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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탄폼에 튄 불티가 '화마'로…이천 참사 이렇게 일어났다

지난 4월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길이 처음 목격된 순간은 오후 1시 31분이었습니다.

지하 2층 출입구 쪽 천장에서 떨어지는 불꽃을 본 공사 관계자는 불길을 잡기 위해 소화기를 들고 다급히 뛰어 들어갔다가 예상보다 거센 불길에 놀라 이내 뛰쳐나와 "119 불러"를 외쳤습니다.

이어 최초 불길이 관측된 지 불과 20여 초 만에 검은 연기가 다른 출입구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초 뒤에는 화염이 지하 2층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40여 초 만에 불길이 지하 2층 전체로 번지면서 작업자들의 대피로가 돼야 했을 계단과 엘리베이터 통로는 불길이 타고 번지는 경로가 됐고, 이런 상황에 대비해 공사 계획서상에 그려 넣었던 대피로는 애초에 만들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6층 규모인 건물 각 층에서 4명씩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조리실 공사가 한창이던 지상 2층에선 무려 18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송되는 이천 화재사고 사상자

불길이 전조 없이 갑작스럽게, 게다가 삽시간에 커진 터라 화재 조사 초기에는 유증기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점쳐졌습니다.

'펑' 하는 폭발음이 연달아서 들렸다는 목격자 진술이 연달아 나오자 '유증기 점화' 가설에 점차 무게가 실렸고,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 장치 없이 여러 가지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을 거란 분석이 뒤따르면서 안전 설비 부족으로 인한 화재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오늘(15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경찰은 유증기가 아닌 용접 작업 중 우레탄폼으로 뛴 불티를 이번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불이 시작된 장소는 불씨가 최초 목격된 지하 2층 출입구 부근과 직선거리로 33m 떨어진 건물 내부 천장 쪽이었는데, 당시 현장에선 작업자 A 씨가 유니트 쿨러를 설치하기 위해 고소 작업대 위에 올라 천장과 7∼17㎝ 떨어진 동파이프 관에 용접 작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천장에 도포된 우레탄폼으로 불티가 떨어졌고,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 연소 형태로 천장과 벽면을 따라 확산하다 산소 공급이 원활한 지하 2층 출입문 부근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란 얘기입니다.

폭발 소리는 지상 1층에 있던 우레탄폼 원료가 담긴 드럼통이 화재로 발생한 열기 때문에 내부 공기가 팽창하면서 뚜껑이 터진 소리로 조사됐습니다.

현장 감식 도중 창고 건물 내부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부주의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불길이 지상에서 8.8m 떨어진 천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화재 원인에선 배제됐습니다.

지상 2층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배경에는 설계와 다른 부실시공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지상 2층에서 외부와 통하는 출입구는 2곳인데, 이 중 건물 내부로 이어진 계단은 이미 불길이 치솟아 대피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남은 통로가 지상 1층과 옥상을 잇는 옥외 철제 비상계단이었습니다.

당시 작업자들은 대부분 이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계단은 설계와는 달리 외장이 불에 잘 타는 패널로 마감돼 있어 이미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 돼 탈출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사망자들이 발견된 장소 역시 비상계단 입구 주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계단이 설계대로 비상구 역할을 했더라면 희생자가 크게 줄었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이천 참사 중간 수사결과 밝히는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

이처럼 안전조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습니다.

이 가운데 발주처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 등 9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2분즘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최근 10년간 이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 화재 사고는 45명이 숨진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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