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라임 로비 의혹 녹음파일은 "검찰발"? 허위 사실입니다.

[취재파일] 라임 로비 의혹 녹음파일은 "검찰발"? 허위 사실입니다.
지난 9일 제가 보도한 ["靑 행정관이 막았다"…라임 의혹 녹음 파일 확보] 기사에 대해 "검찰의 언론플레이" 또는 "검찰발 보도"라는 가짜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MBC [스트레이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와 관련된 의혹을 다루는데, 이 건에 대한 관심을 물타기하기 위해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고 저는 검찰의 의도대로 보도한 기자라는 뜻이죠. 심지어 언론사 기자라는 몇몇 사람들도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그런 허위 사실을 퍼뜨렸습니다.

▶ (2020.03.09 8뉴스) [단독] "靑 행정관이 막았다"…라임 의혹 녹음파일 확보

KBS 최경영 기자는 페이스북에 "어제 MBC 스트레이트에서 '검찰총장과 장모님'편을 하기 전에 SBS에서 검찰발 단독보도를 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라며 "삼성이 물타기하는 법, 기사를 기사로 밀어내는 법, 언론 경쟁사들을 활용하는 법 등등이 검찰의-나는 장난질로 판단하는-언론플레이와 매우 유사하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게시물에 단 댓글을 통해 최 기자는 "금감원 출신 행정관이 청와대 들어가면 일 터지면 이것저것 금감원, 은행 등에 물어보는 것이 일일 텐데 그게 업무상에서 나온 말실수인지, 오해인지, 뭘 어떻게 무마시켰다는 건지 아무런 팩트도 없는 단독보도라니. 그것도 검찰발로"라며 저의 보도를 "검찰발" 보도라고 단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제 페북 보고 한 두 개 더 좀 더 냄새나는 거 주지 않을까요?"라고도 밝혔습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최경영 기자 페이스북 댓글 캡처 사진
매일경제의 김기철 기자 역시 고발뉴스 보도에 따르면 제가 보도한 라임 관련 인물 장 모 씨의 발언은 "말로써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며 "왜 이런 설익은 내용을 검찰이 공개했을까요."라며 역시 제가 보도한 기사를 "검찰이 공개"한 것이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클리앙이나 보배드림 등 몇 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기철 기자가 쓴 이 같은 내용의 페이스북 글 캡처 화면이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제가 김기철 기자의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확인했을 때는 이 같은 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라임 관련 핵심 인물의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는 발언, 그리고 비호 세력 중 한 명이 당시 청와대 행정관 A 씨였다는 발언의 녹취가 보도의 가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최경영-김기철 기자와 다투지 않겠습니다. 그분들 마음대로 생각하시고 평가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 즉,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 또는 "검찰이 공개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마땅히 두 사람이 부끄럽게 여겨야 합니다.

묻겠습니다. 도대체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라고 단정 지은 근거는 무엇입니까? 기자가 'A가 말한 정보는 B로부터 들은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A에게 확인을 하거나 B에게 확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마 최 기자나 김 기자도 기사를 쓸 때 당연히 이렇게 하리라고 믿습니다.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 또는 "검찰이 공개"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 위한 근거를 검찰로부터 들었습니까, 아니면 저로부터 들었습니까?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겁니까? 정말 궁금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9일 제 페이스북에 쓴 글에도 간략히 밝혔지만, 제가 확보한 녹음파일은 검찰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줬냐고요? 보다 못해 저에게 정보를 제공한 분이 직접 나섰습니다. 라임 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김정철 변호사입니다.

김정철 변호사는 어제(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취파일 제공은 내가 했는데 뭔 X소리??? 난 mbc뉴스에 윤총장 뉴스 나가는지도 몰랐는데,,, 조용히 있으려 했는데, 말도 안 되는 프레임 짜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박근혜 정부 때도 이런 녹취파일 나오면 일단 조사해봐야 하는 거 아녀? 사실인지 아닌지,,"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철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사진
사실 기자로서 기본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3월 9일에 SBS가 보도한 라임 관련 2개의 리포트만 살펴봐도 어디서 녹음파일을 입수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중 한 명이 라임 관련 핵심 인물인 장 모 씨와 대화한 '녹음 파일'을 보도한 리포트인데 (2번째 기사)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김정철 변호사님 인터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인데 리포트에 피해자 변호사가 나온다? 심지어 기사 중간에는 (피해자의 요청으로 화면과 음성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제가 직접 녹음파일의 한 당사자였던 피해자와 인터뷰한 내용까지 나옵니다.

이걸 보고도 취재원이 피해자의 변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면, 최경영 기자 등은 기자로서 기초적인 능력도 부족한 것이거나 너무나 기사에 대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시야가 흐려진 상태인 것입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이런 것이겠죠. 실제로 기사가 나가자마자 여러 기자들이 김정철 변호사를 상대로 녹음파일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압니다. 쉽게 말해, 남들은 다 보는 걸 최경영-김기철 기자 같은 사람들만 보지 못한 것입니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의식해 3월 9일로 보도 시점을 정했다는 추측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김정철 변호사님도 말씀하셨지만, 이 기사의 발제 날짜가 월요일로 잠정적으로 정해진 건 지난 주였습니다. 저는 기사 초고를 하루 전인 일요일에 보고했고 당연히 당시 스트레이트가 어떤 기사를 보도할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항상 우리 편에 유리한 물타기나 여론몰이에 골몰하시는 분들이 보기에는 다른 기자들도 그런 식으로 보도시점을 조율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까지 이야기해야 하는 거 자체가 참 한심합니다만, 저는 "검찰발 보도" 자체가 문제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취재원으로부터 윤석열 총장 부인과 관련된 경찰의 내사 보고서 등을 넘겨받았다는 [뉴스타파] 보도가 경찰발 보도이든 아니든 내용을 보고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기사이듯, 다른 기사에 대해서도 소스가 어디인지가 아니라 내용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굳이 제 기사가 "검찰발 보도"가 아니라고 길게 해명한 것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력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밑도 끝도 없이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때문입니다. 스스로 기자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서글프기까지 하고요.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기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부에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는 여러 모로 피곤합니다. 하지만 관심법으로 남의 기사를 비난하며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기자는 그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라임 관련 의혹을 좀 더 취재하고 보도할 생각입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 우리 언론에 기본이 안 된 기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을 지키며 자기 할 일을 하는 기자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최경영 기자는 오늘(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SBS보도는 검찰발 보도가 아니다, 내가 줬다는 한 변호사분의 증언이 나왔"다며 "제가 페이스북에서 제기한 의혹의 본질은 검찰발 언론플레이였으므로 제 주장 자체가 사실무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억측이었네요. SBS해당기자에게 사과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