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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유튜브는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인가요?

총선 2020, 데이터로 팩트체크 ⑤ 유튜브 선거운동 편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 모양새가 달라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를 위해서는 유세가 어렵습니다. 예전과 같은 선거운동이 실종된 대신 유튜브는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정말 그런지, 어느 정도로 기울어졌는지 알아봐달라는 팩트체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이 분석했습니다.

STEP 1. 어떻게 분석했나

먼저, 시사 분야 유튜브 채널 가운데 구독자가 '10만'이 넘는 172개를 추렸습니다. 여기서 'SBS뉴스' 같은 레거시 미디어나, 비디오머그나 스브스뉴스와 같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파생된 별도 유튜브 채널은 제외했습니다. 같은 시사 분야라도 국제, 부동산, 법률, 경제 분야 유튜브 채널도 뺐습니다. 정치 성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 유튜브는 논의 주제가 확고해서 정치적 공격은 덜했습니다. 이른바 '국내 정치'로 한정하기로 했습니다. 청와대와 같은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도 뺐습니다. 다만, 정당 유튜브와 정치인 개인 유튜브는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시사 분야, 구독자 10만 이상 유튜브 채널 172개 가운데, 96개 채널로 추려졌습니다. 구독자 순서에 따라 나열합니다.

CG : 안준석 디자이너
STEP 2. 왼쪽과 오른쪽

이들 96개 유튜브 채널의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을 분류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 지형에서 진보와 보수는 어떤 철학적, 사상적 좌표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안티테제'에 그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진보와 보수 레떼르를 붙이는 건 과해보여서 보류하겠습니다. '좌파 성향' 혹은 '우파 성향'라고 하기는 너무 투박하고, 단정적이라 거부감이 듭니다. 정확히 말하면, '반야권 성향'이나 '반여권 성향', 더 정확히는 '반통합당 성향'이나 '반민주당 성향'이 적절할 것 같은데, 이건 너무 외연이 좁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자칭 타칭 '진보'라고 불렀던 범주를 '왼쪽 성향', 자칭 타칭 '보수'라고 불렀던 범주를 '오른쪽 성향'으로 부르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96개 유튜브 채널을 왼쪽 성향과 오른쪽 성향으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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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채널의 정치적 지향이 명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왼쪽 성향 29개, 오른쪽 성향 67개였습니다. 오른쪽이 2배 넘게 많습니다. 유튜브가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 '양적'으로만 보면 틀렸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STEP 3. 왜 모여들었나

왼쪽과 오른쪽 채널의 구독자수를 모두 합쳐 비교하겠습니다. 최근 1년간 구독자수 추이입니다. 기준점은 각 월별 1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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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딱 1년 전인 2019년 5월 1일, 왼쪽 채널은 378.3만 명, 오른쪽 채널은 696.9만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 왼쪽 채널은 861.4만 명, 오른쪽 채널은 1647.5만 명입니다. 1년 새 왼쪽 채널은 2.3배 오른쪽 채널은 2.4배 증가했습니다. 양적 증가세는 비슷했습니다. 물론 상당수가 중복 구독자일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채널이 성장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월 단위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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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채널들은 지난해 8월 9.6% 증가세를 보이며 탄력을 받습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제한 조치 이후 반일 감정이 고조됐는데, 왼쪽 사람들이 왼쪽 채널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구독자는 폭증합니다. 9월 22.0%로 정점을 찍었고, 10월에도 15.6%나 성장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과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저항은 극렬했습니다. 그해 9월과 10월은 '서초동 집회'로 상징되면 '검찰개혁 집회' 혹은 '조국 수호 집회'가 열렸습니다. 왼쪽 사람들의 결집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른쪽 채널들은 지난해 4월 국회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파동 이후, 5월 성장률이 13.5%를 기록합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보수 야권에 불리하다는 위기감이 읽힙니다. 한일 무역 분쟁 당시에도 1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아무래도 반일 감정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을 겁니다. 당시 친일과 반일 프레임은 진영 논리와 맞물려 돌아갔습니다. '조국 사태'의 영향력도 컸습니다. 9월에는 12.6%, 10월에는 10.8%의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서초동 집회'에 대항하는 '태극기 집회' 혹은 '조국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역시 오른쪽 사람들의 결집력도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올해 초에는 왼쪽, 오른쪽 채널 모두 구독자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 보통 선거를 앞두고 진영 갈등이 격화되기 마련인데, 유튜브 구독자만 보면 지난해 '평시' 보다 증가율이 작습니다. 이는 왼쪽, 오른쪽 채널 모두 성장할 만큼 성장해, 잠재적 구독자가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고, 혹은 코로나19 여파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비례정당이라는 기형적 정치 상황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짐작해봅니다.

어쨌든 유튜브 정치 채널은 진영 논리가 거세질 때마다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 이분법적 진영 논리의 파생 상품에 가깝다는 것, 따라서 왼쪽 성향과 오른쪽 성향의 사람들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STEP 4. 과연, '운동장'인가?

저는 '소통'이 '상호 이해'에 도달되기 위해서는 토론과 연계돼야 한다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하버마스는 그의 명저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소통의 적절성을 위해서는 세 조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진술이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진리성', 공동체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규범적 맥락 속에 정당해야 한다는 행위의 '정당성', 그리고 주관적 경험의 표현에 거짓이 없느냐는 표현의 '진실성'… 그렇게 토론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론장'이란, 세 조건을 전제한 '토론' 속에 조형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되묻습니다. 유튜브 공간은 과연 공론장일까요.

저는 유튜브의 가능성을 비하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타성에 물든 레거시 미디어의 대안으로도 기능했습니다. 기자인 저도 유튜브를 통해 영감을 받고 반성합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자신의 믿음과 신념을 재확인해주는 공간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그 믿음이 편견과 왜곡, 혐오로 가득 차 있다면, 토론은 원활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분석했던 상당수 유튜브 채널들은 왼쪽과 오른쪽 양 극단에 치우쳐 진리성과 정당성, 진실성을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토론할 수 없다면, 그건 공론장이 아니라 반향실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는 양날의 칼입니다.

물론 기술은 죄가 없습니다.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 조국 사태를 거쳐 선거법 파동까지, 그간의 숱한 진영 논란은 '토론'이 아니라 '결집'으로 상징됐습니다. 유튜브는 그 결집의 공간을 마련해줬을 뿐입니다. 왼쪽 채널은 서초동과 오른쪽 채널은 광화문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의 한강처럼 서로의 간극은 커졌고, 그렇게 우리의 사유는 양 극단으로 내몰렸습니다. 모두 광장의 목소리라고 했지만, 사실은 두 우물 안의 외침에 가까웠습니다.

유튜브는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기울어진'이라는 수식어보다 '운동장'이라는 말이 눈에 밟히는 요즘입니다. 질문을 달리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는, 과연, 운동장인가.

지금까지 총선 2020, 데이터로 팩트체크였습니다.

(자료조사 : 김혜리,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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