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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그들은 왜 감시의 바깥에 있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

[마부작침] 그들은 왜 감시의 바깥에 있나
1991년 3월, 5.16 군사정변 이후 중단됐던 지방선거가 31년 만에 부활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4,304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했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흘렀다. 2018년 선거에서 뽑힌 226개 기초의회 의원 2,927명이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8기 지방의회는 이제 전반기를 마감하고 후반기 2년에 돌입했다. 반환점을 돈 기초의회의 지난 2년은 어떠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은 몇 가지 데이터에 기반해 지방의회의 전반기를 결산해보기로 했다. 먼저 기초의회 의장단의 지난 2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19만 건을 전수 분석했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썼는지 살펴봤다. 시민 세금이 혹여나 분별 없이 사용되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편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쓴 1300만 원>에서 특정 업체에 집중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와 전체 현황을, 이번 2편 <커피를 사랑한 의장님>에선 사적 용도와 휴일 사용 문제를 짚었다. 3편에서는 그들이 왜 감시받지 않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할 지 취재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
2020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전수분석 ①
● 감시받지 않는 지방권력

"업무추진비 관련 규정을 연찬하여 앞으로는 유사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업무를 철저히 추진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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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진시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업무추진비 결제계좌의 부족금 40만 8천 원을 보전 조치하고 집행의 명확성 확보를 위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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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천안시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부당 집행한 업무추진비 1,156만 원 환수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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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강남구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위는 몇몇 기초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업무추진비 관련 대목을 추린 것이다. 작년 당진시의회 사무국에선 환수나 보전 조치가 없었고 재작년 천안시의회는 40만 원 조치, 4년 전 강남구의회 사무국에서 1천여만 원을 환수했다지만 금액이 대단히 큰 건 아니다. 이 정도면 비교적 잘 사용하고 있구나 착각할 정도다.

현실은 이러하다.

"대부분 알 수 없음."

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기에 그렇다. 기초의회 전체 예산이 2,342억 원에 이르는데도 그렇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
지방자치단체는 자체감사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감사규칙'을 갖고 있다. 소속 단체나 기관 모두 감사받는 게 아니라 이 규칙에 대상 기관으로 나와 있어야 감사를 받는다. 2020년 7월 기준 감사대상 기관에 의회 사무국이나 과가 포함된 기초자치단체는 73.5%(166개)다. 뒤집어 말하면, 26.5%(60개)는 과거에도, 지금도 감사대상이 아니다. 놀라운 건 이게 최근 개선된 수치라는 점이다.

불과 2년 6개월 전, 2018년 2월 시점엔 감사대상 아닌 의회 사무국이 71.2%(161개)였다. 열에 일곱은 감사대상이 아니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같은 해 6월, '지방의회 예산집행의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감사대상에 의회사무기구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그래서 개선된 것이다. 문제는 감사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꼭 감사를 받는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는 거다.

● 감사 안 받는 74%.. 지금은?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
서울 강남구의회는 1991년 개원한 뒤 25년 만인 2016년 처음으로 구의회 사무국 종합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2013~2016년 명절 때마다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동료의원 등에게 소고기, 보리굴비 등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선 선물을 지급하는 등 부당 집행 사례가 드러났다. 1,157만 원을 환수하도록 조치됐다. 이 기사 첫 머리에 언급했던 그 감사 결과다.

감사 모범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후에도 감사규칙으로 정한 주기에 따라 계속 실시했다면 말이다. 강남구는 2014년 3월 '행정감사 규칙'을 개정해 감사대상 기관에 처음으로 구의회 사무국을 포함시켰고 2016년 5월 사상 첫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더는 없었다. 같은 해 "감사실시 주기는 3년으로 한다"라고 감사규칙을 개정해 놓고도 3년이 지난 뒤인 2019년을 그대로 넘겼고 올해도 계획에 없다.

강남구청 측은 "모든 부서를 딱 3년 주기로 돌리는 건 아니다"라면서 "구청 산하에 38개 부서, 22개 동이 있기 때문에 골고루 돌아가게 안배해야 한다, 그런 제반 상황을 봐 가지고 계획을 짠다"라고 설명했다. 또 "연간 감사 계획대로 못 하는 경우도 많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감사를 자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사상 첫 감사 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해 구청 홈페이지를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강남구청은 담당자 실수로 누락했다며 2020년 7월 말 보고서를 게시했다.)

2018년 권익위 의결서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 간 자체감사를 받지 않은 지방의회 사무기구는 166개, 73.5%였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지방의회나 국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감시의 눈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라며 "예산 정하고 행정부 감시하는 기능은 의회가 갖고 있는데 의회 감시하는 기능을 행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채 사무처장은 "행정부는 항상 눈치 보는 입장이라 의회가 업무추진비를 대충대충 써도 외부 시민단체 정도가 아니면 나중에 문제 제기하는 데도 없다"라며 "의회는 감시에서 열외라고 보면 된다"라고 개탄했다.

●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 마련한 의회, 38%뿐

2020년 7월 10일, 고양시의회는 조례 하나를 제정했다. '고양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조례'(윤용석·김미수·이해림 의원 공동발의). 업무추진비의 개인 용도 사용과 심야·휴일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며 부당사용자를 제재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윤용석 의원은 본회의에 "업무추진비의 사용 및 집행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용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라고 보고했다. 고양시의회는 이제라도 제정했지만 대다수 의회는 아니다.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과 공개에 관한 조례 혹은 규칙을 만든 의회는 2020년 7월 기준 86개, 38%에 불과하다.

이미 7년 전, 2013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표준안까지 만들어 제시하며 각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지방의회의 위법·부당한 업무추진비 집행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나 큰 문제가 된 이후의 조치였다. 2015년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범위에 대해 규정했지만 사적 용도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은 없다. 각 의회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투명하게 사용하자는 게 권익위 권고의 취지인데 지금까지도 기초의회의 62%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 두루뭉실 공개하거나 비공개하거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
2020년 2분기 수원시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이다. 수원시의회는 2008년부터 의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해왔고 2013년 8월부터는 자체 조례에 따라 분기마다 의장단 전체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사용일시와 금액, 내용, 대상인원 정도만 공개하고 있어 어디에서 썼는지, 누구와 어떤 이유로 사용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렇게라도 공개하고 있는 의회는 162개, 71.7%이고 28.3%, 64개 의회는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조민지 사무국장은 "현재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는 수준은 간담회 활동, 회의 이 정도가 끝"이라면서 "도대체 어떤 회의나 간담회에서 누구와 함께 논의했는지, 그래서 업무추진비를 쓸 필요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는데 의회가, 시민들이 굉장히 방만하게 사용한다는 오해를 갖도록 쓰고 있는 게 문제"라며 상세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새로 들어간 의원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기존의 관행을 습득하고 구 질서대로 굴러가는데 업무추진비 사용도 마찬가지"라며 "그 관행의 고리를 잘 끊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채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협의회 같은 데서 의회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고민해서 내놓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배정훈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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