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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실종자 수색' 엄홍길 "안타깝고 속 타지만 한계 느껴"

눈사태 실종 현장 수색 뒤 복귀한 엄홍길 대장 (사진=연합뉴스)
드론을 띄우고 직접 눈을 파헤치며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너무너무 안타깝고 속이 타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엄 대장은 22일(현지시간) "수색에 진전이 없어 가슴이 매우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수색 현장에서 KT 드론수색팀 등과 함께 금속탐지 장비까지 동원해 매몰추정지점을 수색했습니다.
안나푸르나 금속탐지 수색작업 ([KT 드론수색팀 제공,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날 현장에서는 기존 추정 지점 4곳 외에 금속탐지 장비 감지 지점 2곳, 드론 열 감지 지점 1곳 등 3곳이 추가로 확보됐습니다.

엄 대장은 구조팀과 함께 여러 지점에 평균 2m 깊이 정도로 눈을 파고 얼음을 들어 올렸지만, 실종자의 흔적은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엄 대장은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KT와 함께 드론을 수색에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고 초반 실종자 생존 가능성 등을 긴급 탐지하기 위해 3∼4일가량 활동 예정으로 자발적으로 현지에 온 것입니다.

마침 사고 지점 위쪽 지대인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해발 3천700m)에 엄 대장과 KT가 함께 마련한 산악구조센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 대장은 지난 20일 구조센터에서 드론 등 수색 장비를 포카라로 가져왔습니다.

이후 수색 장비를 점검한 뒤 21일과 22일 연속으로 드론을 띄우며 수색에 나섰습니다.

엄 대장은 "오늘은 드론 외에 실종자의 몸에 금속이 있으면 그 신호를 잡는 기계까지 동원하고 구조견도 투입하는 등 해볼 것은 다 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금속탐지 장비의 성능이 생각했던 것만큼 뛰어나지 않은 것 같다"며 "수시로 마구 삑삑 소리를 내고 작동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눈사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눈 외에 얼음까지 함께 뒤섞여 실종자를 덮친 상태라 수색에 큰 어려움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나는 늘 자연은 위대하다는 생각에 늘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번 얼음덩어리 눈사태를 보면서 진짜 한계를 느낀다"며 "일반적인 눈사태와는 완전히 성질이 다르며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엄 대장은 "눈만 쏟아진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높은 암벽 지대에 쌓였던 엄청난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떨어지고 조각나면서 수많은 파편 조각들이 함께 쌓였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런 얼음 파편과 눈이 밀고 내려간 뒤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안나푸르나 눈사태 사고현장 (사진=엄홍길 대장 제공, 연합뉴스)
영하의 날씨 때문에 이것들은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 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바닥이 딱딱한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엄 대장은 "성인 허리에서 가슴 정도 깊이의 구멍을 파는데 40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작업 현장에도 계속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엄 대장은 "지금도 사고 현장 위쪽에서 산발적으로 계속 눈사태가 발생하는 데다 언제 얼마나 큰 눈사태가 쏟아질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수색한다는 게 심적으로 부담되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산과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은 길에서 발생했습니다.

눈과 얼음 무더기는 길가 계곡으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길옆 초입 부분은 눈·얼음 더미의 너비가 비교적 짧지만, 계곡 근처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넓게 퍼졌습니다.
안나푸르나 눈사태 사고현장 (사진=엄홍길 대장 제공, 연합뉴스)
엄 대장은 하단 부분의 너비는 70m, 도로에서 계곡 아래까지 길이는 150m 정도 된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엄 대장은 "이번 눈사태로 인해 초입 부분은 3∼5m, 하단은 7∼10m가량 깊이의 눈과 얼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6m짜리 탐침봉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눈과 얼음이 자연적으로 녹을 시점에 대해서는 "봄이 와도 녹기 어려울 듯하다"며 "여름철 우기에 비를 맞아야 녹을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엄홍길 대장 제공, KT 드론 수색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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