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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사권 조정안'과 '형사부 강화'는 양립 가능한가

법무부-검찰
'모순 : 두 사실이 이치 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 개의 10여 분 후인 13일 오후 6시 50분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등 검찰의 직접 수사부서 13개를 형사부나 공판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법무부는 직접수사 부서 축소의 이유로 '수사권 조정 등 급격한 수사 환경 변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와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14일, 「검사내전」의 작가로 유명한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부장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사직 글을 올렸다.
검사내전 김웅 검사 캡처
'사직 설명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를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평가했다. 김 부장검사는 문무일 前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 측 실무 대응을 총괄했다. 때문에 김 부장검사의 글은 검찰 측 입장에 치우친 글이지만, 이례적으로 600개가 넘는 검찰 공무원들의 댓글이 달렸다는 점,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사직 시점에서 나온 글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

김 부장검사는 "수사권조정의 선제조건이라고 (정부) 스스로 주장했고, 원샷에 함께 처리하겠다고 그토록 선전했던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냐"고 따져 물었다.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냐"고 질문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이후에야 나오고 있는 경찰 개혁 논의에 대해서는 "해질녘 다 되어 책가방 찾는 시늉을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학교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검사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선 재작년 6월 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부터 살펴봐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법안의 골자는 정부합의안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주도해 '조국 표 수사권 조정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부안은 '모든 사건에 대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부여'와 '무혐의 처분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종결권 부여'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관여를 줄이는 내용이었다.

의도는 명확했다. 다른 국가 검찰에 비해 훨씬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 그 권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정치 검찰로 불린 불행한 역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해 잘못된 과거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런데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검찰 권한을 떼어내 경찰에 준다면, 이번엔 경찰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 불과 30여 년 전, 경찰에 힘이 실렸던 시절의 흑역사도 있다. '공룡 검찰' 피하겠다고 '공룡 경찰'을 만들 수는 없기에 나온 방안이 경찰 권한의 분산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 '검・경 수사권 조정을 자체경찰제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다'

때문에 재작년 6월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을 분리해서 경찰의 힘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 15만 경찰이 경찰청 본청을 중심으로 한 줄 서기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웅 부장검사는 '함께 추진한다'고 했던 자치경찰제는 왜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냐고 문제 삼은 것이다.

자치경찰제와 함께 당정청은 '정보 경찰에 대한 통제', '행정 경찰의 수사 경찰에 대한 지시 금지' 등을 경찰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뤄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모두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힘이 세졌을 때 생길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들인데,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문재인 출범 이후 2년 간 주로 논의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지만,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는 공수처 법안 통과가 정부・여당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도 '내용의 정당성'에 기댄 것이 아닌 '방향의 정의로워 보이는 외관'에 기대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 통과 자체가 목적이었던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엔 신경을 못 쓴 것 어쩌면 당연할 일이다.

이렇게 특정 이벤트를 계기로 일을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검찰 개혁 방안으로 내놓은 일련의 방안들이 서로 충돌하고, 불과 몇 개월 만에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 직제개편안'의 양립 가능성 여부다.

● '조국 사태' 계기로 바뀐 '특수수사(직접수사) 보장'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 직제 개편안의 방향은 검찰의 직접수사, 특히 '특수수사의 축소'다. 해당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 폐지가 개편안의 골자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안을 설계했던 조국 전 장관의 당초 검찰 개혁안은 '검찰의 특수수사' 보장이었다.

2018년 1월 14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직접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조국 당시 수석은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하는 것"이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 특수부는 前 정권을 향한 이른바 '적폐 수사'에 몰두하고 있던 때로, 조국 당시 수석이 말한 '이미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해 6월 발표된 정부 합의문은 조국 당시 수석이 1월 밝힌 개혁 방안대로 이뤄졌다.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지휘 권한은 폐지하는 동시에, 범죄 종류까지 열거하며 검찰의 특수수사는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은 검찰 내부와 여당, 진보 진영에서 나왔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의 특수수사를 모두 포기할 용의가 있으니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적 통제 권한, 즉 수사 지휘권은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정치 검찰'로 비판받았던 주요 이유가 '수사 착수 주체'와 '수사 종결 주체'가 같았기 때문이었다며, 경찰이 두 권한을 모두 손에 쥐게 될 경우 검찰에서 발생한 문제가 경찰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 '수사권 조정안' 통과로 예상되는 검찰 형사부의 업무 경감

