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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뚫린 해군기지에 해병대 투입 검토…해군 자존심도 뚫린다

지난달 7일 민간인들이 제주 해군기지에 몰래 들어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소셜미디어 갈무리)
지난달 7일 제주 해군 기지의 철조망 일부가 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활동가들에 의해 절단됐습니다. 그들은 기지 안으로 들어가 2시간 동안 활보했습니다. 제주 해군 기지는 경계에 실패했습니다. 거기가 어디라고, 군 기지에 함부로 숨어 들어간 민간인 활동가들은 큰 죄를 지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은 해군 기지 경계 실패의 대책으로 해병대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제주 해군 기지의 경계를 해병대에게 맡기자는 겁니다. 민감한 민간인 시설의 경계를 군에 의탁하는 게 아니라, 군 기지의 경계를 다른 부대의 힘을 빌어 해보자는 기이한 발상입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군종(軍種)은 달라도 경계는 기본입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해군이 지켜야 합니다. 경계 실패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계 강화하면 됩니다. 해병대에게 경계를 맡기는 건 해군 전체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과도한 형벌입니다.

● 제주 해군기지 경계에 해병대 투입 검토

해군이 경계 실패로 수난입니다. 작년 6월 삼척 목선 귀순으로 혼쭐이 났는데, 작년 10월에는 해군작전사령부에, 지난 1월에는 진해 해군 기지에 민간인이 침입했습니다. 지난달 7일에는 제주 해군 기지에 강정마을 활동가들이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서 기지 안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해군을 꾸짖었습니다. 해군은 욕 먹을 만 했습니다. 그래서 합참에서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해병대에게 제주 해군기지의 경계를 맡기는 겁니다.

제주 해군 기지의 경계 임무를 떠안을 해병대 부대는 제주 신속기동부대로 순환 배치되고 있는 해병대 대대급입니다. 해병대 제주 신속기동부대가 해군 기지 경계 임무를 맡음에 따라 생기는 공백은 특전사 1개 대대가 제주도로 들어가 채운다는 계산입니다.

그렇다면 특전사 1개 대대가 빠진 자리는 누가 메울까요? 어제(3월 31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 때 기자와 군 핵심 관계자의 문답입니다.

▶기자 : 기지 경계 부족한 것을 해병대로 돌리고 해병대 공백을 특전사로 돌리면 특전사 공백은 뭐로 메우나요?
▶군 관계자 : 일단 그런 여러 가지 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전력 운영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바란다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해병대의 제주 해군 기지 경계 투입 방안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해병대가 서북도서, 김포, 강화에서 경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는 있지만 해병대는 근본적으로 공격 부대입니다. 해병대의 제1임무는 인천 상륙작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적 후방에 상륙해 적을 쓸고 나아가는 겁니다. 다른 부대 경계나 대신 서고 다닐 전력이 아닙니다.

● 해군 자존심까지 뚫리면 안 된다

해군이 배 타는 항해병과 위주라고 하지만 경계 작전도 잘해야 합니다. 군은 모름지기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아야 나라도, 국민도 지킬 수 있습니다. 전쟁 중에 해병대가 따라다니면서 해군 함정 지켜줄 수도 없습니다. 해군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체 경계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자와 군 관계자의 국방부 브리핑 문답입니다.

▶기자 : 모든 군은 경계는 기본 아닙니까? 사관학교에서 경계에 대한 것 안 배워요? 이런 훈련 안 합니까? 해군 기지를 왜 해군이 안 지키고 다른 군이 와서 지키는 이런 일이 생겨요?
▶군 관계자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거의 모든 현역 군인은 잘 압니다. 육해공군, 해병대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는 것을… 해군 기지 경계를 해병대에 맡기자고 검토하는 이들만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누가 해병대의 대리 경계 아이디어를 냈고 국방부, 합참 고위급 중 누가 검토하라고 맞장구쳤는지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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