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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본만큼 떨고 있는 중국

이것이 도쿄올림픽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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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포츠계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일본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약 7조 원의 추가 비용을 고스란히 안게 됐기 때문입니다. 도쿄올림픽 연기는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확정되자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새로운 일정은 우리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 6개월도 안 돼 잇달아 열리는 특별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며 "도쿄올림픽 새 일정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끼칠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모든 면에서 적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보도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말은 점잖게 했지만 속은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하계올림픽이 끝난 뒤 1년 반 정도가 지나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은 2021년 7월 23일에 개막해 8월 8일에 폐막하고, 도쿄패럴림픽은 2021년 8월 24일에 시작해 9월 5일까지 열립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도쿄패럴림픽이 끝나고 불과 5개월 후인 2022년 2월 4일 막을 올립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각국 올림픽위원회도 동계올림픽을 충실히 준비하기에 턱없이 짧은 기간입니다. 또 하계올림픽은 동계올림픽에 비해 대회 규모도 훨씬 크고 TV 시청자 수도 월등히 많습니다. 하계올림픽이 끝난 지 5개월 만에 동계올림픽이 열릴 경우 대회 흥행이나 관심도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내년 8월에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인 2021 하계유니버시아드까지 치러야 합니다. 2021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8월 8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일정이 일부 겹쳐 부득이하게 8월 16일 개막해 27일 폐막하는 것으로 8일 늦췄습니다.

청두는 '사천 요리'의 본고장이자 '시성(詩聖)' 두보가 오래 살았고 판다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중국은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쓰촨성과 청두를 대대적으로 세계에 알릴 계획이었지만 도쿄 하계올림픽이 끝난 지 8일 만에 대회를 치르게 돼 개최 효과가 반감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대회 일정상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스타급 선수들의 출전도 거의 바라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게 최악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19가 올해 가을이나 내년 봄까지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도쿄올림픽은 어떻게 될까요? 2022년으로 1년 더 연기할까요?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국내 스포츠 전문가들은 대부분 취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일본의 피해는 최대 88조 원까지 증가합니다. 한마디로 '재앙'인 것입니다. 이렇듯 도쿄올림픽 전면 취소는 일본이 가장 무서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도쿄 하계올림픽이 끝내 열리지 못할 경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무사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올 가을까지 종식되지 않으면 베이징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는 치러질 수 없습니다. 국제스키연맹(FIS)은 지난 2월 15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 북서쪽의 옌칭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 스키 월드컵 대회를 취소했습니다. 이 대회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첫 테스트 이벤트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테스트 이벤트는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펼치는 예행연습으로, 시설과 운영 점검 등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꼭 거쳐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설상 스포츠 불모지로 지금까지 대규모 설상 대회나 썰매 종목 대회를 유치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실내 체육관에서 하는 종목과 달리 엄청난 스피드를 겨루는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이나 스키 활강 종목은 반드시 테스트 이벤트가 필요한 종목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옌칭과 장자커우에 설상 종목과 썰매 종목 경기장을 신축했지만 코로나19로 지난 겨울에 테스트 이벤트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올 겨울에도 코로나19로 테스트 이벤트를 하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습니다. 시속 130km가 넘는 썰매 종목의 경우 테스트 이벤트 없이 올림픽을 바로 치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올 가을까지 종식되지 않을 경우 IOC가 대체 개최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할 유력한 후보지는 2002년 동계올림픽을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SLC)입니다. 스포츠 전문매체 'The Sport Examiner'에 따르면 솔트레이크시티는 동계올림픽 준비가 1년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할 경우 솔트레이크시티도 올림픽을 무사히 치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가 도쿄올림픽은 물론 베이징올림픽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스포츠는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올스톱' 됐습니다.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한 시인 T.S. 엘리엇은 그의 대표작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습니다. '제1부 죽은 자의 매장'으로 시작되는 이 장시의 마지막 행은 산스크리트어로 된 주문 '샨티 샨티 샨티(Shantih shantih shantih)'로 끝납니다. 샨티는 '평화'를 뜻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돼 모든 스포츠 대회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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