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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경심 교수 재판부의 5월 7일 석명 대상은 무엇이었나?

[취재파일] 정경심 교수 재판부의 5월 7일 석명 대상은 무엇이었나?
조국 前 법무부 장관 지지 진영의 유명 유튜버인 빨간아재님께서 제가 쓴 이전의 취재파일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했습니다. 본인이 TV 방송에 출연해 했던 발언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이전 취재파일에서 언급했는데, 본인의 말이 맞는다는 취지입니다. (참고 : [취재파일] 공고한 진영 논리 속에서 '공판 중심 보도'는 가능하긴 한 걸까?) 빨간아재님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경심 교수 재판 정보를 주로 습득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독자께서는 누구 말이 맞는지 설명해 달라고 이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우선 빨간아재라는 유튜버님과 이메일을 보내 주신 분들께서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된 취재파일 전문을 읽고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기존 취재파일 내용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해당 취재파일에서 빨간아재님과 관련해 쟁점이 된 부분은 5월 7일, 정경심 교수 사건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이 포함됐는지 여부입니다.

정경심 교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 재판부 석명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은 포함되지 않는다?

빨간아재님은 TV 방송에 출연해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건 '표창장 파일' 이었고, 직인 파일은 석명 요구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석명 대상에 직인 파일이 포함됐다는 취지로 보도된 것은 '잘못(된) 보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석명 대상은 정경심 교수의 딸 조민 씨의 표창장 파일 뿐이라는 취지입니다.

유튜브 방송을 보면, 빨간아재님은 이런 발언의 근거로 본인이 직접 받아 적었을 것으로 보이는 공판 워딩 등을 언급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공판 워딩 등과 비교해 봤더니, '표창장 파일'이라고 재판부가 말한 게 맞다며 재판 워딩의 정확성을 따져 보자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문해력과 독해력을 가진 분들은 충분히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되는 이전 취재파일은 일단 공판 워딩의 정확도가 누가 높은지를 따져 보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앞서 요약한 대로 정경심 교수 재판부 석명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도 포함되니, 총장 직인 파일은 석명 대상이 아니었다고 단정한 빨간아재님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입니다.

단지 워딩의 정확도를 따져 보기 위한 것이었다면, 재판부가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에 검찰이 표창장 위조 과정을 추정케 하는 표창장 관련 파일에 대해 재판부가 석명을 요청했는데, 관련 파일 중에는 공소사실과 직결되는 총장 직인 파일도 포함되니 총장 직인 파일에 주목한 보도가 있었다고 굳이 쓸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재판부의 석명 요청 경위에 대한 해석도 덧붙일 필요는 없었겠죠.

● 재판부는 변호인 측 질문에서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을 왜 언급했을까?

일부 독자께서는 빨간아재님은 석명대상은 '표창장 파일'이라고 하는데, '총장 직인 파일'도 포함된다고 말한 근거가 뭐냐고 이메일 보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는 기존 취재파일에 쓰여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석명 사항에 대한 변호인 측 답변서와 관련해 재판부가 이야기를 한 부분입니다.

재판부 발언의 정확성 확인만을 위해서라면 재판이 생중계돼 다시 돌려볼 순 없으면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쟁점은 석명 대상 포함 범위이기에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과 그에 대한 재판부의 질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서술한 부분입니다. 빨간아재님 유튜브 방송에서 이 부분은 언급을 안 했던데, 취재파일 전문을 읽지 않고 유튜브 방송만 보셨던 분이라면 근거가 뭐냐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내용이 더 길어질까 봐 기존 취재파일에서 간략히 정리했던 5월 21일 재판부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워딩이 잘못됐다거나, 취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취재파일 하단에 이메일 주소가 쓰여 있으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괄호 안 내용은 제가 추가한 부분입니다.

○재판장(임정엽 부장판사) : 권성수 판사(사건의 주심 판사)가 변호인 측에 질문하겠습니다.
○권성수 부장판사 : 지금 포렌식 결과가 2013년 6월에 수정되어 있는 파일 그렇게 되어 있는데…그런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이라는 게 변호인 측에서는 '그게 다른 업무용 PC에 있던 걸 복사하는 과정에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옮겨져 왔던 것이다.'라고 (의견서를 보면) 이렇게 취지를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 그 저장된 경위에 관해서 정확하게 그러면 그 컴퓨터에 누가 (저장)했는지, 아님 백업을 이 컴퓨터 파일 전체를 백업했다는 것인지, 집에서 쓰려고 선별해서 가져갔다는 것인지 전혀 (경위 설명이) 없어요.
○변호인 : 그걸 저희가 알지를 못해서 추정된다고 썼고요, 이 소송에서 저희가 조금… 변호인 개인 생각인데 자꾸 검찰 측이 석명요구를 하고 과거 오래된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형사소송이라는 게 검찰이 기소하면 검찰이 입증하면 되는 것이지 민사소송처럼 계속 주고받고 석명하고 이런 절차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성수 부장판사 : 피고인 입장이 뭔지…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 모르면 모른다 하면 객관적인 판단은 우리가 합니다. 그런데 가능성들을 (피고인 측이)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런) 가능성을 우리가 다 심리할 수 없어서 피고인 기억을 들으려고 한 겁니다.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이 강사 휴게실 컴퓨터에 저장된) 경위나 방식이 전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언급 안 되고 있어서
○변호인 : 피고인이 알 수가 없어서….


