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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LABS 06] "로컬은 우리 미래" 망해가는 서점 살리기에 뛰어든 28살 록그룹 보컬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줄면서 우리 동네 곳곳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목할 화두 중 하나로 생활권 중심 로컬의 부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서울 성균관대 앞 사라질 뻔한 반지하 책방을 인수한 20대 청년, 전범선 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로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생활권 중심의 로컬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보신 적 있나요? 부동산 신조어들을 보면 최근 로컬 붐 현상이 잘 나타나는데요. 편세권(편의점이 가까운 거주 지역), 스세권(스타벅스 가까운 거주지역), 슬세권(슬리퍼 신고 편안한 복장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의 주거 권역), 숲세권(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지역) 등 최근에는 사람마다 편의점, 카페, 서점, 자연 등 선호하는 생활환경이나 시설에 따라 주거 지역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 대학로의 인문과학서점 '풀무질' 입구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앞 서점 풀무질에 몇 년 전부터 ‘로컬’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온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모였습니다. 모임의 이름은 로컬N.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각각의 지역에서 직접 생활 속 실험을 시작한 분들이 그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요. 로컬을 향한 N개의 시선이 모여 과연 ‘로컬이란 무엇인가?’부터 ‘뉴 로컬 라이프 스토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날은 지난해 ‘풀무질’이라는 성균관대 앞 사회과학서점을 인수해 대표가 된 28살 전범선 씨가 발제를 맡아 ‘풀무질’ 인수 스토리와 함께 외부자로서 바라본 혜화동 등 로컬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는데요. 풀무질은 풀무로 바람을 일으키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인문사회과학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풀무질은 원래 1층과 2층을 다 쓴 꽤 큰 서점이었습니다. 1985년, 성대 신문방송학과 학회지의 이름을 따 학생들이 직접 세운 이곳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학생운동의 해방구 역할을 해오며 대학로의 역사와 사연들을 오롯이 간직한 곳입니다. 1980~90년대엔 신입생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여기 데리고 가 사회과학 책을 선물하는 전통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동네 서점처럼 경영난에 봉착해 임대료가 싼 지하실로 옮겼고, 그 뒤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지난해 초 결국 새 주인을 찾아 나섰던 겁니다. 공짜(무권리금)로 책방을 계승하고 지킬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에 운명적인 끌림을 느낀 전범선 씨는 호기롭게 친구와 지인 세 명을 모았습니다. 로큰롤 그룹 ‘전범선과 양반들’의 보컬이면서 출판사도 운영하고, 동물권 운동단체 고문으로까지 활동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전범선 씨, 그는 대체 왜 책방 운영에 뛰어든 걸까요? 그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의 초창기 모습

“풀무질은 세가지 고유한 가치가 있어요. 첫 번째는 급진성, 저한텐,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데요. 운동권 세대가 갖고 있었던 인문사회과학 서점의 의미가 굉장히 남다르더라고요.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풀무질’을 노동운동의 성지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녹색 하시는 분들은 또 녹색운동의 성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고. 저는 지금 동물권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운동의 계보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이곳이 갖고 있는 의미가 마냥 지역적이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어 풀무질이 갖고 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가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두 번째는 역사성입니다. 1985년도에 연 책방이지만 그래봤자 35년이잖아요. 영국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영국에서는 그냥 책방이든 헌책방이든 가면 적어도 기본 100년 된 책방들이 많아요. 책들도 100년 넘은 책들이 많고, 그런 것들을 봤을 때 되게 부러웠거든요. 역사적 연속성에서 나오는 사상과 지식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려면 공간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35년 된 것도 없어지면 언제 대한민국에 100년 된 책방이 있겠어요. 마지막, 세 번째가 지역성이었던 것이죠. 이 혜화에 있는 학림다방부터 시작해서 또 대학로의 연극, 소극장들 뭐 되게 출판사들이 엄청 많아요, 또. 원래 혜화가 대한민국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지역이더라고요. 외부자로서 지역에 대해 공부하면서 보니까 굉장히 좋은 자원들이 많이 있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연계해서 지역성을 살리고, 또 교류할 것인가 그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화 사랑방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지역에서의 서점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서점을 인수할 땐 ‘로컬 서점’으로서의 풀무질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 전범선 씨. 본래의 정신을 계승하는 서점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서점 사이에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고 있었는데요. 로컬N의 멤버로 참여한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경신원 대표는 전범선 씨의 고민이 마치 ‘도시재생’과 신도시 개발‘을 놓고 이뤄지는 우리 사회의 고민과도 같게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10년 전부터 이미 기존의 대형화, 획일화된 삶에서 벗어나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움직임이 ‘로컬’이라는 용어 아래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로의 이주부터 특정 지역에서 한 달 살기,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집과 골목상권의 부활이 서울의 가로수길·연남동·경리단길 등이 주목받았던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로컬’에 대한 관심을 코로나19가 촉발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코로나19가 ‘생활권 중심의 로컬 붐’의 촉매제 역할을 했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코로나19 이후, 어떤 생활권에서,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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