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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실수요자만 힘들어져" 통계로 확인됐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전세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도 꽤 됐고, 정부가 또 이것을 잡겠다고 한 지도 꽤 됐는데 실제로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요?

<기자>

네. 전세 끼고 집 사기 안 된다는 게 지금 정부 정책 방향의 주된 기조죠.

그런데 정작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온 사람들 중에서도 이 집은 계속 전세를 주겠다, 사실상 임대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의 비중은 별로 줄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일단 우리 가족은 지금은 자금 사정이나 세입자 사정이나 어떤 사정으로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이 집을 사지만 지금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면 우리가 그 집으로 들어가겠다, 다시 말해서 곧 실현될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주택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급감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정책으로는 실수요자들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결과입니다.

이걸 어떻게 봤느냐, 2017년 8·2 대책 때 처음 자금조달계획서가 의무화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이 넘는 집을 살 경우에 한해서 집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고, 이 집을 사는 목적이 뭔지 나라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부동산 대책들에서 이 자금조달계획서에 써야 하는 내용이 점점 더 상세해지고 써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도록 개정돼 왔습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 끼고 집을 산 사람들 중에도 사실상 실수요자에 좀 더 가까운 사람들만 줄어드는 모습이 보였다는 겁니다.

<앵커>

집 살 때 쓰는 자금조달계획서에 '나는 갭 투자자다' 이렇게 썼다는 얘기인가요? 그런 비슷하게 썼다는 얘기네요?

<기자>

네. 국토교통부가 2017년 9월 이후의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을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실에 전수 제출했습니다.

서울은 2017년 8·2 대책 때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에 그해 9월부터 자료가 전체적으로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집값이 급등했다가 상승세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급등하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 2년 반 넘는 시간 동안에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비율 평균 46.4% 거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연도별로 나누어 봐도 이 비율이 크게 감소세를 보이지 않습니다. 별로 안 줄어든다는 겁니다. 오히려 12·16 대책 이후인 올해 들어서는 작년보다 이 비율이 살짝 더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세를 끼고 집 산 사람들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7년 하반기만 해도 곧 본인이나 가족이 들어가서 살 집인데 일단 보증금을 승계해서 샀다, 전세를 낀 상태로 샀다는 사람들의 비율, 전체 중에 21.4%는 됐습니다.

부동산 대책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급감한 것은 이 사람들의 비중입니다. 2018년에 14%, 작년부터는 한 자릿수로 떨어집니다.

갭 투자 (친경 자료화면)

반대로 전세 끼고 집을 사는데 '임대 목적'이라는 사람들의 비율 즉, 집값도 오를 것을 기대하고 전세나 반전세 놓아서 임대 수익을 받는 게 이 집을 사는 목적이다, 이런 사람들의 비율은 2017년 하반기만 해도 전체의 25%가 채 안 됐는데 2018년부터 37%에 가깝게 급증합니다.

작년에는 그것보다 다소 줄었지만 12·16 대책 이후인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지난 2년 반 동안에 가장 높은 수준인 37.9%, 38%에 육박합니다.

<앵커>

아직은 갭 투자나 임대 사업을 통해서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다, 이런 판단인 거 같은데, 어쨌거나 나중에 들어가서 살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 숫자가 많이 줄어든 모양이에요.

<기자>

네. 물론 전세 끼고 집을 샀다는 것은 똑같고 갭 투자라고 하면 다 같은 갭 투자이지만, 실수요가 아닌 집 거래를 막겠다는 정책 방향 속에서도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임대 목적의 갭 투자는 별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갭 투자 통해서 모자란 돈을 메우고 대출은 안 내거나 덜 내도 되는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계속 이런 식으로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는 모습입니다.

반면에 전세 끼고 집을 사지만, 나중에 우리가 들어가서 살 거다, 사실 내 집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이 해온 방법인 시한을 두고 살고 싶은 집으로 집 늘려가기를 해보려 한 사람들의 비중, 그나마 실수요자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갭 투자자들의 비중만 눈에 띄게 줄어온 점은 정부가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곧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텐데, 정부가 정말 벼려야 할 핀셋은 보통 사람들까지 같이 집어 올리는 핀셋이 아니라 우리 부동산 시장의 진짜 문제를 딱 집어내는 핀셋, 좀 더 정교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통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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