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법사위…의결 법안 또 의결하며 '월권'까지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9.12.02 20:51 수정 2019.12.02 22:27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얼마 전 국회 법사위에서 한 번 통과시킨 법안을 5시간 반쯤 뒤에 다시 의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 과정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법안의 내용까지 수정해서 월권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법안 심사가 얼마나 부실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59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사위원장한테 회의 진행 권한을 넘겨받은 여당 간사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립니다.

[송기헌/더불어민주당 의원 : 의사일정 63항부터 65항까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겁니다.

그런데 표결할 때 자리에 있었던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두 시간여 뒤 이런 발언을 합니다.

[장제원/자유한국당 의원 : 저는 현안질의만 하고 마치는 줄 알았는데 이게 가결이 됐나 봐요.]

[이철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표결할 때 계셨잖아. 여기서 거꾸로 돌리는 게 말이 돼요?]

그날 다른 한국당 의원들은 당 의원총회에 가는 바람에 오전 법사위 회의에 불참했는데 뒤늦게 법안을 수정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하지만 여상규 위원장은 회의 진행권을 넘기면서 대체 복무 법안 통과를 전화로 동의한 상태였습니다.

[여상규/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한국당) : (송기헌 의원이 전화로) '오전에 의결하고 끝내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씀을 주셔가지고 제가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재의결 조건인 명백한 착오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의결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가 있었지만,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동안 저희가 이렇게 (재의결)한 사례가 없었고… 저는 지금 납득이 가지를 않고요.]

한국당이 끈질기게 요구했고 결국 대체 복무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위원 자격 중 인권 분야 5년 이상 경력을 10년 이상으로 고쳐 법안을 다시 의결했습니다.

[여상규/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한국당) :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에서 넘긴 법안을 이른바 체계·자구 심사권을 내세워 고칠 때마다 월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한 번 통과된 법안을 당일 다시 의결하는 나쁜 선례까지 만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이승환, 영상편집 : 최혜영)