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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줘' 하루 500통 문자 폭탄, "스토킹 아니다"

<앵커>

한 남성이 사귀다가 헤어진 여성에게 다시 만나달라면서 몇 달 동안 문자를 보내고, 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루에 문자를 500통 넘게 보낸 날도 있습니다. 그것을 견디다 못한 여성이 남성을 고소했는데, 검찰은 협박하거나 공포감을 주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공무원 A 씨와 사귀다 지난해 5월 헤어진 30대 여성 B 씨.

관계를 정리할 무렵부터 A 씨의 일방적인 연락이 시작됐습니다.

다시 만나달라, 들어주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등 몇 달 동안 문자 폭탄을 보냈는데 하루 500통이 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A 씨를 차단해도 몇 차례씩 다시 가입해 연락을 해왔고, 다른 직원들의 내선전화를 이용해 B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피해자 : (문자메시지를) 1분에도 진짜 짧게 짧게 열 개, 스무 개씩 보내기 때문에 정말 셀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직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두렵고 그다음에 문자가 와도 두렵고…]

급기야 선물을 가져가라며 B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부른 뒤 감금하기도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B 씨가 A 씨를 신고했는데 검찰의 처분은 벌금 500만 원 약식기소.

감금죄는 인정했지만, 스토킹 문자 폭탄에 대해 경찰이 적용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기소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려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데, A 씨 문자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신진희/법률구조공단 변호사 : 사랑한다는 표현 자체가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굉장히 폭력적일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검찰이) 맥락을 보면서 판단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있는 것이죠.]

A 씨가 다니는 직장도 검찰의 처분을 이유로 견책보다 낮은 불문경고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김용우,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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