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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파킨슨병 환자의 국토종단…27일의 기적

<앵커>

파킨슨병과 8년째 싸우고 있는 75세 환자가 해남부터 서울까지 600km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27일간의 여정을 정명원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변 도움 없인 첫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75세 파킨슨 환자 정만용 씨.

몸이 풀리면 걷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거리가 길어지면 바로 이상이 옵니다.

정만용 파킨슨병 환자

[박옥영/정만용 씨 부인 : 지금 너무 피곤하니까 자꾸 머리가 앞에 가요. 그런데 이게 다리가 앞에 안 가면 이렇게 돼요.]

[정만용(75)/파킨슨병 환자 : 그때는 오른쪽으로 빨리 와서 잡아요. 잡아줘야 해.]

휴식 후 다시 길을 나서려던 정 씨가 길 한가운데 멈춰 섭니다.

[김재천/해군 OCS봉사단 부단장 : 매트 좀 부탁해요. 매트. (매트요?) 응.]

[정만용(75)/파킨슨병 환자 : 지금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네, 여기서.]

그렇게 거기서 한 시간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손성일 대장/코리아트레일 개척 : 1시간 정도 걸렸잖아요. 이런 일이 세 번 하면 3시간인 거에 요.]

지난 2012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정 씨는 외출할 때마다 휠체어를 타야 했고 젓가락질도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몸이 굳어져 움츠릴수록 더 나빠지는 증세를 늦추기 위해 좋다는 치료는 다 해봤습니다.

[정만용(75)/파킨슨병 환자 : 처음에는 병이라고 하면 나는 화를 냈어요. (그럼 뭐라고 그러세요?) 친구라고 했어요. (친구요?) 네. (왜요?) 평생 같이 가야 되니까. ((병이)떠나면 좋지 않나요?) 이 놈이 안 가요. 가라고 해도 안 가.]

꾸준한 치료 덕분에 병세가 조금 늦춰진 정 씨는 다른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면서 2년 전에는 마라톤에 도전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서울까지 '코리아 트레일' 종단에 나선 겁니다.

[정만용(75)/파킨슨병 환자 : 동병상련이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줄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건강한 청년도 쉽지 않은 도전, 정 씨는 27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600km를 걸어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정만용 파킨슨병 환자

[정만용(75)/파킨슨병 환자 : 정말로 오늘의 저는…]

파킨슨병 환자의 첫 국토종단이라는 기록도 그렇게 세워졌습니다.

[이왕재/서울대 의대 교수 : 그분들(파킨슨병 환자)이 엄청난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거. 여기에 전문적 치료가 가해지면 굉장히 좋은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

[정만용(75)/파킨슨병 환자 : 이 세상은 물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숨 쉬고, 이런 대화가 되고 이게 기적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설민환·김용우, VJ :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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