재판부가 변호인 측이 제출한 5월 7일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서를 언급하며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이라는 게 왜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이 없다며 사실 관계를 다시 묻는 내용입니다. 바꿔 말하면, 5월 7일, 재판부의 석명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이 포함되는 것임을 재판부가 명확히 한 겁니다.

'왜 기존 취재파일을 5월 21일 재판 이후인 5월 22일에 썼을까, 굳이 워딩의 정확성을 따지기 위해서였다면 빨간아재님이 TV 방송에 출연했던 5월 12일 직후에도 쓸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생각해 보신다면, 근거가 뭔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표창장 위조 공소장 변경 불허
● '표창장 파일'이란 무엇인가

논점과는 관련이 없지만, 재판부의 석명 사항은 '표창장 파일'(만)이 맞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표창장 파일'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정상적으로 발급해 받은 조민 씨의 표창장을 스캔한 파일' 혹은 '해당 표창장을 찍은 사진 파일'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빨간아재님의 TV 방송 출연 발언 취지를 해석하면 이렇게 생각하시는 듯하기도 합니다. 이메일을 보내주신 유튜브 방송 시청자께서도 이렇게 정의하는 분들이 있으신 듯합니다.

그럼 '표창장 파일'이라는 걸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재판부의 석명 사항은 표창장 파일 뿐이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이라면 저는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딸이 잃어버렸다고 하는 표창장을 동양대 직원을 통해 재발급해 받았는데, 딸에게 재발급 사실을 알려주거나 전달하기 위해서 스캔(혹은 사진 찍은 것)해 놓았던 것이 해당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표창장을 딸에게 빨리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어뒀다면 문제 될 게 있을까요?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재판부 발언에 따르면, 정경심 교수 변호인 측은 업무용 자료를 백업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관련 파일들이 강사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뭔가 명쾌하지 않은 답변을 했습니다.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정경심 교수 재판을 꾸준히 방청하고 있고, 논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 실 빨간아재님이라면 알고 계신 부분일 겁니다. 재판부가 조민 씨 표창장 원본이 있느냐, 수사 단계에서 검찰에 제출한 표창장 사진 파일은 생성 날짜 등이 포함된 해시값이 삭제가 되어 있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변호인 측에 묻고 있다는 사실을요. 표창장 파일이 '정상적으로 발급된 표창장을 스캔하거나 사진 찍은 파일'이라고 정의한다면 재판부가 이런 언급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의에 따른다면, 재판부가 앞서 인용한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에 대해 변호인 측에 질문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은 석명 대상도 아닌데 말이죠.

● 다시 한번,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 이야기는 왜 나왔나?

그럼 '표창장 파일'이라는 걸 조민 씨 표창장을 만든 과정에 나온 문서, 즉 원본을 스캔한 것이 아닌 '표창장 내용을 채워 작성한 파일' 정도로 정의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재판부의 워딩이 '표창장 파일'이었는지, '표창장 관련 파일'이었는지, 석명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은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더 무의미해집니다.

정경심 교수 측은 표창장 기안 과정과 발급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고, 직원을 통해 정상적으로 발급된 표창장을 전달받았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강사휴게실에 있던 컴퓨터에 '표창장 파일(표창장 내용을 채워 작성한 파일)'이 있다는 건 더 석연치 않아집니다 '총장 직인 파일'이 있었냐 없었느냐와 관계없이, 표창장 위조의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역시 이런 정의에 따르더라도, 재판부와 변호인 간에 5월 21일 재판에서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에 대한 문답이 있었던 이유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재판 진행 상황을 숙지해, 잠깐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일 겁니다.

● '생산적 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런 내용을 토대로 빨간아재님과 주로 그분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에게 여쭙습니다. 5월 7일 재판부의 석명 사항에 '총장 직인 파일'이라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여전히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러하다면 5월 21일, 재판부와 정경심 교수 변호인 측이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과 관련한 문답을 주고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정경심 교수 변호인 측은 석명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에 대해서도 석명에 대한 의견서에 포함했을까요? 그리고 '표창장 파일'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시나요? 해당 파일들이 백업 과정에서 옮겨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누구의 컴퓨터(하드)에서 옮긴지는 확실치 않다고 변호인 측이 답변한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표창장 파일을 뭐라고 정의내리든, '표창장 파일'만 석명 대상으로 재판부가 요구했다면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에 대한 문답이 5월 21일 재판에서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기존 취재파일은 쟁점이 될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까지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해 최근 강조되고 있는 공판 중심 보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그런 걸 넘어 생산적인 논의를 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렇게 석명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건 생산적일까요?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 재판은 사실관계를 떠나 논의할 것이 많습니다. 휴게실의 방치된 컴퓨터는 누구의 것으로 봐야 하며 나아가 위법 수집 증거는 어떨 때 성립하는지, 한쪽은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증거인멸교사는 어떤 때 성립하는 것인지, 사모펀드의 운용은 어떠해야 하는지, 학문과 입시의 영역에 수사권은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는 게 맞는지, 대통령의 인사권과 검찰의 검찰권 행사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며 나아가 검찰 수사의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 등입니다. 소모적 논쟁을 넘어 생산적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이를 위한 전제는 이전 취재파일에서 언급한 대로 '공유된 이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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