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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배달앱 공룡' 탄생, 반값 치킨데이 없어진다?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가장 많이 쓰는 배달 앱이죠. 배달의 민족이 독일계 자본에 인수되게 됐죠?

<기자>

네. 배달의 민족이 독일 영웅과 합친다고 벌써 표현하는 상황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국내 최대 배달 앱이고, 해외 자본들이 각축전을 벌인 배달 앱 시장에서 유일한 토종 회사라는 점을 상당히 앞세워 왔습니다.

그런데 독일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에 4조 8천억 원에 회사를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했습니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국내 배달 앱 2, 3위 업체인 요기요랑 배달통도 운영합니다. 이 회사들을 다 합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현재로서는 거의 100%로 추정됩니다.

우버이츠는 사업을 접었고, 쿠팡이츠가 새로 시작했지만 아직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고요. 사실상 앞으로 한국의 배달은 독일계 한 회사가 다 맡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죠.

그런데 이런 규모의 회사들은 그냥 자기들이 합치겠다고 해서 합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결합으로 시장에 독과점이 나타나서 다른 사람들은 비슷한 사업을 할 수 없는, 진입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불공정한 시장을 만들지 않을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라는 걸 받아야 합니다.

이걸 통과 못 하면 지금 발표된 조건으로 회사를 합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심사에는 최소 몇 달, 사안이 까다로운 경우에는 1년도 걸리는데, 이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앞으로 관건입니다.

<앵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지켜봐야겠죠. 말씀드린 기업결합심사도 있고요. 그런데 정말로 합치게 된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앞으로 단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나만의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배달 앱에서 어떤 알람 제일 기다리세요? 보통은 할인쿠폰이죠. "오늘은 요기요 치킨데이다.", "내일은 배달의 민족 피자데이다." 하면서 한시적으로 최대 절반 값 정도로도 먹을 수 있는 쿠폰 같은 것들이 뜨잖아요. 그럼 그날은 치킨 먹는 거죠.

요새는 이런 이벤트 며칠 안 기다려도 계속 나옵니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의 배달을 사실상 한 회사가 맡게 되면 이런 할인, 회사들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제공해 온 소비자 혜택은 스리슬쩍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배달의 민족이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돼도 이 배달 앱 회사들이 하나가 되지는 않습니다. 계속 서로 다른 회사로 존재하면서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게 경쟁 영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배달 앱들이 경쟁적으로 펼쳐온 할인 같은 건 결국 시장 점유율을 서로 조금이라도 더 뺏어오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치킨데이 하는 날 우리 앱을 처음 써본 사람이 이다음에도 우리 앱을 열었으면 하는 목적으로 업계 전체로 보면 수천억 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써가면서 그만큼 소비자 할인 폭을 넓혔던 겁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아무리 서로 다른 회사로 계속 경쟁한다고 해도 사실상 그 손익을 심판하는 게 결국 한 회사, 저 위에 머리가 딱 하나 있는데 어떻게 될까요? 그런 큰 비용을 계속 치러가면서 치열한 할인 경쟁을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요?

당장은 눈에 띄게 할인쿠폰이 뚝 끊기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그런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별로 없어지는 상황이 점점 더 자리 잡을 수 있는 거죠.

<앵커>

배달 음식, 식당 하시는 분들 입장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벌써부터 수수료를 올릴 거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그것도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겁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배달 앱들끼리 가맹업체 가서 서로 경쟁하는 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래도 쟤네보다는 수수료를 싸게 해 드리잖아요." 라거나 "우리는 대신 마케팅 비용이 적잖아요."라든가요.

그래서 어떤 식당은 모든 배달 앱을 다 걸어 놓기도 하지만 어떤 식당은 조건이 유리한 데 한 곳, 작아도 여기만 쓰겠다, 이런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사실상 한 회사가 전국의 배달을 맡는 것과 마찬가지인 시장이 된다면 협상력이라는 데 있어서 거대 배달 앱 업체와 식당들이 도저히 서로 상대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우려가 벌써 나오는 형편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소비자 혜택, 할인 이벤트 이런 것도 만약에 앞으로도 티가 좀 적게 나게 비슷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그 비용을 지금까지는 앱 업체들이 어느 정도 스스로 부담했습니다.

앞으로는 음식업체들에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힘도 더 커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승재/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 (배달 앱 합병으로) 시장 지배권이 높아진다는 얘기는 그들을 이용하는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에게 (배달 앱이) 수수료를 낮춰줄 필요가 없는 (거죠.) 더 높일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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