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1년여 만에 유망주 선수가 폭력에 시달리다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 폭력 발생 이후 대응 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감독이 동료 선수들에게 허위 진술을 회유하는가 하면, 진정이나 고소장이 접수된 뒤에도 제대로 된 현장 조사나 확인 절차가 없었다.

각 기관마다 체육계 폭력 사건에 눈을 감거나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이다.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 그리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체육계의 '침묵의 카르텔'이 유지되는 한 언제든 제2, 제3의 최숙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때리고 욕하면서 운동시키고, 운동 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외길 인생을 살게 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유효가 다 됐을 뿐만 아니라 2020년 대한민국에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주 SBS <뉴스토리>는 폭력 피해를 호소한 20대 유망주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뭔지, 스포츠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과 구조적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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