검찰 주장에 대해 진보 진영이 호응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특수수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특수통' 출신 검찰총장의 주장은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치부됐다. 검찰이 '정치 검찰'로 비판받은 건 대게 특수수사 때문이었지만, 정부가 특수수사는 보장한다고 하자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검찰 개혁 방안에 침묵하며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취재파일] '검찰 특수부 축소'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검찰의 특수수사를 보장하겠다던 조국 표 검찰 개혁안은 '조국사태'를 지나며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은 자신 및 가족 관련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검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민생 범죄에 집중하고 수사권 조정에 대비하는 검찰이 되도록 집적수사를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이루어 내겠다"는 내용이었다. '직접수사(특수수사) 보장'에서 '직접수사 축소'로 바뀐 검찰 개혁 방안은 '인권 보호와 민생을 위한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를 위해서로 설명됐다.

검찰이 소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공판부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생과 인권을 위해 형사부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도 정의로워 보인다. 하지만, 정의롭게 들리는 구호와 별개로 이 방향이 바뀐 수사권 조정안과 조응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형용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검찰 형사부의 주요 기능은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영장 단계를 제외한) 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에 전면적인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한 만큼, 앞으로 검찰 형사부가 맡았던 고소・고발 사건도 모두 경찰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형사부의 업무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2018년 기준,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사건 174만 여 사건 중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68만 여 건, 송치 사건의 39%다. (2018년, 경찰청 통계)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로 경찰이 '불기소 의견 송치 사건(무혐의 처리 사건)'에 대한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68만 여 건에 대하선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불기소 의견 사건도 받아 검토하고 수사해 왔던 검찰 형사부로선 39% 만큼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수사 지휘 권한 폐지까지 감안하면 줄어드는 업무 부담은 그 이상이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업무 경감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2018년 기준, 검찰이 처리한 사건은 229만 여건. 여기엔 검찰이 송치한 174만 여건과 검찰이 직접 처리한 고소・고발 사건이 모두 포함된 걸로 보인다. 이 중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은 132만 여건으로 처리 사건의 57% 수준이다. 향후 경찰이 모든 사건으로 1차적으로 수사하고, 검찰과 동일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면 검찰 형사부의 업무는 기존보다 57%가 줄어든다. 물론, 핵심 업무였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 폐지까지 감안하면 업무 경감률은 훨씬 높아질 테다.

● "엔진 빼고, 바퀴만 더 달면 차가 더 잘 나가나?"

그런데 정부는 형사부의 핵심 권한인 '수사 지휘권'을 폐지한 후,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형사부 업무가 감경될 것이 능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사부 증설'을 검찰 개혁안으로 내놨다. 권한은 없어지고, 업무도 줄어드는 데 몸집은 키워놓은 것이다. 이를 김웅 부장검사는 '자동차 엔진을 빼고, 핸들 떼고서 바퀴만 더 달면 그 차가 잘 나가겠느냐'고 우려한다.

물론, 기존 형사부가 업무량에 비해 인원과 부서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가능하다. 업무량을 대폭 줄어들더라도 여전히 검사 1명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많아서 인원 증가와 부서 증설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경찰에서 송치받는 사건을 보다 충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형사부를 증설한다는 설명도 동원될 수 있다. 하지만, 형사부의 핵심 권한이었던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하면서 말하는 '형사부 강화'는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강화'는 단순한 인원 증가가 아닌 권한의 증대를 말하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해 '강화'해 주겠다는 형사부 검사 중심으로 비판이 나온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
검찰의 직접수사(특수수사) 축소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직접 수사 축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줄여 이를 경찰이 맡게 하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사법적으로 잘 통제하는 게 그간 우리 사회가 경험한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생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채택된 방안들은 서로 논리적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 생각의 방향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형사부를 강화하겠다며 형사부의 핵심 권한인 수사 지휘권은 폐지하고, 검찰의 특수수사(직접수사)를 보장하겠다면서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외관상 모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충돌은 정부・여당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드라마틱하게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은 아닌가. 이런 입장 변화와 그 결과 나온 방안들은 국민을 위한 것인가, 특정인을 위한 것인가.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세부사항을 채워 넣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시행령 등은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더 키우는 방식으로, 법안이 올바르다면 효과를 더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앞으로 경찰과 검찰은 어떤 절차로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경찰이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은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수사권 조정안이 인정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어떤 모습으로 가능케 할 것인지 등 앞으로 시행령이나 규칙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향후 검찰과 경찰의 모습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누군가 혹은 어느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검찰 직접 수사부서 폐지 소식에 폐지 대상 부서의 수사를 받던 기업의 주가가 폭등한 경우처럼, '선의'나 '구호'만으로 논의에 접근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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